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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Apr 12. 2022

힘에게 길을 묻다...

마음대로 안 되는 힘쓰기


               힘에게 길을 묻다...  



  볼링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왼쪽으로 보내려 애를 써 봐도 어김없이 3번 핀만 때렸다. 그러다 보니 남은 핀 처리도 쉽지 않았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다 보니 서서히 짜증도 나고 이마에서는 쉴 새 없이 땀만 흘렀다. 흐트러지는 숨을 가다듬고 신경을 집중시켜 다시 한번 투구를 했지만, 공은 내 뜻과 상관없이 오른쪽이 제 갈길 인양 그저 열심히 달려갈 뿐이었다. 


  등 뒤에서 자세를 봐주던 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계속 지적을 했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볼링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힘 빼기를 강조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힘이 필요한 것이 운동인데 반대로 힘을 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야구에서 홈런 타자의 스윙도 어깨에 힘을 빼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배트를 돌려야 야구공에 제대로 힘이 실린다고 말한다. 비단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마찬가지일 게다. 힘이 잔뜩 들어간 자세에서는 절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오히려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힘을 빼야 힘이 생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갔을 때,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 열심히 일했다.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고, 상사와의 술자리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나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어쩌면 내 능력 이상의 힘을 쏟아부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소진되어 달리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달렸으니...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어슬렁어슬렁 느긋하게 일한다며 상사에게 잔소리 듣던 동기는 구조조정의 한파에서도 살아남아 늦게까지 밥벌이를 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약하여 휘어지는 버들가지는 딱딱하여 부러지는 참나무보다 더 질기고 힘이 세다고 한다.  


  요즘 집안에서 남자들의 입김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남편들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산다. 실직자가 되는 동시에 수십 년을 함께 산 아내가 이혼 서류를 내밀까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 만은 아니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데 비해 여자들은 시나브로 힘을 얻는 것 같다. 힘의 이동, 권력의 이동이라고 할까... 시대의 변화도 모르고 자칫 근육의 힘만 믿고 설쳐대다가는 큰코다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힘을 빼고 살아야 할 게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이런 말이 어울리는 건 아닐는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육체의 힘보다는 정신의 힘이 더 중요하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강한 정신력과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내 지난날의 질곡을 지나올 때도 그러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어둠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을 게다. 


  눈에 보이는 힘보다는 보이지 않은 힘을 길러야겠다. 몸을 유연하게 하여 힘을 빼면 뺄수록 더 큰 힘이 비축될 것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힘도 빼야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시원한 스트라이크를 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던진 공은 1번 핀을 정확히 때려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비록 너무 늦게 힘 빼기에 성공하여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와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손을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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