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탁 진 Apr 17. 2022

어제는 졌지만 오늘은 이길 수 있다.

프로야구를 보면서..

                       어제는 졌어도 오늘은 이길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봄이 될 때까지 마치 제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어서 4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 것은 내가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나서부터였다.


  학창 시절, 내가 다닌 초, 중, 고교의 대표종목은 모두가 축구였다. 대회가 있던 날에는 단체응원도 가고, 관심사들이 대부분 축구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기에 스포츠 중에 축구라는 종목을 제일 좋아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월드컵이나 국가대항전은 챙겨보기는 하지만, 아마도 애국심의 발로로 우리나라가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내 고향을 연고지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 팬이 되었다. 당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정권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감과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국가적으로 스포츠를 장려하였다는 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88 올림픽과 프로야구가 아닌가 싶다.


  마침 그때 우리나라에서 화려한 색상의 칼라 텔레비전의 보급과 방송이 시작되었을 무렵이었으니... 초록빛 잔디 위에서 울긋불긋 갖가지 화려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손안에 쥐어지는 작고 하얀 공을 치고, 멋진 모습으로 잡고, 홈을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칼라 TV로 생생하게 중계도 하였으니, 거기에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에 들썩들썩 몸이 흔들리고, 내가 응원하는 연고팀이 이길 때면 마치 내가 감독이라도 된 것처럼 선수들을 칭찬하고, 박수를 쳐주었지만, 혹여 맥없이 경기에 질라치면 결정적인 순간에 안타를 못 친 선수들을 나무라고,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야구란 종목은 경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선수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주문하기도 하고,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내 뜻대로 선수들이 다 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아니, 왜 저기서 번트를 안 대는 거야?

  감독은 쓸데없이 강공을 지시해서 더블플레이를 당하는 거야?

  에이~~ 무사 만루 기회를 날리다니...

  저 선수는 너무 못해~~

  아! 저기서 왜 에러를 범하는 거야? 답답해 죽겠네~~


  야구는 경기시간이 긴 스포츠다. 대부분 세 시간 이상 걸린다. 혹여 연장전이라도 하게 되면 네다섯 시간도 더 걸리는 경기도 있다. 그래서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 쉽지 않다.


  1회부터 9회 말까지 긴 시간 동안 별별 상황이 다 벌어지고, 에러도 하고, 안타도 치고, 도루도 하고, 삼진도 당하고, 잘 쳤다 싶은대도 수비수 정면으로 공이 날아가 아웃이 되고, 시원한 홈런 한 방으로 경기가 뒤집히고...


  혹자들은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네 인생살이가 야구 한 게임에 다 들어있는 듯도 하다. 잘 풀리다가도 어디선가 꼬여 가슴 답답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대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세상은 흘러가기도 하고, 뜻밖의 행운을 얻어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한 번의 실수로 쌓아온 탑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지금까지 지고 있더라도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몇 회가 더 남아있다. 마지막 쓰리아웃이 될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9회 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홈런을 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트를 휘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겠는가? 쾅!!! 홈~~~런~~~~


  오늘도 야구경기를 한다. 주말이라고 집에 온 딸아이가 봄나들이 가자고 한다. 예전 같으면 야구 봐야 되는데...하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렸겠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어 다행이다. 돌아다니면서도 야구중계를 볼 수 있으니까... 좋은 세상이다. 야구를 즐기기에도~~


  어제도 졌는데, 오늘은 이기려나...  상대는 지금 1위를 달리는 팀이다. 하지만, 야구는 절대적인 실력차가 아니라 상대적 실력차로 이기고 지는 경기다. 꼴찌가 1등을 잡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야구다.


  1위를 한다고 우쭐댈 것도 아니고, 꼴찌를 한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다.  꼴찌도 일등을 잡을 수 있으니...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힘에게 길을 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