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탁 진 Apr 22. 2022


우주로 떠난 개, 라이카

누군가의 희생 

                    우주로 떠난 개, 라이카



  지난 주말, 오래된 드라마에서 <라이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라이카는 우주로 간 개의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 문득 그 이름이 다시 생각나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1957년 구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지구 생명체 최초의 개라고 한다. 라이카는 거리를 배회하며 살던 떠돌이 개였다고... 


  인류의 우주개발을 위해 실험대상으로 선택되었던 강아지 라이카... 혹독한 우주적응훈련을 마치고 초속 11 킬로미터가 넘는 엄청난 속도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던 라이카...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 밖을 내다보며 라이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계에서 제일 빠른 비행기를 인간보다도 먼저 탔다는 기쁨이라도 느꼈을까? 초록별 지구를 내려다보며 자기가 태어난 지구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


  온몸은 실험을 위해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었을 거다. 무중력 상태의 좁은 공간에 갇혀서 둥둥 풍선처럼 떠다니는 것을 재미있어했을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라이카...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인간에 의해 선택된 죽음의 길.   라이카를 태운 인공위성은 몇 시간 동안 지구를 돌다가 결국 통신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궤도를 이탈해 불타버리고 말았다고...


  물론 과학자들은 라이카의 희생 덕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되어 추후에 인간을 직접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적막한 우주에서 라이카는 지구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오늘날, 라이카의 죽음을 초석으로 하여 많은 우주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정거장에 몇 개월씩 상주하며 각종 과학 실험을 한다고 한다. 


  오래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 소연 박사가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 정거장에 올라가기도 했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시도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 인류를 우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씩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희생 없는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실험용으로 보통 우리는 흰 주를 이용한다. 갖가지 생체실험에 희생양이 되는 흰 쥐...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 제일 먼저 그 주사약을 맞고서 언제 죽는지...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때로는 망가진 뱃속을 다 드러내어야 하는 첫 번째 희생양. 우리 인간을 위해 죽어야 하는, 약한 동물들... 지금 온 지구를 휩쓸고 있는 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도 분명 많은 흰 쥐들의 소중한 희생이 있었을 게다.  


  라이카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인류발전을 위해 이 목숨 다 바쳤는데, 지금 너희 인간들은 뭘 하고 있는가? 우주로켓기술을 이용해 전쟁을 위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고, 핵무기를 개발하여 인류멸망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니... 아...  지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순간들은 다른 이의 땀과 노력으로 인해 얻어진 것이고, 이름 모를 많은 생명들의 목숨 값이고, 본의 아니게 우리가 가짐으로 해서 다른 이들이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 것일 게다...


  그래서,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은 쉬운 거 같다. 아, 감사합니다... 그 말이 우리 가슴속에 정말 우러나오려면, 주변의 많은 것들을 돌아보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 보고,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그 귀함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숫가에 떠도는 봄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