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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May 02. 2022

[연재 동화]  산지니, 다시 하늘로...  7편

닭장에서 벌어진 소동... 


                     < 7 >


  모두가 잠든 밤이었다. 산지니도 헛간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낮에 마당 식구들과 강변까지 나가 노느라 몸이 피곤했다. 

  "꽤애액! 꽤애액!" 

  "꼬꼬댁 꼬꼬!"

  닭장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산지니는 침입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역시나 닭장에서 소란이 났다. 산지니는 급히 걸음을 옮겼다. 


  "조심해! 오소리다!"

  닭과 오리들이 오소리를 피해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녔다. 오소리는 시퍼런 눈빛을 빛내며 어느 놈을 잡아갈까 고르고 있었다. 


  산지니가 닭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맨 앞에 서서 오소리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웠다. 부리를 커다랗게 벌리며 금방이라도 쪼을 듯이 이리저리 휘둘렀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바람을 일으켜 위협했다. 오소리는 뜻밖에 나타난 산지니를 보고 놀라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아니, 네가 왜 여기 있냐? 너도 닭 잡으러 나왔냐? 그렇다면 공평하게 한 마리씩 잡아가면 되겠네. 낄낄."     


  산지니는 혹시라도 오소리가 자신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까 봐 더욱 거세게 위협했다.

  "이거 왜 이래? 참아. 같이 먹고살자고. 설마 이 많은 닭과 오리들을 네 혼자 먹겠다는 건 아니겠지?"

  "시끄럿! 어서 꺼지지 못해? 빨리 사라지지 않으면 나의 이 날카로운 발톱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다. 네 못 생긴 얼굴을 찌그러진 세숫대야로 만들어 버리겠어. 그러니 빨리 꺼져라!"


  산지니의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닭과 오리들이 기세 등등한 모습에 힘을 얻었는지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래. 확 그어버려! 저 야비하고 못 생긴 낯짝에다 빨간 빨랫줄을 쳐!"

  "네 부리는 어떻고? 철판이라도 뚫어버릴 만큼 강한 부리 맛을 보여줘! 온몸에다 뽕뽕뽕 구멍을 내버려!"

  "시간 끌지 말고 어서 해치워버려!"

  조금 전에  잔뜩 겁을 먹었던 것은 잊어버리고 다들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닭들의 기세에 오소리는 기가 죽어 꼬리를 낮추었다. 

  "아니, 이것들이 정말! 이게 아닌데?"

  산지니가 정말 달려들 듯이 다시 한번 발톱을 쳐들자 오소리는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버렸다. 

  "와아!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그래. 정말 우리가 오소리를 물리쳤어."

  닭과 오리들은 서로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기뻐했지만, 산지니의 목덜미에는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땅꼬마도 산지니의 용감한 모습에 박수를 쳤다.  


  그날 이후로 산지니는 마당 식구를 지키는 지킴이가 되었다. 밤에는 헛간이 아니라 닭장에서 함께 잠을 잤다. 자기가 남에게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남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슴 뿌듯하게 느껴졌다. 소년은 그런 산지니가 신기하고 기특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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