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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May 04. 2022

[연재 동화]  산지니, 다시 하늘로... 8편

갈대밭에 쳐 박힌 산지니


                    < 8 >


  서울로 돈을 벌러 갔다던 소년의 엄마가 낯선 아저씨의 차를 타고 집으로 찾아왔다. 엄마는 소년을 아저씨에게 인사시켰다. 할아버지에게는 곧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결혼식을 마치면 소년을 데리고 갈 거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소년은 자기를 보며 웃고 있는 아저씨가 그다지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는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제 너에게도 새 식구가 생기게 되었구나.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힘이 들게다. 하지만, 저 눈먼 매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겠지."


  소년은 마당에서 닭과 오리와 함께 다니는 산지니를 바라보았다. 산지니는 오리처럼 궁둥이를 뒤뚱거리며 걸어 다녔다. 그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산지니가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날지 못하는 게 불쌍하기도 했다.


  소년은 산지니를 안고 강변으로 나왔다.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얼굴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산지니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바람 속에서 자유롭게 날던 생각, 먹잇감을 발견하고 번개처럼 날아갈 때 온몸에 스치던 바람과의 마찰. 사냥감을 낚아챌 때의 통쾌한 기분. 그때의 느낌이 심장을 뛰게 하였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깜깜한 어둠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자! 이제 한번 날아 봐. 내가 봐줄 테니..."

  소년은 모래톱에다 산지니를 내려놓았다. 


  산지니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어디로 날아가란 말인지,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날아가란 말인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소년은 어서 날아보라고 재촉했지만, 도저히 날개를 펼칠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소년이 산지니를 두 손으로 덥석 들어 올려 위로 던졌다. 산지니는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날개를 펴서 파닥거렸다. 그렇지만, 이내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그냥 엎어진 채로 가쁜 숨만 헐떡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날개를 퍼덕거려 날아보기는 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묘해졌다. 정말 다시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에 묻은 모래를 털고는 날개를 펼쳐 조금 휘저어보았다. 몸이 움찔움찔 공중으로 솟아오를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해 봐!"

  소년이 박수를 쳤다. 산지니는 용기를 내어 부리를 앙다물고 힘차게 날개를 저으며 땅을 찼다. 몸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분명 자기가 지금 날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시 땅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심히 날갯짓을 했다. 


  마음은 몸보다 더 하늘로 날아올랐다. 

  "와아! 난다, 날아!"

  등 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지니는 당황했다. 무작정 날아오르기는 했지만 어떻게 내려가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돌아와! 이리로 와야지! 그냥 앞으로만 가면 어떡해?"

  소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산지니는 덜컥 겁이 났다. 몸이 움츠려 들면서 날갯짓도 어정쩡하게 되어버렸다. 다음 순간, 갈대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소년은 학교에서 수업시간 내내 산지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잘 날 수 있게 할 건지 궁리하느라 선생님의 말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년은 헛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나서  구석에서 물건을 하나 찾아냈다.

  "아니, 그건 왜 꺼내왔어? 옷은 그게 또 뭐야? 먼지투성이가 되었잖아!"

  "할머니, 나가서 놀다 올게요..."

  소년은 닭장 옆에서 햇볕을 쬐며 졸고 있던 산지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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