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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May 06. 2022

[연재 동화]  산지니, 다시 하늘로... 9편

산지니의 날갯짓


                    < 9 >


  강변에는 '따당 땅땅!'하고 꽹과리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강에서 물놀이하던 가창오리들과 갈대밭을 돌아다니던 들쥐들이 깜짝 놀라 멀리 도망갔다. 모래톱에서는 소년이 꽹과리를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소년의 옆에는 산지니가 멀뚱한 얼굴로 소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소리를 내줄 테니 이 꽹과리 소리를 찾아오면 될 거야."

  산지니는 요란한 꽹과리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이마를 찌푸리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한 줄기 생각이 스쳤다.

  '그래,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의 답이 이거였어. 일단 날아오르는 것은 할 수 있겠지만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 늘 문제였는데. 이 소리를 듣고 돌아오면 되겠구나...'

  소년이 꽹과리를 두드리는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자! 어서 날아가거라!"

  소년은 더욱 힘차게 꽹과리를 쳤다. 산지니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눈앞에는 막막한 어둠만이 끝없이 펼쳐졌다. 덜컥 겁이 났지만 꽹과리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좋았어! 그대로 날아라!"

  산지니는 처음 날아오르기 전에 가늠해두었던 꽹과리 소리의 크기를 생각해보았다. 맞바람이 불어와 산지니의 몸을 한층 더 위로 들어 올렸다. 너무 높이 날아오르는 건 아닌지, 멀리 날아가서는 안 되겠다 싶어 몸을 돌려 소리의 방향을 찾았다. 


  소년은 산지니가 자기 쪽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일정한 간격으로 꽹과리를 쳤다. 산지니는 소리를 따라 천천히 내려앉으려다가 모래톱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속도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다. 소년이 달려와 산지니의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었다. 

  "잘했어. 많이 날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더 많이 날 수 있을 거야. 하하."


  산지니는 자기가 날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비록 잠깐의 비행이었지만 날개를 스치며 지나가던 바람이 아직도 자신의 몸을 붕붕 띄우는 것 같아 기분이 들떠 있었다.


  짜릿한 비행을 하고 돌아온 산지니는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얼마 만에 날아본 것인가!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만 같았다. 


  "왜 잠을 안 자고 쓸개 빠진 놈처럼 싱글벙글 웃기만 하니? 뭐 좋은 일 있었니?"

  곁에서 잠자고 있는 줄 알았던 땅꼬마가 나직이 소곤거렸다. 

  "아직 잠을 자지 않았구나. 좋은 일? 그래. 오늘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아니, 정말로 날았지."

  땅꼬마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날아? 네가? 어떻게?"

  "쉿, 목소리 낮춰. 다들 깨겠다. 그건 소리였어. 네가 나를 안내해줄 때도 말을 해서 방향을 가르쳐주잖아. 내가 날 때도 아이가 꽹과리를 쳐주었어.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비행방향을 잡을 수 있었지."

  "그래? 그런데 꽹과리를 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 아이가 엄마를 따라 서울로 간다고 하던데..."

  산지니도 들었다. 소년이 엄마를 따라간다는 말을... 모처럼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러면 어떡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산지니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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