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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May 11. 2022

부부란 글자

부부의 날이라는데...


                 부부란 글자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부부가 길을 가도 함께 손을 잡기는커녕, 나란히 곁에서 걷지도 못했다. 남편은 멀찍이 남인 양 앞서 걸어가고, 아내는 종인 양 남인 양 뒤에서 슬금슬금 따라가던 시절도 있었으니...


  물론 우리 시대는 아니다. 요즘 이러다간 간 큰 남자니, 어쩌니, 난리가 날 것이다.)


  부부란 글자를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이 그려진다. 아마 세종대왕 께서 허수아비와 허수어미를 보고 글자를 만들지 않았을까... 


  부부는 함께 길을 가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라고 한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둘이 하나가 되어 손 잡고 살아가는 존재... 그래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나 보다.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어도, 자식을 낳고, 기르느라 남편과 아내의 거리는 가운데 있는 자식으로 인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삶의 대부분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고, 으레 그렇거니 하며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 속에 어느새 아내의 머리카락은 희미해지고, 연약해졌다는 걸 아이들이 자라 떠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어느 노랫말처럼, 있을 때 잘해~~  우리는 서로에게 노래를 하지만,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가는 거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정보다 연민이 더 많아진 탓일는지... 


  "아이고, 내가... 불쌍해서 봐준다..." 


  지나온 세월, 부딪치며 살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닳아서 지금은 둥글넓적해져 가까이 있어도 별로 덜그럭 덜그럭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알아서 피해줄 줄도 아는 아량도 생겼으니... 아마 아내의 그것이 내 것보다 좀 더 클 거 같다.


    부부의 날을 맞아 어느 조사의 결과를 보면 재미있는 게 있다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아내와 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자는 7 %, 여자는 단 3% 만이 그러겠다고 답을 했다나...      

  한번 살아봤으니 다른 사람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말이겠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희망, 기대, 지금보다야 더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이가 최선일까? 최선이었을까? 그래도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는지...


  오래오래 한쪽 눈 감고 이쁜 구석만 쳐다보는, 아니 이쁘다고 여기며 사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굴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해지고,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려도... 


  오늘은 연리지처럼 다정히 손 잡고 오래오래 살도록 어디 국수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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