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권을 사야 하나...
어제 로또 복권 1등이 두 명이 나왔다고, 당첨금이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누가 들어도, "와아~ 좋겠네~~" 할 게다...
문득 아들 생각에 당첨된 복권 판매소 주소를 확인할 때까지... 설마~~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저 벼락 맞을 확률, 돈벼락 맞을 확률이 800여만분의 1이 혹시나... ㅎㅎ
어제 오후에 아들이 퇴근을 하면서 전화를 해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복권 하나 사야겠다고...
그런데, 왜 하필 추첨 당일 오후에 사려고 하는지... 기왕이면 월요일에 사서 일주일 내내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면 그래도 좀 기분이 좋지 않을는지...
만일... 혹시라도 내게 1등이라는 행운이 온다면, 그 돈으로 무얼 할까... 집을 살까? 작은 건물이라도 하나 사서 조물주보다 더 좋다는 건물주라도 되어볼까나...? 아니면, 기분 좋게 식구들에게 나누어 줄까...? 아직 되지도 않았지만, 이런 생각들에 잠시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토요일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희망일지라도...
복권이란 게 그렇다. 이름 그대로 복을 주는 종이 한 장... 당첨이 되면 복권이 돈을 주는 돈권이 된다. 돈이 곧 복이니... 돈이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그래서 돈이 없는 서민들은 복권 한 장에 꿈을 꾸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였다. 당시에는 복권이 주택복권 밖에 없었는데, 주말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숫자판을 향해 화살을 쏘아 번호를 추첨했다. 2조 123456... 이렇게 6등부터 1등까지 추첨을 했는데, 어느 날인가, 우리 집에도 경사가 생겼다.
매번 6등이 되어 본전만 하다가 하루는 3등에 당첨되었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 당시 3등 상금이 10만 원이었던 걸로 안다. 부모님은 상금을 타러 직접 서울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우리 집 안방에 신형 흑백텔레비전이 턱 하니 놓이게 되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더 이상 만화방에 김일 레슬링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복권이 우리에게 텔레비전이라는 복을 가져다준 것이다.
아마 그 이후로 더는 우리 집에서 3등 이상의 복권이 당첨된 일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도 여전히 팔순 노인이 된 아버지도 복권을 사고, 아내도 가끔씩 꿈을 꾸었다며 시내 나갔다가 복권을 사 온다. 직장인인 아들도 우리보다는 더 자주 복권을 사는 거 같다.
아무리 열심히 복권을 사도 이상하게 나는 당첨이 잘 안 된다. 그런데, 당첨되었다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되기는 되는 거 같은데... 그 엄청난 확률이 왜 내게는 오지 않는 걸까?
이번에 당첨된 복권은 소위 자동 복권이라고, 기계가 무작위로 찍은 번호라고 한다. 사람들은 번호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한다. 언젠가 아내는 추첨하는 방법을 흉내 내어, 탁구공을 45개나 사 와서 일일이 번호를 써서 통에 넣고 하나씩 꺼내 번호를 정해서 복권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는지 머지않아 탁구공들은 수납장 구석에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조상이 꿈에 나와 번호를 가르쳐주었다는 사람도 있고, 대통령 꿈을 꾸어 당첨되었다는 말도 있고, 냄새나는 똥꿈을 꾸었다는 둥...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은 저마다 비결이 다 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 비슷한 꿈을 꾸어 복권을 하나 사 본 적이 있었지만... 역시나... 꽝!! 돈벼락은 언제나 나를 피해 다른 곳에만 떨어졌다...
복권 당첨이 확률게임이라고, 많이 사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매주 적지 않은 금액을 쏟아붓는 이도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많이 사면 가능성은 더 있겠지만... 1등은 노력의 결과는 아닌 것 같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줄지는 몰라도, 돈을 주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살다 보면 돈이 곧 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가끔 보기도 한다. 복권에 당첨되어 불행해진 이들도 있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주 복권을 산다. 나에게도 행운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때로는 얼마 전 꾼 꿈 때문에 산 복권이 휴지 조각이 되었더라도, 돌이켜보면 다른 좋은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복권이 꼭 돈으로만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 아들이 복권이고, 딸이 로또고, 아내가 주택복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는 6개의 숫자 중에서 하나도 맞지 않은, 꽝이 된 복권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새로운 복권을 하나 사러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