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아무도 모르게 울었던 밤들

by 테디

어머니의 말은 나를 바로 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절망의 깊은 바닥에 닿아 있던 나를
아주 조금 끌어올리는 작은 힘이었다.
내가 멈추지 않도록,
내가 완전히 부서지지 않도록
단 한 사람만이 내 손을 붙잡아주고 있었다.

도박에서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은 뒤의 밤들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했다.
중독은 몸이 아니라
생각의 습관을 먼저 잡아먹는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화면을 보지 않으려 누워 있어도
숫자들이 눈을 감은 뒤에도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손끝은 무언가를 누르고 싶어 근질거렸고
심장은 이상하게 빨리 뛰었다.
머리는 무거웠고,
생각은 하나의 방향으로만 흘러가려고 했다.
다시 해도 되지 않을까.
조금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때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모의 도움은 받을수 없었다 아버지는 나를 내쳤다 너 스스로 해결하라는 말뿐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는중에 해외 일자리를 알게되어 무조건 가야했다. 빚을 갚기위해
그러나 어머닌 요즘 사건사고가 많아 젊은 청년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가지 마라.
살아라.” 버텨라.라는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다시 어둠으로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잠은 오지 않았다.
이틀, 삼일, 사흘—
밤이라는 시간이
고문처럼 길게 늘어졌다.
누가 본다면
그저 뒤척이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 뒤척임 속에서
나는 매 순간
내 과거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울었던 밤도 있었다.
조용히 숨을 삼키며
목이 메어 울음을 흘렸다.
왜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무너지는 것 때문인지,
살아야 한다는 말 때문인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사람은 낮에는 괜찮은 척할 수 있다.
하지만 밤에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 얼굴을 마주한 채
나는 몇 번이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내 앞에 조용히 밥을 놓아두고
그저 한마디만 했다.
“먹고 버텨라.”

그 말은
책임이 아니었고,
명령도 아니었다.
그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건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또 하루를 견뎠다.
눈물로 지새운 밤을 지나
아침 햇빛이 방에 들어오면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박을 끊는다는 건
멋진 결심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하루를 버티는 과정이었다.
버텨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어머니가 붙잡아준 그 말 때문이었다.

나락의 가장 자리에서
사람을 다시 끌어올리는 건
대단한 도움이나 거창한 조언이 아니었다.
단 한 사람의 다정함이
가장 잔인한 밤을 견디게 했다.

나는 그 다정함으로
다음 밤도,
그 다음 밤도
겨우겨우 견디고 있었다.

이전 11화10화 — 사람을 끝에서 붙잡는 건 언제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