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회복은 언제나 절망과 나란히 걸었다

by 테디

도박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한 후
내 삶은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결코 곧고 단단한 길이 아니었다.
회복은 언제나
절망과 손을 잡고 걸었다.
한쪽 발은 빛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다른 쪽 발은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가도
저녁이 되면
다시 생각이 흐릿해졌다.
무너지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하루에 수십 번씩 부딪혔다.

나는 치료센터를 찾아갔다.
회복이라는 단어를
누군가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센터의 공기는
생각보다 더 차분했고
생각보다 더 무겁고
생각보다 더 외로웠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표정은 다 달랐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부러진 흔적이 묻어 있었다.
누군가는 빚에 짓눌린 사람이었고,
누군가는 가족에게 버려진 사람이었고,
누군가는 이미 파산한 뒤
남아 있는 것조차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담사는 말했다.
“회복은 재발을 포함합니다.”
나는 그 말이 오히려 더 슬펐다.
도박은 끊는 게 끝이 아니었다.
끊은 뒤에도
계속 끊어야 하는 병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회적 구조의 어둠을 조금씩 보게 되었다.
도박은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장치였다.
온라인에 퍼져 있는 수많은 광고,
막히지 않는 접근성,
감시 없는 시스템,
돌아올 수 없는 해외의 함정들.

청년들이 해외로 가서
감금되고, 팔리고, 죽는 현실을
센터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돌아와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 속에는
아직도 문이 잠겨 있는 방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치료센터의 현장은
한마디로 말해
살아남은 사람들의 조용한 수용소 같았다.

그곳에서 나는
사회가 얼마나 무심하게 사람을 바닥으로 밀어넣는지,
그 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일이
얼마나 늦고 얼마나 고독한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삶을 바라보려 했다.
창문을 열면 겨우 바람이 느껴졌고
밥을 먹으면 아주 미약한 맛이 느껴졌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심장이 조금은 덜 무거워졌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흔들렸다.
화면을 열고 싶어지는 충동이,
하루를 버티며 쌓인 피로가
나를 천천히 절망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그 사이에서 하루를 건너고 있었다.
회복과 절망 사이.
살고자 하는 마음과
무너지고 싶은 마음 사이.
어둠과 빛 사이.

어떤 날은 회복이 이겼고
어떤 날은 절망이 이겼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절망이 이긴 날에도
다음 날 아침이 오면
나는 다시 회복 쪽으로
발을 내딛어 보려 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박에서 벗어난 뒤 남는 공허한 빈자리

그 빈자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흔적

“아무리 부모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을 들은 자식의 깨져버린 신뢰

다시 회복되지 않는 관계

부모를 부모로 불러야 하는 ‘의무’와,
그 부모에게 상처를 받는 자식의 외로움
그속에서 나는 그냥 부모로 대하기로했다

애정이 있는 관계가 아닌 공적으로의 관계로만 불리는 존재로 남기고 그렇게 난 내마음에서 아버지에대한 애정을 지우고 있었다 끝까지 자식을 위해줄줄 알았던 아버지, 마지막 버팀목일줄 알았던 사람, 나를 자식으로 여기지 않겠다던 아버지라는 사람을 그렇게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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