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언가를 그만두면
먼저 포기라는 말을 떠올린다.
끝까지 하지 않았으니까,
버티지 않았으니까,
남들처럼 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모든 그만둠이
포기는 아니다.
어떤 그만둠은
늦게 도착한
선택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이미 마음이 떠난 자리에서도
몸만 남겨 둔다.
포기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그래서 더 오래
머무른다.
이미 의미를 잃은 곳에서.
그때의 머무름은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조용히 마모가 시작된다.
포기와 선택의 차이는
결과가 아니라
이유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망치기 위해 그만두는 것과
살아남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것은
같은 모습이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선택은
언제나 설명이 필요 없다.
다만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포기는
자주 스스로를
속이는 말과 함께 온다.
“원래 별로였어.”
“이 정도면 충분했어.”
그 말들 속에는
아쉬움과 미련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선택은
조금 아프지만
이유를 분명히 안고 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그 결정을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요즘
그만두는 일 앞에서
이 질문을 먼저 한다.
이건
피하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면
지키고 싶은 나를 위한 선택일까.
그 질문에
솔직해질 수 있다면
그만둠은
더 이상 포기가 아니다.
그건
다른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조용한 선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언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
끝까지 가지 않는 용기,
다르게 살겠다고
인정하는 용기.
그 용기를
나는 이제
조금 존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