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무도 모르게 흔들리는 날들

by 테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루가 흐른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겠지.

하지만 나에겐,

그날도 작은 전쟁이었다.


보청기를 빼는 순간,

세상은 거대한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바람 소리도,

누군가 부르는 소리도,

심지어 내 마음조차도 멀어지는 것 같아

갑자기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듯

귀가 멍해지고, 숨이 막힌다.


폭설이 내린 뒤의 적막처럼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 고요함.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고,

나는 몇 번이고 "뭐라고요?"를 되묻다

결국은 그냥 웃는다.

웃으며 넘기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어쩌면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괜찮아. 괜찮은 거야."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지금, 무너지고 있다.’


**


가족들과의 식사 시간.

남편과 아이는 내가 못 알아듣는 걸 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좀 전해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데,

대화는 나를 비껴간다.

아이도 가끔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다.

"엄마 또 못 들었어?"

그 말 한 마디에

하루치 용기가 쪼그라든다.


**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는 매일 누군가의 불편함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말을 줄이고,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넘긴다.


그저 무던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그래야 덜 미안하니까.

그래야 이 질병이

덜 설명되길 바라지 않으니까.


**


그래도 나는 오늘도 살아냈다.

비틀거렸고,

들리지 않았고,

마음은 수없이 흔들렸지만—

하루를 끝까지 걸어왔다.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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