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너는 손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마음은 그만큼 고요했다.
햇살은 바닥에 길게 드리워졌고,
바람은 젖은 옷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베란다 난간에 팔꿈치를 올리고 조용히 말했다.
“문득 그런 생각 들더라.
이 옷들이 햇빛을 다 마시고 나면
우리보다 더 가벼워질지도 모르겠다고.”
그가 옆에서 웃었다.
“그러게.
우리 마음은 아직도 눅눅한데.”
베란다는 좁았지만,
우리가 나란히 설 수 있을 만큼은 여유로웠다.
작지만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창,
현관 밖은 세상이었고
이 안은 그냥… 우리였다.
“어제는 창밖 보면서 혼잣말했어.
‘너 지금 괜찮니?’라는 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대답은 들었어?”
내가 물었다.
“아니.
근데 그렇게라도 말해야
마음이 덜 막히더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나도, 내 마음을 햇빛에 좀 널어놓고 싶어.
말은 못 하겠고…
속으로라도 꺼내놓고 나면, 좀 나아지잖아.”
그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말하지않아
도, 햇살아래선 마음이 천천히 말라가기도 한다".
그 순간, 아주 잠깐 마음 한 조각이 마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