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몸이 무겁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숨이 깊어지고, 손끝
하나 움직이기조차 귀찮다.
해야 할 일은 분명 머릿속에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운동을 하러 나가는 건 물론이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
는 일마저 큰일처럼 느껴진다.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도 귀찮아서,
그대로 이불 속에 눕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혹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런 날을 ‘게으른 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어쩌면 내 마음이, 잠시 멈추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잠시라도 세상에
서 물러나 숨을 고르는 방식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날이 하루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다.
오늘 쉬었으니, 내일은 할 거라는 다짐이
쉽사리 무너진다.
그 내일은 또 모레로 미뤄지고, 그렇게 며
칠, 몇 주가 흘러간다.
그 사이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몸과 마음
의 거리는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달콤하지만,
오래 머물면 독이 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조금만 더 쉬어도 될까?”
그리고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