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사람들과 웃었고,
약속을 지켰고,
해야 할 일은 빠짐없이 해냈다.
나는 일상의 껍질을 정교하게 유지하는 데
나름의 능숙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밖에서 보기엔 멀쩡한 사람도
안쪽에서는 금이 서걱서걱 생기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본인조차 모른다.
도박은 그 틈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감정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쳐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빈틈으로 스르륵 스며들었다.
나는 여전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직 내 삶을 잃지 않았다 믿었고,
아직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종이처럼 얇고, 손끝만 스쳐도 찢어질 만큼 약했다.
어느 날 밤,
화면 속 작은 숫자가 흔들리던 순간이 있었다.
딱히 큰 금액도 아니었고
그날의 일상도 똑같았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 한쪽에서
작은 울림이 들렸다.
아, 뭔가 잘못 가고 있구나.
그 조용한 문장의 온도는
놀랄 만큼 차가웠다.
마치 누군가가 내 안쪽 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린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 신호를
무시했다.
사람은 흔히 그렇다.
잡고 있던 줄을 놓고 싶지 않아
경고음을 스스로 지워버린다.
내가 가진 모든 감정 중에서
무시하는 능력은 가장 빨리 자란다.
그렇게 균열은
보이지 않는 쪽에서부터 넓어졌다.
겉으로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처럼 살면서
내 안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조용한 파편이 떨어져 나갔다.
그 파편들이 쌓여
나중엔 별처럼 반짝거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부서지는 조각들은
빛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그때 이미
내 삶의 중심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그걸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