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에는 중심이 있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그 사람을 버티게 하는 무게 중심 같은 것.
누군가에게는 가족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일, 혹은 희망 같은 것.
그게 무엇이든 중심을 잃지 않는 한
사람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때의 나는
알지 못하는 사이
삶의 중심이 바껴 버렸다.
처음엔 대체되는 줄도 몰랐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화면이
어느새 사람의 얼굴이 아닌 숫자였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루의 계획보다
전날의 결과가 먼저 뇌리에서 움직였다.
도박은 중심을 빼앗는 데
어떤 폭력도, 어떤 소리도 쓰지 않는다.
그저 내가 피곤한 날을 골라
살짝 다가와 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이 자기 삶의 중심을 내어주는 순간은
대부분 너무 조용해서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건 이미 도박이 만들어준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삶이었다.
일상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중심은 완전히 옮겨가 있었다.
몸은 회사에 있었지만
마음은 그 안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듯했고
생각의 절반 이상이
보이지 않는 주사위와 흐르는 숫자들에 잡혀 있었다.
도박은 사람을 흥분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모두 덤덤하게 만든다.
삭막해진 마음은
더 큰 자극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의 손실도
조금의 성공도
이제는 큰 의미를 갖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 삶의 중심이 무엇으로 변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중심을 잃으면
사람은 어지러워한다.
하지만 중심이 바뀌어 버리면
사람은 어지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잘못된 방향으로 곧게 걸어갈 뿐이다.
나는 그 잘못된 길 위에서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