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개인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집’이었다.
화면 속에서 잃은 숫자는
그저 숫자였다.
손가락의 실수처럼 쉽게 잃었고,
다음번에 채우면 되겠지 하는 얇은 희망을
나는 계속 입안에서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숫자는
언제나 삶으로 번역된다.
숫자는 종이를 흔들지 않았지만
내 삶의 토대를 흔들었다.
처음엔 금액이 작았다.
그리고 작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방심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큰 금액에는 놀라지만
작은 금액 앞에서는
잘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구멍이 더 위험하다.
적당히 잃고, 적당히 벌고,
그 사이에서 조금씩 흐려진 경계는
어느새 나를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어느 날 문득
남은 잔액보다
내가 잃은 것들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부터 빚은
숫자가 아니라 실체를 가진 무게가 되었다.
집 안 공기가 달라졌다.
별말이 없었는데도
무언가 스치듯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쌓였다.
대화의 톤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식탁에 놓인 숟가락 소리가
어쩐지 예민하게 들렸다.
나는 내 표정이 굳어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칠 힘도 없었다.
말을 이어가고 싶은데
말이 도망치고,
웃고 싶은데
웃음이 입술에 걸렸다가 바로 떨어졌다.
도박은 집을 망가뜨리는 방식이
너무도 조용하다.
폭발음도 없고,
울음소리도 없고,
싸움조차 없다.
그저
집 안의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벌어지는 것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 거리는
메울 수 없을 만큼 멀어진다.
빚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지켜야 할 얼굴들,
내가 붙잡아야 할 손들,
내가 책임져야 할 삶들—
그 모든 곳에서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인터넷에서 시작된 작은 문 하나가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흔들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들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보다 먼저,
가정보다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 내가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