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부모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줄 알았다

by 테디

가정은 흔들려도

부모는 끝까지 남아 있을 거라 믿었다.

내가 아무리 기울어도

적어도 부모만큼은

내 존재의 가장자리라도 잡아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 나갔다.


도박으로 흔들린 집 안의 공기는

이미 서늘했지만,

아버지의 말은 그보다 더 차갑고 더 깊었다.


“넌 더 이상 내 자식 아니다.”

그 말은 분노가 아니라

결정처럼 들렸다.

마치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판결처럼.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우리 문중에 너 같은 인간은 없었다.”

“네가 잃었으니 네가 갚아라.”

“부모도 책임 못 지는 놈이 무슨 자식이냐.”


그 말들이 떨어지는 동안

나는 마치 벽에 세워진 그림자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의 심장은

소리 없이 깨지는 법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부모라면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가난이 덮쳐도

몸이 부서져도

그래도

부모만큼은 등을 돌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내 존재의 바닥을 처음 보았다.


아버지의 말은

비난이 아니라

부정이었다.

존재 자체를 끊어내는 방식의 말.

그는 나의 삶을 걱정한 게 아니라

내가 그의 이름에 남길 흔적을 걱정했다.

문중, 체면, 명예—

그런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쉽게 잘려 나갈 수 있는 한 조각에 불과했다.


“신고하고 싶다.”

그 말까지 들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부모와 자식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최소한의 온기마저

그 날 이후로는 찾을 수 없었다.


도박은 나를 흔들었지만,

아버지의 말은

나를 부숴버렸다.

도박은 빚을 남겼지만,

아버지의 말은

상처를 남겼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누구의 자식일까?’

그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밤새도록 울렸다.


이상한 일이다.

부모라는 존재는

끝까지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가장 먼저 등을 돌린 것도

가장 깊게 상처 준 것도

결국 부모였다.


그 사실이

나를 도박보다 더 깊은 어둠으로 끌어내렸다.

도박에서 빠져나오기보다 어려운 건

그 후에 남겨진 상처에서 빠져나오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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