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사람이 무너지는데는 단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by 테디

사람이 무너지는 데에는
거창한 비극이 필요하지 않았다.

주먹도, 소리도, 파괴도 아닌
아주 짧은 문장 하나면 충분했다.

“그래서, 또 그런 거 아니야?”

그 문장은 의심처럼 가장하고 있었지만
실은 판결에 가까웠다.
이미 끝나버린 사람에게
다시 유죄를 선고하는 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변명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문장이 나를 설명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버텨온 시간들,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넘긴 밤들,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스스로를 감시하던 마음들.

그 모든 것이
그 문장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 중
과거를 품고 살아본 사람은 많지 않다.

도박은 끝났지만
도박을 했던 사람이라는 이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깨달았다.
회복은 스스로의 의지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타인의 말로 완성된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사람들 앞에서
조금 더 조용해졌다.

설명하지 않게 되었고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아무도 나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낮추었다.

사람이 무너지는데는
단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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