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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Jan 20. 2024

꽃이 지다

그리움에 피고 지는 꽃
바람결에 하얀 꽃이 떨어진다.

친구에서 온 부고장 들고
장례식을 가던 날
어지러운 마음처럼
걸음마다 질퍽거렸지만
하늘엔
하얀 꽃이 날리고 있었다.

얼굴에 핀 검버섯보다
짙은 까만색 정장을 입은 친구는
시집 장가 갈 때가 지난

아이들을 인사시키지만
떨어진 꽃은
혼자서만 높은 곳에서 밝게 웃고

모인 몇몇끼리 둘러앉아서
내가 다 안다는 듯 하나는 말을 하고
나머지는 무거운 침묵으로
다들 무엇이 그리 허했는지
밥 한술 못 뜨고 긴 숨만 내쉬는데

이것저것 차림새를 춘 식탁 위에
방울토마토 만 눈치 없이

붉은 입술 홀로 웃고 

돌아오는 길을 함께 한 다른 친구가
"지하철이 편한데"

몇 번이고 되새김을 하지만
너도 나도 서로 말은 없지만

저기

먼 듯 가까운 듯에서

다가오는 것을 알기에

지는 눈꽃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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