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홍래 Apr 10. 2017

피정을 다녀와서

제주 면형의 집

"피정"

일상에서 벗어나 묵상과 기도를 통해 수련함



4월 유채꽃 피는 제주의 피정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였다

서울에서 일찍 출발한 관계로 제주에 도착하니

아침 9시경이 되었다

마중 나온 수사님들을 만나서 제주의 첫 성지로

방문한 황사평 성지, 천주 신자들의 무덤이

함께 있어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었다

개략적 성지에 대한 설명은 이러했다

구한말 제주에 천주 신자들이 밤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서 평민, 양반 모두가 형제라고 부르고

서로를 존중하였으나 낮에는 다시 본인의 신분 계층인 종, 노비, 평민으로 돌아가니 당시 신자들은

신분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정부에서 실시한 가혹한 세금 징수에 앞장

서서 일반 백성을 탄압하자 이재수가 난을 일으켜서 천주 교인을 모두 죽인 사건이 있였다

그 후 70년대 제주에 천주교구가 생기면서 역사를 추적하여 만든 성지이다

천주인으로써 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을 가지라고 우리에게 알려 주는 듯하다

이후 이곳에 천주 교도들의 묘지가 조성되면서

수많은 무덤들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저 많은 무덤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자 기도를 드려 본다

다음 방문지는 제주 4.3 기념관이다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사건이 기화되어 수많은

제주 도민이 죽은 우리나라의 아프고 치욕스러운 근대사 일 것이다

제주 해안으로 부터 5km 이후에 사는 사람을

좌익으로 몰아서 전부 소계 하라고 하여 8만 명

이나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그동안 모두 외면하고 있다가

2000년 이후 조사되어 그 억울함이 조명된

사건이다

첫 사진은 백비, 한이 너무 많아서 글을 세기지도

못한 채 누워 있다

우측으로 서 있는 죽은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묘비, 눈 속에서 갓난애를 앉고 죽어 있는 여인 상,

아래 가운데 아기가 잘 자라고 노래하는 자장가

음절, 그리고 묘비에 새겨진 이름도 없이 죽은 누구의 2살 난 아들...

제주 조천 성당 가는 길

4월의 제주, 유채꽃이 활짝 핀 너머로 제주의 청 푸른 바다가 보이고 조그마한 항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조천 성당

그러나 주위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시리고

슬픈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김기량 펠릭스"

병인박해 무렵 배를 이용하여 무역을 했나 보다

어느 날 배가 풍량으로 표류하다가 마카오 까지

흘러가 구조되어 그곳에서 세례를 받고

천주인이 된다 이후 귀국하여 원래 본인의 업인

무역을 하면서 천주교를 주위에 전파를 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당시 형벌이 죽을 때까지 매질을 당하는 태형이었다

두 번이나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나면서도

주위에게 맘 변치 말고 천주를 따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베드로도 새벽닭이 울기전 세 번이나 예수를

부정했는데 당시 그들의 신앙 무게가 어떠했는지

숙연해진다

그리고 나의 얄팍한 믿음이 부끄럽기만 하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면형의 집"

수도사 네 분이 거주하시며 믿음을 정진하는 곳이다 성당건물, 숙소건물, 넓은 정원 네 분만 사시기에는 너무 넓은 수도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원의 이틀간 생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지만 군대 시절이 생각이

날듯 하게 잘 정돈된 숙소 모습에서 수사님들의

행의 깊이 느껴 보게 되었다

윗사진 첫 번째 십자가 나무는 옛 성당 의자 나무로

만들었고 성전 교탁은 하나의 돌덩어리로 되어

있는데 제주도를 똑같이 만들어 거꾸로 세운 것

이다 바닥 대리석에 그림자를 보면 제주도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넓은 정원

정원 내에는 제주 최초의 귤나무가 있다

마지막 사진이 숙소 모습이다

일체의 가구 또는 전자 제품을 허락하지 않고

오로지 한쪽구석에 상당한 세월을 뿜어내는 나무 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저녁 식사 후 "나눔의 시간"

수사님 두 분이 거룩한 수사복을 입고

어린아이들의 율동을 먼저 하시고

따라 하면서 가슴속에 있던 벽들이

조금씩 열어 놓게 되었으나

결국 그 벽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길 위에서 수사님께 고해를 하면 서도 다 버렸지 못했 서울에 올라와 집에 가는 택시를 타고

차장 밖의 서울야경 보면서 또다시 불현듯 솟구쳐 올랐다

제주 13코스 올레길을 걸으면서  만난  

베를린 출신의 독일  아줌마,

나를 보고 연거푸  "원더풀" "어메이징" 말하던

노랑머리 아줌마

그녀의 푸른 눈에는 그렇게 보였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푸르디푸른 제주의 바다가

시퍼런 한이 설렁거리는 물결로만 보였다


4월의 바다는 저리도 청 푸른데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왜 이리도 슬플까?








매거진의 이전글 주변을 돌아 볼수 있는 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