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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May 28. 2017

수녀님의 롤 케익


"다음주 금요일 날에 갈게요"


수녀님을 만난것은 2년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개신교에서 스스로 뛰쳐 나와서

믿음의 홀로서기를 하려고 혼자서 이궁리,       저궁리 할때 였던것 같다

이쪽.저쪽 교회를 기웃거리다 좀 더 용기를 내서

그냥 막연하게 동경 만  해온 천주교에도

"함 가봐야지"

스스로 발길로 찾은 성당에서 첫번째의 만난 수녀님.

그렇게 시작한 인연으로 남들은 6개월의 교리 수업을 3개월 속성으로 받게 되었다

어쩌다 수업시간에  새신자들이 잡담을 널어 놓으면 좀 대충 지나갈 만도 하지만 그래도

꼿꼿 하시게 진도에 맞게 수업을 끝내시고는

 자그마한 키에 웃니를 드러내시며 살짝

웃을 실때는  가끔은 떠나 가신지가 몇년 되시는

나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시는  수녀님이다


새신자 교리 교육을 마치고 세례를 받은후

나의 카톨릭 생활은 처음에 다짐 했던 믿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 지고 무디어 때,

그래도 주일 날 지키는 것은 개신교 시절

훈련이 되어서 인지 의무적으로

성당에 출석 할 무렵,

본당 올라가는 계단에서 가끔씩

웃고 계시는 수녀님을 만날때,

"잘 지내시죠"

통상적인 물음 인사를 나누었지만                        말라 가고 있는  나의 신앙 생활 한부분을 내려 놓고

의지를 하고도 싶었다


금요일  날

모시기 위해 성당 앞으로 갔을때

수녀님은 제과점 봉투를 들고 계셨다


"처음으로 집 방문인데 빈손으로  오기가 뭐해서"

"그냥  오셔도 되는데..."


봉투 안에는 녹차 롤 케익이 들어 있었다

선물 받아 쥘때 기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세상 살아 오면서 받은 많은 선물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수녀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세 시간  가까이 커피 시간을 가지면서

나름 이분의 청빈의 삶이 조금씩 엿 보게 되면서

선물 주신 이 롤 케익이

그 분께서는  얼마나 큰것을 주셨는지

알게 되었다


"아직도 세상의 욕심 때문에 힘들어요

그럴때 마다 나름 욕심을 다루는 법이 있어요"


"욕심아,  젊은 시절은 너하고 친했지만

이제는  안돼, 안된다"


그러시면 욕심이 조금씩 없어 진다고 한다

육십의 중반대로 보이시는 수녀님

어쩌면 평생을 성직자,수도자의 삶을 사시면서 이제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사셔도 될것 같은데

그렇게 사셔도 후회가 되지 않을것 같은데

"수녀님 이제는 맘 먹은대로 편하신대로

살아도 되요"

잣말이  입안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수녀님이 돌아 가신 후

롤 케익이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개신교 생활과 통틀어 30년 가까히 종교 생활을   해 왔지만  성직자에게서 선물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가만히 수녀님의 삶을 생각 해보며                   녹차 롤 케익을  바라 보고 있으면

녹차 잎을 따는 5월에

새 파랗고 짙은 향을 뿜어내는 청아한                      차를 한잔 마시듯이  

내려놓고 수도 하시는 청빈의 삶을 맛 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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