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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Nov 19. 2019

수녀님과 롤케익

“다음주 금요일에 갈게요”

수녀님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수녀님을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그때 나는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뛰쳐 나와서 믿음의 홀로서기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였다 혼자서 이궁리, 저궁리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이쪽, 저쪽 교회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평소에 막연하게 천주교를 동경도 해왔고 또 교회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다른 교회를 가서 다시 상처를 받을까 싶어 다른 교회로 가는 용기를 내기는 힘들었다     


“함 가봐야지” 마음을 먹고 스스로 발길로 성당을 찾아 갔다 성당은 내가 다녔던 교회에 비해서 낡고 어둡 침침했다 예전 중세 영화를 보면 웅장한 고딕 건물로 된 성당을 내부에 들어 가면 빛을 제한하여 어둡 컴컴한 분위기와 비슷 하였다 성당에서 나의 첫 인상은 교회의 밝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비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말을 할때 수녀님을 처음 만났다  웬만한 교리는 개신교에서 다 배웠다고 설명을 하여도 빙그레 웃기만 하시면서 교리를 이수해야 만 세례를 받고 또 그래야만 천주인이 될 수가 있다는 말만 반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몇 십년만에 다시 새성도 교리 수업을 다시 받게 되었고 수녀님은 교리 교육을 담당 하셨다 새 성도들 이라서 궁금한 점도 많아서 때로는 성도들이 잡담을 널어 놓고 수녀님에게 농을 던지면 좀 대충 지나갈 만도 하지만 언제나 꼿꼿하게 진도에 맞추어서 수업을 끝내셨다 작은 키, 둥근 얼굴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모습은 평범한 수녀님이다 그러나 가끔 웃니를 드러내시고 살짝 웃을 실때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나게 하시는 수녀님이다    


새성도 교리를 6개월간에 걸쳐서 교육을 마치고 세례를 받은 후 처음에 다짐 했던 믿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 가고 무디어 갈 때 주일 날을 지키는 것을 의무적으로 성당에 출석을 할 무렵 본당 계단에서 웃고 있는 수녀님을 만나면 힘이 났다

“잘 계시죠” 서로 통상적인 물음과 답변 이지만 나는 말라 가고 있는 신앙의 한부분을 수녀님께 내려놓고 의지도 하고 싶었다    


수녀님은 얼마 전에 이사를 한 회사에 오셨어 축복 기도를 해주기를 했다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여 수녀님을 차량으로 모시기 위해서 성당으로 갔을 때 제과점 봉투를 하나 들고 계셨다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회사 방문을 위해 준비 하셨구나 짐작만 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내 책상 위에 봉투를 내려 놓고는 웃으시면서

“빈손으로 올수가 없어서 준비 했어요” 말했다

봉투 안에는 있는 것은 녹차 케익이다 시중 제과점에서 흔히 파는 파란색의 녹차 들어간 롤 케익이다 “수녀님 그냥 오셨도 되는데” 하면서 말을 끝까지 잇지를 못했다 성직자에게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이라서 말을 막혀서 끝까지 못했다 삼십여년 개신교 시절의 교력을 들추어 보면 목사와 전도사를 맣이 만나고 식사도 같이 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돈으로 구입 한 선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도 항상 성도들이 돈을 내는 것이 너무 당연하기만 한 세상에 있었다 그래서 수녀님의 롤 케익에 말문이 막혔다


수녀님은 회사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시고는 내 사무실에서 축복 기도를 시작 했다

자근 자근한 목소리로 기도를 하시고 가정과 회사의 축복을 주시고 성경 말씀의 한 구절처럼 살라고 하시면서 또 웃으신다 수녀님은 모든 말씀의 끝은 웃슴으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여기는 마땅한 식당이 없어요” 하면서 근처 식당을 소개를 해 드렸더니 수녀님은 활짝 웃으시면서 “저는 어릴적 집 근처에 조그마한 도랑이 있어서요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먹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매운탕이 좋아요” 의외로 매운탕을 말 하셨다


매운맛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시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그릇을 드시고는 “당진 우리 집이 생각이 나요”하고는 또 웃으신다 웃을실때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들이 내가 어머니를 바라 보아도 어머니가 웃을 실때는 참으로 고우셨다 하얀 웃니를 반쯤 내놓고 웃슴 잔주름이 눈가에 살짝 생기면서 작은소리를 입안에 살짝 머금고 웃을실때는 정말이쁘셨다 어린 시절 한때는 웃는 모습이 어머니를 닮고 싶어서 거울을 보고 혼자서 열심히 여습을 한적도 있다 그러나 연습으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혼자서 실망을 하여 나는 어머니의 자식이 아닌가 의심도 한적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 나와서 근처 테라스가 있는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녀님은 오늘 만날 때부터 다리를 조금 절룩 거렸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찻집으로자리를 옮길 때 눈에 표시가 나게 다리를 저셨다 “수녀님 다리가 아프세요” 하였더니

“오늘 처음으로 맞지않는 신발을 신고 나와서 그래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또 저셨다 왜 신발이 맞지 않냐고 재차 물었더니 그때서야 말씀을 하시기를 “신발이 낡아서 신방에 온다고 작년에 신던 샌달을 처음 신고 나와보니 이래요” 나는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5월 초라서 아직 샌달을 신기에는 이른데 수녀님은 신발은 마땅치가 않고 해서 나름 새 신발이라고 작년 신발을 신고 나왔다 신발이 맞지가 않은지 아뿔사 발이 아픈 것이다  그래서 걸어 오는 중에 계속해서 절룩거시면서도 “제가 요즘은 욕심을 다루는 법을 알아요”

“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하였더니  “욕심아 욕심아 젊은 시절에는 너하고 친했지만 이제는 안돼 않된다” 하면 욕심이 사라진다고 말을 한다    


찻집에 자리를 잡았다

5월 싱그러운 바람과 부더러운 햇살이 앉자서 졸고 있는 느티나무 밑에 자리를 잡았다

“수녀님 어떻게 살아야 하죠?”

“육순을 살아도 사는 것을 잘 모르겠어요“ 나름 심각하게 물었다 그러나 수녀님은 너무나 쉽게 ”행복 하게 사세요“ 한마디 뿐 이다


오늘 처음으로 몇 시간을 길게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수녀님의 삶을 옆에서 살짝 들여다보면서 롤 케익을 바라보니 녹차잎 따는 5월에 새 파랗고 짙은 향을 뿜는 내는 녹차를 마시고 있는 듯 했다 테라스 위로 볕이 길게 늘어지는 오후 수녀님의 발그레한 얼굴과 초록이 짙어가는 느티나무, 풀길에 스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저만치에서 여름이 살포시 다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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