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
모두가 잊히지만 않았을 것입니다
돌을 하나 주워서 밤바다를 향해 던져 봅니다
국기봉을 흔들어 대던 경화동의 칼바람은
겨울밤 바다의 숨결이 되었을 것입니다
흙먼지 속에서 뒹굴면서 거칠게 내뿜던 호흡은
어느 구석에서 바람 같이 날리고 있을 것입니다
산 등성 고개 위를 날아다니든 군화의 뒤축은
이끼 붙은 바위 밑에서 풀 꽃으로 피었을 것입니다
아침마다 악을 쓰며 질러대든 함성은 앞바다에서 일렁거리는 파도 소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긴 날이 지났다고
허연 세월이 되었다고
모든 것이 잊히지 만은 않을 것이고
기억은 밤바다에서 별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다시
돌을 주워 들고 밤바다를 향해 던져 봅니다
물제비를 띄우던 돌은 파문만 남긴 채
소리 없이 어둠으로 사라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