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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Feb 17. 2020

콩나물 국밥 집

  

나는 40년 가까이를 일을 다니고 있다 23세 나이에 임관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을 하여 지금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하고 있다 주위에 친구들은 아직도 일을 하는 나의 모습이 부럽다 일을 할때가 좋다 하지만 일을 하는 나로서는 항상 긴장을 하고 살고 있다

매일 아침에 5시 즈음에 일어나서 한강 걷기 운동을 1시간 가까이 하고 나서 집에서 준비 하면 7시 전후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4시 전후에 퇴근을 하여 집에 온다

집에서 보통은 평범하게 저녁 후 tv를 시청하다가 잠자리에 들지만 출가한 딸아이가 손녀라도

데리고 오는 날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게 손녀가 갈 때까지 함께 놀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때로는 시계 바늘이 열심히 돌지만 결국은 시계판 원안에서 있듯이 나의 일상도 돌아 보면 항상 직장과 가정 틀 속에서만 제자리 돌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부럽다 하지만 이 일상이 항상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토요일을 나에게서 잠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가 있는 날이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늦게 일어 난다고 아무리 뒤척이도 6시 전후이다)되고 하루종일 씻지도 않고 까치집 머리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녀도 되고 평소에 운동하는 한강 강변 길을 가보지 않은 좀더 새로운 곳을 찾아서 갈수 있고 어느 커피집에 짙은 커피향에 취 할수 있고 느긋하게 누워서 알지 못하는 팝송을 틀어 놓고 흥얼거려 보고...

토요일 아침이 되면 뭔가에 긴장된 마음을 잠시 풀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편하다

토요일 아침 6시경에 집에 나와서 아내와 함께 한강을 걷기 운동을 시작 하면 새벽에 보이지 않던 새들이 나와 있고 여름에는 매미가 나무에 붙어서 울기를 시작하고 있다

시간이 한 시간정도의 차이이지만 마음의 긴장을 잠시 풀어 놓아서 인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조그마한 천주교 성지가 있다 구한말 병인년에 천주교 박해때 많은 성도들이 여기서 목 잘림을 당한 곳이다 지금은 성지로 가꾸는 사람도 있고 또 정원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천주인들은 많이 찾는 곳이다 아내와 나는 한강 운동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이곳을 들러서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세상 일과 가족들, 그리고 회사의 일을 위해서 기도를

드린다 개신교를 다닐 때는 인간이였던 마리아에 기도를 드리는 천주교가 이상 했으나 지금 천주인이 되고나서 나도 마리아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그 상에 절을 하는 내가 너무 자연스럽다 나는 천주교로 개종을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기도를 드리는 깊은 내용은 잘 몰라도

불교에 가면 여성과 비슷한 얼굴과 풍체를 가진 관음 보살 상 앞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는

이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온 세상을 만드시는 하나님을 보면 남성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마리아는 불교의 관음보살처럼 여성이고 어머니 같아서 우리의 깊은 속내까지의 기도를 일일이 찾아서 해결을 하여 주실 것만 같은 나의 생각이라서 나는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다 지난 살아 오면서 경쟁 속에서의 긴장과 고민으로 기도를 드리고 그 기도가 꼭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여도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으니 나의 고민을 잠시 위탁을 할수 있지 않나 싶다    

이후 기도를 끝내고 아내와 나는 성지 근처에 있는 콩나물 국밥 집에서 아침을 해결하러 간다 무척이나 맛이 좋아서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무척이나 인테리어 예뻐서 가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콩나물 국밥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평범하고 조그마한 식당이다

근처에 아침을 하는 식당이 없다 보니 아침 시간대는 사람들이 제법 몰리는 식당이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이 식당에 가면 평상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보인다 어떤 젊은이는 밤새 술을 마시고 식탁 한구석에서 잠이 들어 있고 또 어떤

청년은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국밥에 눈물을 빠터리면서  먹고 있다

우리는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국밥을 먹지만 먹고 있는 시간 동안은 나에게도 잊고 있었던

젊은 시절의 고민들을 다시 깨우치게 하고 또 지금 이 시대의 화두가 무엇인지 느껴 보는 시간들이다 조금 달리 말하면 시골 마을에 장날이 설 때 어느 국밥집에 들어서면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제 각기 떠들면서 국밥을 먹는 시장통과 같은 분위기이다

이런 국밥 집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조금 느끼는 것 같아서 나는 좋아 한다 마치 어느 시골을 우연히 방문을 했는데 장날이라 사람이 많고 살거는 없지만 좌판을 구경

하는 묘한 흥분을 이 식당에서 느껴서 좋다    

교회를 떠난지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교회 이야기나 사람들을 만나면 부자연스럽다

새 옷을 입고 막 집밖을 나온 느낌처럼 어색하다 그리고 TV탤렌트를 우연히 길가에서 만나면많이 알고 친숙한 것 같은데 말을 나누기가 어려운 그런 관계인 것 같다

알고 지낸 세월만큼이나 흘러가야지 잊혀 진다고 누군가의 말처럼 세월이 더 흘러 가야지 편하게 대할 수가 있을지 알지 못하지만 교회 사람들을 매월 초에 토요일 아침이 되면 국밥 집에서 만난다 교회 사람들이야 만나면 반갑다고 하지만 우리는 어색하기만 하다 토요일 아침에 교회 사람을 만나는 이시간이 가장 어색하고 힘든 순간이다 그런 순간을 피하기 위해서 매월 초 토요일은 그 교회사람들을 피해서 다른 식당을 찾아서 다니고 또 교회에서 오는 시간보다 일찍가기도 하지만 모두 다 피할 수가 없어서 교회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았다 교회를 떠난 후 교회 사람들을 이 식당이 아니면 이렇게 많이 만날수가 없었다

어느날은 목사가 일부 성도 몇며과 함께 아침을 하러 왔다 그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교회 있을때는 친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일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해하는 관계 일 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급히 했다

빨리 먹고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급히 먹다가 사리가 들어 “켁켁”그러면서 물을 한모금 먹고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목사가 불쌍해 보였다 육십 초반의 나도 일을 힘들어서

내려 놓고 싶은 마음 뿐인데 육십 후반의 목사는 어떨까 하는 생각과 내려 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틀어 쥐고서 이 아침에 국밥집에 와서 국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불쌍 해 보였다

그래서 그 날 아침 목사와 교회 사람들의 밥값을 내가 내어 주었다    

다시 몇 달이 지난후 다시 그 식당에서 목사와 교회 사람들을 만났다 목사는 전에 만날 때 보다 다르게 친근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 왔다 아마 지난번에 내가 밥값을 내어준 것을 기억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제 교회에서 얼굴을 좀 보여 주세요” 하고 목사가 나에게 말했다

목사의 말이 너무 의외 였고 그 짧은 순간에 지난 교회를 떠나면서 아파했던 기억들이 스쳐 갔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혔지만 겨우 입 밖으로 나오는 갸날픈 목소리로 답을 했다    

“천주교에서 정착을 했습니다”  “저희는 천주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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