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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May 03. 2019

먼 길을 왔습니다

먼 길을 타박타박 걸어왔습니다


세월을 굽이 굽이 돌아

보따리의 등짐을 메고

거친 수풀길을 헤치며 걸어왔습니다


누구는  곧게 뻗은 신작로 위에서 꽃구경을 하고 왔겠지만

나는  속에서

가랑이가 다 젖어서 헤어지고  

거친 숨을 내뿜으면서  걸어왔습니다


누가 이 길을 가야 만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것 아닌

그러나

나는 이 길을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현달 저무산 모퉁이를 돌면서 

어머님 봇짐을 움큼을  내려놓고

벼 익은 들판 길 위에서

짝을 찾아서 떠나는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짐을 다 던져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굽어진 허리는 다시 일어설 줄  모르고 있습니다


서산 너머로 해는 저물어가고

가야 할 길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림자만  홀로 남아서 길게 늘어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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