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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Feb 17. 2020

마지막 미사

    

라일락 향기가 온 천하에 가득한 5월이다 집에서 성당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주일 날 아침에 걸어서 성당을 가다 보면 아파트 담장 넘어 온 라일락이 제 향을 뽐내고 있다

이 향은 성당을 가는 내내 나를 따라 와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내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자 있었다


서울 대교구의 인사로 의해서 주임 신부가 발령을 받아서 다른 성당으로 떠나시는 마지막 미사가 있는 주일 날이다 주임 신부와 나는 미사를 드리러 갈 때 손을 몇 번 잡아본 기억 말고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하지만 지난 개신교 시절을 삼십 여년을 지나면서도 단 한번도 담임 목사가 교체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여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성당을 향했다    


세례를 받기 위해서 6개월간 새성도 교육을 받을 때 마지막 시간 즈음에 성당에서 사무를 보시는 사무장이 교육에 들어 오셨다 성당의 회계 일반을 알려 주면서 성당 가족이 되면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교육을 했다 분담금은 카톨릭 신자로서 자기 성당의 운영을 위해서 사용되는 경비를 분담하여 성도가 내는 헌금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십일조를 하라는 둥 어떠한 강요도 없고 오로지 본인의 경제 사정에 맞게 책정을 하여 헌금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성도들은 만원씩 하는게 보통이고 일반 성도들도 한가정 당 5만원 범위 내에서 하지만 이것도 분명한 것은 자율적임을 재차 강조를 했다


그때 교육 중에 신부와 수녀의 사례금(월급 일종)을 대충 알게 되었다 우리 성당은 약 6000명의 제직인원이 있고 3000명 정도가 출석을 하고 있는 성당으로서는 보통의 규모이다

이곳에서 상주하는 성직자는 미사를 주관하시는 신부2명(주임신부, 보좌신부)과 교육과 행사를 담당하시는 수녀 2분이 계신다 주임 신부의 사례금이 월 육십여 만원이고 여기에 업무추진비를 포함하면 백만원이 넘지를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좌 신부와 수녀들도 주임 신부의 

이하의 금액이나 주임 신부와 현격한 차이를 둘수도 없지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목사의 사례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알수가 없으나(교회내 지배층들이 목사의 사례금 등은 일반 성도에게 알리지 않고 있음) 흘러나온 이야기에 의하면 억대가 훨씬 넘는 금액이라 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금액으로 많은 미사를 주관하고 계신다

매일 아침마다 새벽미사가 있고 하루걸러서 오전미사가 있고 저녁미사가 하루를 걸러서 있다

이 많은 미사를 신부 둘이서 오는 순번대로 미사를 집행하고 계셨다 수녀도 교육과 성당내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또 지원하는등 소화 하시는 바쁜 일정들 비해 사례금이 작은 것에 대해 놀란 적이 있다    


주임 신부는 제단 위에서 마지막 미사를 집행하고 계셨다 가끔 농담도 섞어서 강연을 잘하시는 주임 신부가 이날 따라서는 조금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5년마다 한번씩 주임 신부가 교체가 되어서 모두에게 익숙도 할만 한데 아직도 떠나는 자에게나 보내는 자에게나 이별이란 이렇게 무거운 것인가 보다

그 날의 미사는 다른 날에 비해 조금 특별했다 주임 신부가 먼저 그동안 고맙다 “잘 계시라” 하고 성도 대표 누군가가 나와서 눈물을 뿌리며 “잘가시라 건강하시라” 는 송사로 답을 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화분을 들고 나와서 신부에게 전달을 한다

송사를 하였던 성도의 대표자 설명으로는 꽃 화환이나 꽃 바구니를 드리면 일주일도 못가서

시들어 지면 우리 성당이 잊혀 질까 하여 주임신부가 선물을 화분으로 요청을 하였다고 설명을 했다 그 화분에 물을 주고 가꿀 때 마다 우리 성당을 생각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제단에서 내려와 성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마지막 미사를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의 개신교 시절을 돌아보면 안수집사 임직을 할 때 개인별 일정 금액을 내라고 강요를 하고

또 임직식에서 임직에 대한 감사의 헌금이라 하면서  희디 흰 봉투를 목사에게 바치는 순서가 있다 나는 생각에 그래도 5년을 담임을 한 주임 신부이면 봉투 몇장은 드려야 하느데 아니면

송별금으로 얼마를 내라 못낸다 아니면 돈이 없으니 전 성도가 특별 헌금을 하라는 등 어떤 이야기를 기대 했는데 너무나 싱겁고 깔끔하고 담백하다

나는 성당을 다닌지가 얼마가 되지는 않았지만 교회에서 느껴보지를 못한 “담백함”을 느낀다

여름 날 밭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오는 농부에게 허기짐을 달래 줄수 있는 담백함이다 참기름을 쳐서 맛있는 향이 나지 않고 고기 반찬에 화려한 찬거리로 눈에 현혹됨과 욕심이

생길수 있는 음식이 없이 오로지 물에 말은 보리밥 한 그릇과 된장 한종지, 몇 개의 고추만 있는 간촐한 밥상과 같은 담백함이다    


내가 성당으로 온지가얼마 되지 않아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성도들 중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유명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러나 주임신부는 그분이 유리하게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고 그분도 성당 내에서는 어떠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후 그분이 당선이 되고 난 다음 성당 내 광고 시간에 나와서 고개를 한번 숙이고 감사 하다고 하고 자리에 들어 갔다 일부 성도는 그분이 왜 감사 하다고 하였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성당 내에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은 더 더욱 모르고 있었다    


성당에 와서 몇 년이 지났나 할 때 미사를 야외에서 드리면서 성도들이 자연을 통해서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고 또 성도들 간에 친목을 위해서 가겠다고 했다 성도들은 모두가 신이 났지만 

소요 경비가 엄청 들 것을 걱정했다 야외 미사의 장소는 제천 인근에 삼탄 유원지로 결정 되었고 기차를 전세를 내어 우리 성당의 성도들만 타고 가는 특별 열차로 간다 대략 소요 경비가 4천만원 정도로 참가 하는 성도들이 개인당 만원씩을 내어서 전체 천만원 정도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성당에서 준비를 한다고 했다

예전 개신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갑자기 큰 예산이 필요할때는 항상 특별 헌금을 내라고 강요를 하여 나도 특별 헌금을 내야 하나 준비를 하면서 성당의 움직임이 어떻게 하나 나름 관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에서는 추가경비에 대해서 특별 헌금의 요구와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 내가 성당에

다닌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몰라서 그러나 하고 주위에 교력이 깊은 성도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들은 오히려 나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차후에 다른 성도를 통해서 들었다 주임신부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돈을 경비의 일부분을 위해 지원을 했다고 한다 적은 사례금으로 어떻게 지원이 가능 할까 싶었는데 성당에서는 주임 신부가 되면 신부의 본가 지원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는 성당의  어떤 정치에도 관여 하지않고 깨끗하고 청렴한 그 담백함이 좋다


주일날 성당에 갈 때 남들을 의식을 하지 않고 평상복 차림 수수한 옷을 입고가서 좋고 믿음은 나의 신앙 일뿐인데 장로, 권사, 집사 등으로 계급을 나누지 않고 모두가 다 형제이고 자매이여서 좋다 교회와 집이 한 시간 두시간에 있어도 꼭 자기 교회로만 출석을 해야 하는 고집이 없이 근처 어느 성당에나 갈수가 있어서 좋고 목사가 설교에서 자신의 개인의견을 첨가하여 마치 본인이  나라를 구할 지도자 인양 하면서 온갖 사회 문제를 가지고 한시간 가까이나 설교를 하지 않고 오로지 성경 말씀안에서 5분, 10분 정도만 강론을 해서 좋다

교회에서 믿음이 깊은 자보다 헌금을 많이 하는 자, 좋은 학교 출신 자,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자가 우선시 되지 않고 오직 말씀 속에서 기도만 하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나는 지난 기간의 성당 생활이 좋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올 때 본당 계단 밑에서 주임 신부가 악수를 다 나누지 못한 성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성도들 틈에 끼여 악수를 청하는 주임 신부의 손을 잡고 돌아서면서 시골에 계시는 고향 집

형님의 따뜻한 손을 만져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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