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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Feb 18. 2020

교회에 불만을 가지고 떠난 자 찾지마라


매년 초가 되면 선교회들은 분주해진다. 회원들 간 새해 인사를 나누고, 봉사할 임원진을 선출하는 등 바쁜 한 해가 시작된다. 선교회 임원들이 모여 한 해 사업 계획도 수립한다. 사업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전년도 진행했던 사업을 대부분 이어받고 임원진 의욕에 따라 일부 항목을 추가하는 정도다.     

나는 50대 선교회에 속해 있었다. 사회에서의 50대는 대부분 은퇴할 나이다. 교회에서는 50대가 한참 교회 일을 주도적으로 할 나이여서 선교회 회원 대부분이 안수 집사들이며 중요 직책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교회 행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선교회 회원들 간 인사하는 자리도 항상 부부 동반해서 행사가 진행된다. 외부 식당을 빌려서 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부부들이 함께할 큰 장소를 가진 식당과 적당한 가격을 알아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해는 교회 식당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 해에도 아마 외부 식당을 잡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임원진이 고심하다 교회 식당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교회 내 50대 모임이지만 이런 자리에는 항상 목사 부부와 일부 장로 부부를 초대한다. 50대 부부들이 모이면 30~40명 정도의 인원들이 함께 식사하면서 인사도 나누고 간단한 게임을 통해 서로 어색함도 없앤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질 때쯤 한 해의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교회 한 해 사업 내용이라야 특별할 것은 없지만 봉사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날 발표 내용은 친목을 위해 야유회를 가는 등 놀이 중심으로 채워져 있었다. 임원진은 그런 발표가 민망했는지 교회 방침에 따라 전도 계획도 포함했다.     

몇 월에는 일반인 대상으로 길거리 전도를 하고, 몇 월에는 전도 폭발 기간을 정해 주위 친구부터 가족들 중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서 전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몇 월에는 우리 교회를 다니다가 떠난 자를 찾아서 그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계획도 있었다. 어느 조직이나 매번 비슷하지만 끝까지 잘 지켜지지 않더라도 연초에는 거창하게 발표했다.    

사업 계획 발표가 끝날 때쯤 어수선한 분위기도 정리가 되면 목사가 축복 기도를 하고 간단히 설교하는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이 되면 목사는 학생이 학생이라고 으스대려는 듯 책을 옆구리에 끼듯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뚜벅뚜벅 걸어서 단상에 섰다. 어쩌면 본인이 성경책이 없으면 목사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까 싶었던 것인지 항상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다녔다.    

목사는 축복 기도하기 전 오늘 신년 하례식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했다.    

“전도 계획이 다 좋은데, 교회에 다니다가 불만을 가지고 떠난 자는 찾지 마세요. 새 신자를 찾는 전도에만 노력을 기울이고 교회를 떠난 자는 더 이상 찾지 마세요.”    

왜 그랬는지, 무슨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목사는 교회에 오다가 오지 않는 사람이 불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을 찾지 말라고 강경한 목소리로 비장하게 선포했다.    

교회에 나오다가 오지 않는 사람은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게을러서 안 나올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신이 없다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중 어떤 이는 교회에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들은 교회를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과 함께하려 하면 새로운 신자에게 전도하는 것보다 수월할 수 있다. 불만이 있다면 그 불만을 해결하는 것도 교회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교회에 나오다가 나오지 않는 그들을 통칭해 ‘불만을 가진 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찾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교회를 떠난 자들이 다시 교회를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교회를 떠났어도 오가다 한 번씩 들를 수도 있다. 또 어제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오늘은 CGV에서 영화를 볼 수 있듯이 오늘은 이 교회, 다음 주는 저 교회를 가는 등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없는지 의문스러웠다. 마치 잘 살다가 이혼한 부부처럼 한 번 돌아서면 두 번 다시 찾아갈 수가 없는 곳이 교회인 것처럼 목사는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50대 선교회 회원 대부분은 모임이 끝나자 삼삼오오 모여서 술렁거렸다. 이렇게 교회에 다니고 있는 우리도 어느 시점에 떠나게 되면 ‘불만을 가진 자’가 될까 걱정했다. 그 순간에는 이 교회에서 우리를 찾지도 않을 것이라는 묘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교회와 영원히 함께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다가왔다.    


“너희들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 하겠느냐” (누가복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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