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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Feb 18. 2020

"제발 좀 그만 하세요"


목사 설교 시간은 대체로 40~50분 정도다. 목사가 설교하다 혼자 흥이 올라서 1시간 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는 목사의 사모가 조용히 일어나 뒤로 나가서 손짓과 몸짓으로 목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목사는 그 신호를 알아 듣고 슬그머니 결론도 없이 설교를 마치곤 했다.    

성도들은 목사 설교가 중간에서 용두사미처럼 꼬리를 감춰도 늘 그렇게 해왔다는 듯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목사가 설교하면 성도들은 딴 생각을 하고 ‘언제 끝나나’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목사는 나이 먹어 가면서 어떤 설교를 해도 성도들에게서 큰 반응이 없으니 고집이 더 커진 것 같다. 더욱 자기 생각 중심으로 설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성도들에게 재미있는 카톡 내용을 받으면 그걸 가지고 나와서 마치 자기가 설교 공부를 해서 새로 알게 된 새로운 내용인 양 설교에 사용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카톡에서 배우고 와서는 교단에서 그 말을 하며 흐뭇해 하던 장면은 잊히지지가 않는다.    

목사는 스스로를 이 시대의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천주교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교황을 환영하고 방송마다 중계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교황이 미사를 드릴 때는 개신교 신자들은 많이 위축됐다. 그때 목사들은 성도들보다 상실감이 더 컸을 것이다.    

목사는 오후 에배가 끝날 즈음에 본당 뒷자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든 예배 순서가 끝나자 목사는 교단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교단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오늘 천주교에서 교황이 우리나라에 왔다고 나라가 난리법석입니다. 그래서 내가 개신교 목사이면서 이 시대의 지도자로서 극동방송에 나가 교황 방문의 허와 실에 대해 대담을 나눴습니다.”    

스스로가 이 시대의 지도자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목사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유독 설교에서 정치, 경제 등 나랏일들을 많이 걱정했다. 어떤 날은 도가 지나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사학법 개정을 추진할 때 목사는 정부를 가멸차게 비판했다. 물론 그 시절에는 개신교 전체가 반대를 했으니 노회에서 어느 정도 지침이 나와 설교 시간에 성도들에게 설교하는 점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목사는 습관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성경 말씀으로 설교를 하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정부 비판으로 설교가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성도들은 ‘또 시작이다’하고 눈 감고 귀 막고 이 설교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부 비판 설교를 하지 않으면 몇 년 전 원고를 가져다 설교하기도 했다. 성도들은 그게 예전 원고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성도들이 알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목사 뿐이었다. 몇 년 전 설교를 재탕하는 게 옳진 않지만, 정부 비판 설교보다야 나았던 것 같다.    

지방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가 되면 목사의 정부 비판 설교는 더욱 그 톤이 높아졌다. 그러나 목사가 말하는 비판 내용은 대부분 다 신문에서 나오고 있는 사항이라 새롭지 않았다. 그런데 목사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설교 시간에 혼자 흥에 빠져 있었다.     

목사는 스스로가 이 나라의 지도자라 하면서 목회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에는 절대 반대했다. 한 성도가 목사에게 목회자 세금 부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목사는 그것은 목회 활동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서 답을 피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납세의 의무는 저버리고 있었다. 목사는 세금은 낼 수 없어도 건강보험은 필요해서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교회 예배는 청년부 예배와 성인들 예배로 나뉜다. 성인들이 청년부 예배에 가서 간섭하지 않고 청년들 역시 성인들 예배에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서로 참석하지 않는 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청년부에는 부목사가 따로 있어서 항상 그 목사 중심으로 예배가 이뤄졌다. 그러다 청년부에서 해외 단기 선교를 간다거나 기타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때 성인들이 청년부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래도 통상적으로는 교회 안에서 두 개의 교회가 운영되는 느낌이었다.    

대통령 선거기간이다. 목사는 설교 시간마다 좌파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보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강조했다. 또 유튜브에서 이상한 내용을 접하고는 그 내용을 성도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래도 목사는 무언가 부족했고 불안했는지 청년부 예배에 참석했다. 청년부 예배에 큰 목사(청년부는 담임 목사를 큰 목사라고 불렀다.)가 와서 설교한다고 하니 청년들이 나름 긴장을 하고서는 큰 메시지가 나올 줄 알고 목사의 설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목사는 설교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좌파를 비판했고 금번 선거에서 우파가 잡지 못하면 여러분들의 직장과 취업 자리가 부족할 것이고 결국은 나라가 어렵게 될 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예배가 끝난 후 우리집 아이들과 같은 청년들이 분노를 했다. 기성 세대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사는 본인이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자신이 이 나라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목사들이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금에 대해서 세금을 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날 목사는 처음부터 정부 비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설교하다가 삼천포로 빠져서 자신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정부 비판까지 왔다. 본인도 뭔가 좀 잘못됐다는 건 느낀 건지 더 힘있게 정부 비판을 했다. 혼자 흥에 빠져서 허공에 삿대질 액션까지 취하며 우측 45도의 허공을 바라보면서 흐뭇해 했다. 그때 앞 좌석 성도들 사이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외치는 소리가 교회 본당 내에 울려 퍼졌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렇게 하시려면 국회로 가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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