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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Feb 19. 2020

사장님 장로님

  

교회에는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서인지 일반 사회 생활과 유사한 갈등이 항상 존재한다. 모두가 평등해야만 하는 교회임에도 어떤 이는 남들에 비해 우월적 사고를 가진 양 행동하고 또 어떤 이는 재물에 관심이 많아서 늘 패션이 화려하게 바뀌는 모습으로 교회에 온다. 어떤 면에서 교회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축소판이자 경쟁의 시연장일 것이다.    

장로는 대략 7~8명으로 전체 성도의 2/3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될 수 있다. 그래서 장로, 안수집사 선출 기간이 되면 후보들은 성도들 집에 일일이 전화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유세한다. 목사를 따라다니며 험하고 궂은일을 해 주고 장로가 되는 사람도 있고, 교회 여러 조직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밥을 사주고 장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기 일쑤다.)    

장로는 교회 지배 계층이다. 장로가 된다는 것은 교회에서 신분 상승이 된다는 것과 다름없다. 장로가 되고 나면 손이 많이 가는 육체적 봉사보다는 교회 사업을 집행, 관리하고 지시하는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된다. 선출된 장로 중 나이가 많고 세상 연륜이 깊은 이가 수석 장로가 된다.    

내가 그 교회에 다닐 때 수석 장로였던 이는 조금 특이하다. 젊은 시절에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50대 초반에 임원으로 있다가 은퇴했다. 교회에서 수석 장로가 된 것도 그 분에게는 기업의 임원 시절의 연장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가 다니던 기업에서 은퇴하고 난 다음, 회사에서 교회로 자리만 순간 이동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수석 장로는 교회에 오면 항상 까만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 교회 마당에 서서 기업의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모양으로 일반 성도들에게 여러 업무를 지시했다. 교회에 오는 성도들에게는 인사를 받았는데,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교장 선생님께서 대문 앞에 서서 학생들 인사받는 것처럼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교회안 밖으로 어떤 행사가 있어서 성도들을 대신해 초청받은 빛나는 자리에는 항상 수석 장로가 성도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교회까지는 우리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주일에 교회 갈 때는 대부분 걸어서 가지만 예배 시작 시각이 늦어질 것 같으면 가끔은 차를 타고 간다. 교회 주차장은 전 교인의 차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차를 세웠다. 예배드린 후 점심 식사 시간에 밥을 먹다가도 다른 성도 차가 이동한다고 하면 모두 나와 차를 빼주고 다시 들어가서 밥을 마저 먹는 헤프닝이 벌어졌다(이후 주차 봉사단이 생겨서 차를 빼주는 문제는 해결됐다.)    

그날도 예배 시각에 늦어 차를 가지고 교회에 갔다. 주차장 앞쪽에 좋은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통상적으로 주차장 앞쪽은 목사나 장로들의 자리이긴 하다. 그러나 그날은 예배 시각에도 늦은데다가 지금 시각까지 오지 않은 장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주차를 했더니 관리 집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 자리는 수석 장로님 자리예요. 언제 오시겠다는 연락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차는 주차할 수 없어요. 다른 자리로 이동해 주세요.”    

예배 시각에 늦어서 주차하는 거라고 사정했지만 막무가내로 차를 다른 데 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주차 딱지가 붙을 수도 있는 자리에 주차하고 난 다음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본당 계단에 서서 주차장을 바라보니 그 자리에는 수석 장로의 차가  햇볕에 검은 광택을 번쩍거리며 주차돼 있었다.    


러시아에서 젊은 목사 한분이 왔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러시아의 대부분 사람들은 러시아 정교를 믿는데 모스코바에 우리교회 이름으로 교회를 열어서 목회 활동을 하신다고 한다 그러나 그분과 말이 서로 통하지가 않으니 설교시간에 목사 옆에 서서 멀뚱거리고만 있었고 우리도 멀뚱거리는 모습으로만 목사인가 싶었다 우리 목사는 러시아에서 우리 이름으로 교회를 세운다고 헌금을 하라고 설교를 했다 심지어는 안수집사 이상의 직분자들은 최소 100만원 이상씩을 하라고 강요를 집요하게 했다 우리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러시아에 교회(헌금이후에는 러시아교회 관한 이야기는 누구도 언급이 없었다)라 생소하면서 또한 사기를 당하는 느낌을 가지면서 어리둥절 해 있을 때 갑자기 예배 순서에 맞지 않게 수석장로가 교단에 올라와서는    

“누구 권사님이 천만원을 했습니다 또 누구 장로님이 오백만원을 했습니다” 하면서 외치고 있었다  

“타짜”영화에서 보면 도박장에서 분위기 띄우는 야바위 꾼같이 성도들을 유혹하고 지갑을 반 강제로 열는 역활을 충실히 하는 분이였다    


70세가 넘으면 장로, 안수집사, 목사 모두 은퇴한다. 장로와 안수집사가 은퇴하면 광고 시간에 당사자를 모시고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린다며 목사가 간단히 인사하고 감사패를 드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 수석 장로 은퇴식은 교회 행사로 따로 진행돼 요란했다. 몇 십 명이나 되는 외부 인사가 오고 목사도 은퇴식에 관해 장황하게 설교했다. 수석 장로는 단상에 올라가 허공에 헛손짓을 하며    

“저는 이제 장로 직분을 내려놓고 평신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라고 은퇴 소감을 발표했다. 마치 교회의 사장님이 은퇴하는 분위기였다. 수석 장로는 성도들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20년이나 맡고 있었던 장로 직분이니 내려 놓기 아쉬웠겠지만 보고 있는 평신도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은퇴식이 끝난 후 간단한 다과 모임이 열린다고 했다. 나도 참가하려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외부 인사들과 교회 지배층들만 모여달라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방송이 잘못됐나 싶어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일반 성도들은 다과 모임 참석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일반 기업과 너무나 유사하다. 일반 기업에서 사장님이 은퇴를 할 때 은퇴식에는 전 사원이 함께 참석했다가 외부 인사와 내부 임원들만 다과 모임에 참석하고 전 사원들은 돌아간다.

일부 성도들은 모여서 “다과회 참석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은퇴식을 하지 우리는 뭐야”라고 투덜거리며 웅성웅성했지만, 언제나 항상 이렇게 대우를 받아와서인지 누구도 앞장서지는 못하고 집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 가만히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씁쓸했다. 어쩌면 나는 매월 월급의 십분의 일을 교회에 바치며 주일만 출근하는 예수회 장로교 주식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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