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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Apr 28. 2023

환상곡이 필요한 도시

2023. 을지로판타지아열섬 : BRAIN DANCE

들어가며.

지난 다섯 편의 〈판타지아, 을지로〉연재를 통해 연대기 순으로「을지로판타지아」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섯 번째 「을지로판타지아」는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저녁 을지로 4가 북서면에 위치한 산림동 골목에서『을지로판타지아열섬 : Brain Dance』라는 이름으로 열립니다. 오래된 골목은 미디어 작품과 사운드 아트를 입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예정입니다.

2023년 을지로의 환상곡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것을 지향했을지. R3028, ILLUSIONPRINT, APLANET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길었던 팬데믹이 막을 내렸습니다. 을지예술센터도 더는 없습니다. 서울시와 중구청의 예술거점활성화지원사업이 막을 내렸습니다. 대통령과 서울시장, 중구청장, 중구문화재단 사장, 중구문화재단 본부장, 중구문화재단 팀장 모두가 바뀌었습니다. 거대한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오른쪽 끝으로 무겁게 이동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을지로의 일부는 신축건물들로 채워졌습니다. 지금도 채워지는 중입니다. 몇 년 전 거대한 도시재정비 사업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조금씩 새롭게 들어선 빌딩들로 인해 일대를 전면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도시를 통해 채우고 싶었던 야망은 당분간 도심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안정기에 접어들 것입니다.


을지로엔 여전히 예술이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예술은 여전하고,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인  산업도 있습니다. 옛길, 공장, 노포, 건물 모든 것들이 예전과 다르지만 예전과 같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다시 한번 환상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3


2023년 「을지로판타지아」(이하 판타지아)는 '을지로판타지아열섬:BRAIN DANCE'라는 이름으로 열립니다. 이름을 통해 판타지아의 새로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골목에 안개가 피어나고 미디어 작품은 산란하고, 사운드아트는 골목을 따라 퍼져나갈 것입니다.


위치는 '창경궁로 5길'로 불리는 널찍한 골목입니다. 2022년 '을지예술센터' 앞 '창경궁로 5다길'에서 운영되었다면 이번엔 예술공간이 집합되어 있는 '창경궁로 5길'로 이동했습니다. N/A, 을지로 OF, COSO가 모여있는 길목입니다. 상업갤러리, 대안공간,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공간들이 마주한 길목에서 판타지아가 열리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BRAIN DANCE


※기획자 김재강(R3028)과 한대웅(ILLUSIONPRINT)을 만나 'BRAIN DANCE'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토대로 글을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BRAIN DANCE의 기획자들은 사이버 펑크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BRAIN DANCE라는 이름은 사이버 펑크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개인, 나' 만이 접근할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을 재생하고, 기록하는 시대가 이제 상상 속의 일만이 아닌 시점으로 접어 들 고 있는 듯합니다. '뇌'는 두개골 안에 나를 움직이는 주체이며, 나 이외의 것들과 소통하는 주체입니다. 어쩌면 점점 몸에 대한 사용의 필수성이 적어지는 시대에 와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타인 앞에서 몸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어색해하고 때론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한대웅(이하 한) "그렇다면 우리는 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춤'이라는 몸이 움직이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뇌'가 음악을 즐기며, 음악의 구성을 감각하며 듣는 맛이 있지 않을까. 음악과 시각이 함께 버무려진 두개골 안에 고요한 '뇌'가 춤을 춘다면 어떨까."가 BRAIN DANCE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미술을 구성하는 것은 다양하겠지만 지난 미술사에서 '그림'과 '설치 조형물'이 주요 구성요소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최근 METAVERSE, NFT가 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점점 중요한 예술의 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진법 세상 안에서 만들어지고 선보이는 작품의 영역 확장은 NFT시장이 당장 급성장하고 하락하고 와는 무관한 흐름으로 보입니다. 한은 "전기 없이 볼 수 없는 작품은 그 자체가 가지는 제약과 변수가 너무 많다. 3D, AR, VR은 우리가 미래라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이미 가까 미래가 되어 버렸다. 그것들은 미래를 이끌어주는 매체라고 보기엔 제약과 변수가 너무 많다. 미래 어느 지점으로 나아가는 중간 역할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기술의 발전과 매체의 확장 속에서 만나는 고민의 지점 위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 입체로 존재하는 작품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평면이 되어야 합니다. 평평해진 작품은 화면의 표피를 유영하고 관객은 그것을 입체로 인지합니다. 입체가 평면이 되어 다시 입체가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거대한 디지털 공간은 현실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화면의 크기라는 필연적인 제약을 거치게 됩니다.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TV가 발명된 이래 현실의 시간을 평면에 담겨 공유되어 왔습니다. 작은 세상을 큰 화면으로 보게 되면서 현실에 있지만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것들은 거대한 모습이 되어 도시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한은 거대한 LED패널을 통해 보는 행위 안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가성비 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가성비 좋게 일을 처리하는 환경 속에서도 유독 인간에게만큼은 돈을 많이 쓴다. 물론 모든 인간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뮤지션이 왔다고 치면 현장감 때문에 실황을 보러 공연장에 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의 제약을 받아 결국 불합리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조그마한 뮤지션과 거대한 전광판이 눈앞에 펼쳐지고, 우리는 결국 전광판을 통해 그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간에 대한 집중 해서 보기보다 미디어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어떨까." 현실 안에서 서로 마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역할을 미디어 패널에 넘겨버려서 부족한 다른 면들을 더 채워가면 우리가 마주 할 수 있는 것들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일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의 행위를 기록함이 아닌, 디지털 안에 존재한 예술과 그것을 보여주는 형식에 대한, 그것에 집중한 기획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도시가 만들어온 경관의 맥락 위에서 LED 패널이 작품을 보여줄 매체로 선택된 이유는 간판으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시 높은 곳에 거대하게 달려 있는 LED패널은 현대 도시 간판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모이는 판이 되었습니다. 한은 간판은 시대를 대변하는 캔버스로 보였다고 합니다. "을지로 골목에 정신없이 공간을 정복해 나가는 간판은 마치 캔버스와 같다. 정보 전달을 해주는 매체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존재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로하게 하는 간판을 캔버스로 삼아 사용할 수 있다면, 도시디자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 때문에 이번엔 '전광판'이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보행자가 원하고 원치 않고를 떠나 거대한 간판은 지속적으로 자본의 대가를 송출합니다. 자본의 대가를 떠나 골목으로 찾아온 LED패널은 김을지로, 림의 예술을 담을 간판으로 관객들 앞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무리하며


6부에 거처 2018년부터 시작된 「을지로판타지아」의 연대를 돌아보았습니다. 동네 친구들이 모여 한 작당모의가 어떻게 발화되었고 자라났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오늘날 을지로의 중심은 새롭게 탄생한 도시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입체적인 자극을 줍니다. 젊은 세대에겐 생경함을, 기성세대에겐 옛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600년이라는 시간을 간직한 도시는 하룻밤 어린 예술을 입습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통해 그 장소를 감각하게 됩니다. 하룻밤, 전혀 다른 감상을 선사하는 장소가 된 을지로를 통해 우리는 도시를 다시 보게 되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지역과 무관해 보였던 이들이 찾아올 길을 열고, 전혀 다른 얼굴로 그곳을 기억하는 기회를 열어줍니다. 분명 도시에게도 흥분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주체가 되어준 을지로의 예술가들과 그들을 지지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2023년 어떤 모습으로 「을지로판타지아」는 다시 우리에게 환상곡을 들려줄지 기대해 봅니다.






제목 : 을지로판타지아 ⟪BRAIN DANCE⟫
일시 : 2023.4.29 18:00~23:00
장소 : 서울 중구 창경궁로 5길

메타버스 : https://vrchat.com/home/world/wrld_3e4c9469-64e9-4c11-84fe-cf1cf6e9c070

참여예술가

미디어아트 : Uljiro Kim, Deasun Park
사운드아트 : Yeong Die, Noizeegu, Bleakre
디제이 : oddeen, Kreixkim
BAR : 짐빠 (협찬 미소주방, 끽비어)


프로그램 :
19:00- Yeong Die
19:40- Noizeegu
20:20- Bleakre
21:00- oddeen
21:30- Kreixkim


Poster by 최진영

기획 : R3028, ILLUSIONPRINTER
주최 : 에이플래닛
후원 : 서울특별시




을지로^판타지아 euljiro【이탈리아어】fantasia

명사

1. 서울시 중구 을지로 4가(산림동) 일대 골목에서 벌어지는 다원예술 축제.

2. 2019년 R3028, aplent의 주최 주관하고 중구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첫 행사가 이루어졌음.

3. 도시열섬 등 공공과 민간의 을지로 거리예술에 모티브가 되어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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