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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May 26. 2023

그블루

도시의 낭만을 즐기는 노마드

거친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밖에 노을과 여러 개의 작업 테이블, 그리고 벽 한켠에 쌓여 있는 와인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이 그블루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도시의 노을과 와인병. 아무도 알지 못할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

얼마의 시간이 지나 다시 그블루를 찾았습니다. 그 사이 인근 새로운 공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숨은 덜 찼고, 공간은 보다 넓었습니다. 여전히 아늑하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각기 다른 색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블루의 1년간의 서사는 앞으로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꿈꾸게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인터뷰이 소개

●▶ 블루(정다정)
●▶ 그린(디자이너)
●▶ 블랙(검은)  



목차

그블루 이야기

기획 이야기  

공존 이야기

공간 이야기  







그블루 이야기



그블루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볼까 봐요. 


그블루(GBLUE)는 2022년 6월부터 ● 세 명이 공동 운영하고 있고, 곧 첫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GBLUE 는 Green+Blue입니다. 그블루 상징 열매인 블루베리가 초록색에서 파란색으로 익어가듯 그블루와 아티스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무르익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구성원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저는 작가이자 그블루 디렉터인 정다정입니다. 그블루에서는 작가 섭외, 미팅, 기획 등 전반적인 일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평소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갤러리 관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블루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그블루의 브랜드 정체성을 잡는 작업에서부터 비주얼이 들어가는 시각적 작업들을 주로 제가 관리하고 있어요. 로고, 포스터, 서문, 굿즈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검은’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팀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는데 막상 전시를 열 때 사운드가 들어가는 건 아직 많이 없었어요. 주로 사운드보다는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작품 설치, 사운드 설치 외에도  컨설팅이나 이런 것들이 주 업무입니다.


개관전 때 그블루를 부팅한다는 의미로 사운드를 만들어서 시작을 알렸었어요. 물론 음향기기 설치부터 세팅까지 맡아서 했구요. 그렇게 사운드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갤러리 전시에 설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엔 블루와 작가 섭외 미팅하러 다닙니다.


그블루 명함



저희 명함이에요. 그린, 블루, 블랙 각자 메인 컬러를 담았어요. 각자의 색이 다르다 보니 정체성이 담길 수 있도록 명함을 신경 써서 만들게 되었어요. 수많은 그린, 수많은 블루, 수많은 종이 중에 골랐답니다. 우리를 처음 소개할 때 쓰는 명함이기에 특별히 신경 썼어요.


블루의 명함은 작년에 받은 적 있는데 이렇게 명함을 같이 놓고 보니 세분의 성향의 차이를 명확히 보게 됩니다. 역할도 성향도 세분이 다르면서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보여요. 그런 세 가지 색이 모여서 만든 그블루는 어떤 팀인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그블루는 어떤 팀인가요?' '그블루 갤러리는 어떤 곳이죠?'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에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되려 질문하는 편입니다. 어떤 곳으로 느껴지시는지를요. 


멀리 봤을 때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큰 그림은 있지만 지금의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의는 확정해서 내린 상황은 아니에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색이 우러날 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1주년에 저희에 대한 글을 짧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 하지만 완결이 아닌 과정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열려있는 글이 될 거예요.


말씀을 듣고 보니 이 지점에 와서 세분을 뵙고 얘기 들을 수 있는 거 되게 저한테 복인 것 같아요. 뭔가 딱 정해지기 전에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저는 미술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보는 시각이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블루를 시작한 초기 3개월 까지는 우리만의 색을 빨리 잡기 위해 많이 고민했고, 우선 무조건 유명해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인플루언서들 중에 그림 그리는 분들을 섭외가 가능했어서 하자고 했으나 가 굳게 말려서 진행하진 않았어요.


초반에 가 팔로워가 많은 유튜버를 통해서 우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지만 ‘안 된다고, 절대. 눈을 질끈 감으면서 천천히 유명해지더라도 우리만의 결을 지켜나가야 된다고 이건 아니라고.’ 그랬어요.


당시 뭔가 조급한 마음이 있었어요. 이제는 제가 그때 했던 생각이 착오였구나 깨달았고, 결과적으로 보면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년 동안 소신대로 전시를 진행해 온 덕분에 이제는 조금씩 우리 색깔이 보이는 거 같아 뿌듯합니다. 


만약에 했으면 인스타피드에서 숨기게 했을 거예요.


작년 가을 옥탑방 작업실에서 짧게 이야기 나눴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전에 만나 뵌 경험으로. 그리고 인스타 통해서 보았을 때 밝게 즐기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그블루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계속 모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 모임에 함께해 본 적은 없지만,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계속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펌프처럼 작용하고 있는 중요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후에 을지로의 차무식이 되려고 합니다. 제가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가 진짜 매번 놀러 오시는 분들 다 챙기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또 오면 또 엄청 챙기고 얘기도 많이 하고요.


을지로의 차무식이라 너무 좋아요. 꼭 되어주세요. 많은 이들과 네트워킹 되어 있고 또 친구가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같이 또 해결도 하고. 또 차무식이 사람 잘 챙기잖아요. 그래서 더 딱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챙기는 것에 대해서 피로도는 없으세요?


▶저는 없어요. 저 그런 걸 좋아해요. 챙겨주고 막 들어주고, 사람을 만나야 좀 정신 차리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반반인 것 같아요. 뭔가 만나면 좋아하는 해요. 확실히 저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새로운 장소 가는 거 좋아하고 이벤트 가는 거 좋아하고. 사람이기에 피로감도 있긴 있죠. 근데 그거 대비 그래도 제가 좀 느끼는 활기가 더 큰 것 같아요.


▶저희가 유독 파티를 많이 했어요. 여기에서 20-30명이 모여서 파티도 하고 그랬어요. 저희 중 한 명이라도 안 맞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6층 작업실을 쓰던 시절에도 정말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다 기억하고 챙기려 합니다.


그블루 개관식 때 진짜 뻥 하나도 안 치고 100명 넘게 왔거든요. 그때 저는 감동받아서 와주신 분들 다 챙겨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생겼어요.


'아, 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준다면...'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연결되는 소중한 인연과 기회가 많더라구요.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작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중력이 강한 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수많은 위성들이 주변에 있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더라도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힘들어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끊임없이 에너지가 쏟을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재능이자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분들이 해주실 역할이 커 보이고요.



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떻게 만나게 되셨을지 그블루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원 다닐 때부터 그블루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과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고 은 저의 남자친구고 이렇게 해서 제가 모았어요. 대학원 다닐 때부터 전시 공간을 운영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같이 일을 할 구성원 라인업도 막 썼다가 이름을 바꿨다가 지웠다가 또 넣었다가 엄청 고민했어요. 결국 이 사람들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제게는 이 그런 존재예요. 이 사람들이라면 멤버 그대로 쭉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5년 전에 처음 만났어요. 제가 둘 사이에 갑자기 불쑥 끼어든 인연이에요. 셋이 예전부터 좋은 사이를 유지를 하고 있다가 그블루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다들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학교 같이 다녔을 때만 해도 사실 상상을 못 했어요. 그냥 저는 친구랑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었어요.


을 섭외했던 날 이야기를 말씀드려 볼게요. 을 어떻게 섭외할까를 엄청 고민하고 있었어요. 이미 그땐 그블루 공간은 구해놨었고, 전시 라인업도 다 잡아둔 상태였어요.  에게 저녁에 맛있는 거 먹자고 작업실에 놀러 오라고 했어요. 벽에 붙은 a4에는 그블루의 앞으로의 계획과 라인업이 붙어 있었죠. “ 저거 읽어봐라!”라고 했어요. 그 안에 도 있었어요. 그렇게 멤버가 되었어요.


뒤풀이하는 줄 알고 만나러 왔었어요. 얘가 작가들과 작업실을 같이 쓰며 작업하니까 뒤풀이가 있구나 생각을 해서 갔는데 갑자기 빌드업을 하더니 같이 하자 이래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다정 대표님은 다 계획이 있었군요.

오래전부터 을 봤어요. 한결같은 미감을 가지고 있어요. 언제 보아도 좋을 디자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믿음이 있어 섭외했어요.


제가 예중, 예고, 미대를 나왔거든요. 사실상 평생을 미술만 하며 살아왔던 거죠. 그래서 권태기가 온 건지 한동안 질리는 느낌도 들고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슈들로 인해 미술 쪽에 종사하지 않게 되었었어요. 그런데 또 애증인지, 디자인을 하며 했던 고민들과 작업과정들이 다 그리워지더라고요. 디자인도 다시 하고 싶고, 또 제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림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딱 운영 제안을 줬어요. 갈증이 있던 차여서 큰 고민 없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드 잡이라 부담도 없었어요.


뭔가 사업이라고 말하면서부터는 부담스러운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를 사업이지만 사업이지 않게 강도를 조절하면서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실이자 사무실인 여기도 되게 편안한 분위기를 계속 만들려고 하고.


엄청나게 사업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덕분에, 당시 그렸던 이미지가 처음에는 없어서 막상 마침 딱 제게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서 시작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렇게 됐어요. 는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기획이야기



그블루에서 하시는 기획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개관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세분 모두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분들이 신데 '개관전'이라는 중요한 이벤트에서 그블루 멤버분들이 같이 전시하시는 구성이었을까요?


개관전 《CABINET》 때는 그블루만의 미적 취향이 담긴 캐비닛 중 첫 번째 칸을 공개하면서 저희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작가들로 구성해서 전시했어요. 맹희원, 윤정의, 민백 작가의 작품과 그들을 아울러줄 사운드를 이 작곡해 줬어요. 내가 만약 나만의 공간을 차리게 된다면 꼭 전시하고 싶은 사람... 하면서 차례대로 바로 떠오르는 사람들을 쓸 거 아니에요. 이분들이 그때 맨 위에 있던 분들이었어요. 개관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감사한 분들 다 기억하고 있답니다.


작가 포지션과 기획의 포지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거나 잘 융화해서 좋은 그림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님은 그런 어려움이 없어 보이셔요.

제가 원래 전시 보는 걸 좋아해서 좋아하는 작가 전시를 보고 오면 적어놔요. 그게 이렇게 쌓이는 거예요. 근데 작품에 따라서 나랑 전시했을 때 어울릴 사람이 있고 안 어울릴 사람이 있잖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분 작업 자체로는 좋고 다른 사람이랑 전시했을 때 더 좋은 분들이 있고. 그런 분들을 엮어서 전시를 여는 것을 상상해요. 저랑 했을 때 좋을 것 같은 사람은 이제 따로 모셔야죠.


대학원 재학 중에 전시를 많이 보시고 작가들을 기록해 놨다고 하셨는데  석사는 예술 경영 쪽으로 하셨던 걸까요?


대학원 다닐 때는 그냥 작업만 했었어요. 사실 제가 하는 게 기획이라고 생각은 안 했었고 이렇게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고 작업을 보다 보면 말로써 설명은 안 되지만  같이 있었을 때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떠오르는 그런 그룹들이 생겼어요. 그러면 기획자분에게 혹은 글 쓰는 분에게 얘기를 해서 이 멤버들 어떠냐 얘기를 해보고 또 이렇게 바뀌기도 하면서 상상을 했었어요. 기획을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획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블루가 어떤 곳이라는 걸 아직 확정해 놓지 않았어요. 시간이 쌓이고 있고, 큰 그림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주년이 될 때 정리된 글이 한차례 나올 예정이에요. 그때가 되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할 것 같아요.


이 지점에 와서 얘기 들을 수 있는 거 되게 저한테 복인 것 같아요. 뭔가 딱 정해지기 전에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니!


말씀을 듣다 보니 그블루의 특이성이 느껴집니다. 아까 멤버를 찾고 사업을 설계한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님께서도 ‘사이드 잡’이라는 표현을 써주셨었고요. 저는 을지로에 계신 분들 이렇게 얘기 나눠보면서 예술가 입장에서 사업이라는 얘기가 나온 분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영리적인 목적의 공간에서도요. 그블루는 그 이야기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여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공동의 목표가 있어서 일까요?


▶저는 확실히 그블루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었어요. 갤러리에서 끝나지 않고 그블루라는 브랜드가 뭘 해도 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전시는 열리고, 공연도 하고요.  다양한 작가진을 꾸려서 뭘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그블루를 디자인하면서 뭔가를 했을 때 우리와 함께 하면은 좀 신선한 이미지로 상승효과가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스타는 ‘그블루 @gblue_iii’라는 계정이 있고 ‘그블루 갤러리 @gblue_gallery’라는 계정이 있어요. 2개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블루’라는 브랜드를 먼저 만들고, 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따라오게 만들었어요.

때문에 ‘그블루’ 계정 들어가면 운영자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그 공간에서 일어난 행사, 파티나 뒤풀이 같은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소식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블루 갤러리’ 계정은 홈페이지처럼 전시에 관한 객관적 이미지를 볼 수 있는 계정이에요. 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는 이 피드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어요.


나중에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그블루 엔터테인먼트가 첫 번째로 소개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그블루 갤러리예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온라인으로 예술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예술계의 주요 SNS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실시간 공유하고 소통하고, 각자 원하는 니즈를 찾고, 또 컬래버레이션이 많이 일어나는 활기찬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 제안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단순 "갤러리를 운영하자"가 아니라, “그블루라는 엔터테인먼트를 먼저 세우고 그에 속한 갤러리를 먼저 시작하자”는 형태가 제가 생각해 오던 양상과 완벽하게 맞아서 좋았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이야기한 데로 플랫폼이에요. 그거를 저랑 가 작업실 처음 구한 날 카페에서 막 얘기를 하다가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거기까지 가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것들에 관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갤러리’가 탄생이 되고 ‘그블루’가 탄생이 된 거고 우리는 이제 그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어떤 플랫폼이고 앱이고 너무 많이 생기잖아요. 지금도 사실 찾아보면 좋은 거 되게 많아요. 근데 모르잖아요. 이게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까 앱을 다운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그럼 그 역할에 한계가 생기죠. 


저희는 다른 전략을 생각했어요. 그블루라는 브랜드가 먼저 생기고,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유명해지면, 그들이 플랫폼을 열었다고 했을 때 자동적으로 영역이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술계 사람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전시를 열면서 우리만의 축제라는 얘기하잖아요. 전시에 대한 관심이 지인을 넘어 더 대중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플랫폼 생각이 나왔고 에게 이야기하니 본인도 하고 싶었던 거라고 해서 이렇게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보니까 많은 지점에서 이해가 됩니다. 그블루의 일련의 행보나 이런 것들이. 그리고 이 공간도 일반적인 개인 작업실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잖아요. 이런 구조도  스튜디오 플랫폼 같이 느껴져요. 그블루 갤러리도 전시 플랫폼으로 느껴지고, 인스타 계정도 사람들이 계속 모이고 알리고 하는 어떤 중간 허브 역할로  운영하시는구나 라는 게 퍼즐이 맞춰지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는 게 맞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냥 마냥 신난 애들 아닙니다. 신난 거는 컨셉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을 너무 무겁게 진행하는 것보다 가볍게 노는 이미지가 좋아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뒤에서는 엄청 치열하게 고민하고 심각하지만요. 

플랫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저희가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이 모였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작가의 정체성을 가진 완전 예술 분야 사람이랑 사운드랑 대중을 상대하는 광고 업계랑 함께 하면서 이제 좀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을지로에 있는 대다수의 분들이 온전히 작업실을 공유하기 위해서 모였거나 아니면 전시 공간을 대안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모였거나 하는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분들은 갖고 있는 순수성을 지향하고 싶어 하는 게 내재돼 있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디자인 영역을 제외하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사업화를 시킨다거나 어떤 플랫폼을 만든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시는 분은 제가 거의 못 봤기에 그블루가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을지로에 있는 다른 활동을 보면서 저희는 그 반대로 가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갤러리로 한 것도 영리를 지향하기 위함이었어요. 처음엔 비영리 공간을 할 건가 영리 공간을 할 건가에 논의도 엄청 많았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계속 작업을 순수성만 지키면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걸 하면서 먹고살아야 되는 거고 좀 팔팔하고 패기 있을 때, 젊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팔려는 생각을 갖고서 해야 해도 될까 팔릴까 말까 한데 계속 비영리로 가면서 공공사업 기금에만 의존을 하면서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정님이 생각하시기에 지금 멤버 구성이 더 좋았겠구나 싶어요. 때문에 이렇게 설계를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구성이 을지로 다 뒤져봐도 여기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동일한 전공과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면 서로 이해가 많이 되는 점도 있지만, 역으로 한계가 명확하게 생겨버리는 것 같아요. 안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보는 것이 생기기 때문일 것인데 서로 맹점을 봐줄 수 있는 딱 좋은 눈과 서로가 화학작용을 많이 할 수 있는 구조로 보입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를 믿었어요. 그리고 지금 시작한 게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찍 시작한 거니까. 30대일 때 한 게 아니다. 저랑 은 29살 때 시작했어요. 


사실,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가 되는 정식 루트라는 게 있잖아요. 공간을 운영할 때 갤러리에 취직 하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예술학과나 미술학을 졸업한 다음에 실무를 익히고 퇴사해서 나의 공간을 만들고. 저희는 그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전문성을 갖추고 자본도 갖춰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지만.


모든 게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면 지금의 그블루는 생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그 과정 속에서 부족한 게 있으면 배우고,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가면서 좀 더 많은 경험과 추억을 가득 쌓아서 나중에 썰 풀면서 살고 싶었어요.


우선 저도 지금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게 점점 더 두려워지는 것 같아요. 사업이란 걸 항상 해보고 싶었지만 추상적이고 먼 형태로만 느껴졌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전문적인 경영분야를 전공한 건 아니어서 엄두가 안 났는데,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겁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3명 다 비슷한 성격 속에서도 각자 살아온 길과 시각이 달라서 재밌는 아이디어나 의견이 모아질 때가 많은 것 같아 좋은 시너지를 더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블루를 시작할 당시 제게 큰 모험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이런 도전과 모험은 불가능할 것 같아서 큰마음먹고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질러보자라는 마인드로 뛰어들게 되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블루가 이렇게 지금, 이 나이에 하게 되면서 또래들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큰 것 같아요. 갤러리에서 장기간 근무를 하셨거나, 마케팅 회사를 다니다 을지로에 전시 공간을 만드신 분도 계시잖아요. 그분들이 접근하는 방식이나 힘과 이 세 분이 만들어내는 힘이 결이 너무 달라서 약간 이 표현이 좋은지 모르는데 엄청 순수해 보이는 거예요. 상대적으로 투명한? 그런 모습이 앞서 말씀드렸던 신나는 모습과 겹쳐지면서 생생한 느낌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 듭니다.


그블루가 전반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는 이야기 들었으니 이제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전시한 작가들을 모집하시는지, 전시를 기획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그블루에서 전시한 작가님들은 대부분 제가 섭외한 분들이었는데요. 첫째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전시 보는 게 오래된 취미여서 이미 제 마음속 좋아하는 작가님들 리스트가 있고 그분들에게 차근차근 연락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그블루가 1년 차여서 이만큼(쌓인 자료들)이나 많이 남았네요. 여러 번 전시를 보고 누적해서 작업이 좋아서 섭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둘째는 갤러리 메일이나 우편으로 도록이나 포트폴리오가 오면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 추가로 찾아보고 마음에 들어오면 리스트에 추가합니다. 당장 전시가 아니더라도 단체전 할 때 잘 어울릴 분들을 함께 떠올리며 묶습니다.


셋째는 지인 추천입니다. 주변 분들에게 너무 먼 작가님들 말고 우리가 닿을 수 있는 거리 정도에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야?’, ‘네가 생각했을 때 이 친구는 절대 작업 안 그만두고 오래 작업할 것 같다는 생각 들었던 사람 누구야?’라고 물어보면서 추천을 받아요. 그 이유가 작가님들을 저희가 다 곁에서 오래 볼 수는 없잖아요. 근데 잠재적으로 좋은 작가님들은 가까운 지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정하는 거 같아요. ‘이 작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작업도 좋아!’라고 추천해 주시면 믿고 자세히 봅니다.


올해는 공모가 없습니다. 대신 포트폴리오는 상시 받고 있으니 메일로 편하게 보내주세요. 좋은 작가님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블루 문화재단'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그블루를 처음 계획할 때 쓰던 파일을 든 정다정 디렉터 ⓒ그블루






공존이야기



SNS를 통해 보면 요즘 굉장히 좀 많은 활동 하시더라고요. 을지로에 있는 전시 지도도 올리시고, 그게 최근에 좀 더 그런 활동을 하시는 건지, 제가 최근에 보게 된 건지. 그 과정이 어떻게 시작이 됐고 하시면서 스스로가 느껴지는 좀 변화나 성취 같은 것들 있다면 어떤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SNS 팔로워가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원래는 작업 계정이어서 제 작업만 올렸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보고 온 전시 중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을 전시를 추천해서 올리기 시작했더니 그렇게 되었어요. 초반에 팔로워가 한 100명 200명 이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1천 명 2천 명이 되니까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왜 나를 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양질의 정보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피드를 올릴 때도 제가 좀 진짜 좋게 봤던 대가들의 작품을 올리기도 하고 교차로 신진 작가 작품을 올리기도 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런 공간에 가서 봤던 좋은 작품들을요. 교차하면서 올리는 이유가 이 대가들만큼 신진 작가들이 좋은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에요. 


또,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는 입장에서 하나의 작은 전시만 보러 멀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내 지인의 전시가 아닌 이상 홍대든 이제 삼청동이든 을지로든 그 구역의 여러 전시 공간을 묶어가지고 투어처럼 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지인을 그블루 갤러리로 부를 때 우리 전시만 보러 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도 좋은 전시하는 곳이 있다면서 여러 개 묶어서 보러 가라고 추천을 해줘요. 원래 그냥 구두로 추천했었는데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저한테 요즘 어떤 전시가 좋은지 물어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전엔 다 조사해서 혼자 보던 자료들을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올리게 되었어요. 


그블루를 운영 전에도 그렇게 했지만, 공간을 운영하게 되면서 나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주변이랑 같이 잘 돼야 여기 권역이 살아난다고 생각을 해서 같이 올리게 된 것도 있고요. 을지로 자체가 워낙 젊은 작가님들이 많으니까 인스타 활동을 많이 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지도 업로드하는 걸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어울리면 서로가 홍보되니까.


COSO와 전시 모임도 같이 하시고 주변 분들과도 활발히 교류하시는 것 같았어요. 


코소 대표님은 아트쉬프트 파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저희가 얘기를 길게 나눈 건 아니지만 우리 결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서로 연락을 계속하게 됐고 엄청 친해져서 같이 다니게 됐고 그리고 한동안 작업실도 같이 쓰게 되면서 최근에 일본 여행도 갔다 왔어요.


COSO 대표님도 거의 머신처럼, 지치지 않고 전시를 보러 다니셔요. 그래서 저희 둘이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여기 보러 갈 때 같이 갈래요 얘기가 시작돼서 5개 8개 쭉 같이 보고 을지로로  돌아오고 그럽니다.


의 전시 보러 다니는 에너지는 진짜 대단합니다.







공간이야기



을지로라는 지역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그블루에게도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장소는 어떻게 정하신 걸까요?


첫 저희 작업실이 을지로였어요. 작업실 같이 쓰는 멤버들 모두의 중간이었어요. 태릉 입구, 용인, 여의도, 고속터미널. 여기 빨간 버스도 많이 오고 N버스도 있고, 지하철도 많이 올 수 있는 곳이어서 접근이 용이했어요. 워낙 재료 구하기도 좋고요. 


▶그러던 중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갈 때면 취미로 빈방을 보러 다녔어요. 우리 작업실보다 혹시 더 좋을란가 싶어서 구경 가고 이러면서 공간을 계속 보러 다녔었는데 지금의 갤러리 공간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지리적인 위치와 환경적인 자원 때문에 정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하셨던 그 블루의 이야기와 지금 현재 을지로에 최근 몇 년간 있었던 상황들이 딱 잘 맞는 것 같아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고 실험을 하는 장소라는 점에서요.


갤러리가 모여 있는 지역군이 몇몇 곳이 있잖아요. 그곳마다 특징이 다 달라요. 근데 저는 지금 새로운 작가들, 젊은 작가들과 전시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전시 공간들이 따닥따닥 모여 있는 데는 을지로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제일 최고라고 생각을 해서 여기서 하면, 위치만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을지로를 방문한 관람객이 예를 들어 중간 지점에서 전시를 봤다면 어떻게 그블루를 안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까운 데 있잖아요. 상업화랑이랑 여기 너무 가깝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을 노려보면 괜찮겠다 싶어 가지고 좀 자신감이 있었어요.


▶에피소드가 있는데 연애 초기 때 같이 을지로에 온 적이 있어요.  그때 전시를 보러 왔었어요. 그 당시에 저는 회사 생활 열심히 하고 있고 는 학생 시절일 때 나중에 을지로에 작업실이 생기면 좋겠다. 이 생각을 했는데 정말 구하게 된 거예요.


그때 말하는 대로 다 됐네요. 처음 공간을 구하고 정말 이 얘기도 많이 하고 다녔어요. 저도 첫 작업실이었거든요.  항상 회사내부에 스튜디오만 쓰다가 저만의 작업실이 생겨서 너무 좋았죠. 초기에는 의자도 없어서 대야에 앉아서 회의하고 막 그랬어요.





그런 에피소드들이 을지로 있는 사람들한테는 안 생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 그 폐허 같은 곳에 들어가서 아지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요.


▶또 6층이었잖아요. 짐 옮기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작업이 또 다 나무잖아요. 블루 앞에서 욕 절대 안 하거든요. 처음으로 그때 욕했어요. 이런 나무가 4겹이 쌓여 있는 작품이었는데 6층에서 작품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가시면서 아저씨가 하는 말씀이 "다시 못 올라온다. 못 한다." 그래서 그냥 1층 창고에 두셨어요. 결국 그 작품은 지방에 있는 컨테이너로 옮기게 되었어요.  


을지로라 생긴 에피소드 같아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 계단이 좁다 보니 택배를 두고 간 적도 있어요. 아저씨가 책상인데 못 올리겠다. 두고 가서 다시 다 가져가라고 한 적도 있고 을지로 사람들은  다 겪었을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지금은 3층이라 너무 뿌듯해요. 멋있죠. 성공했어 우리.  옥탑방에 작업실 쓸 때도 우리 다 내려가려고 일부러 옥탑부터 하는 거야라고. 감사해요.


그때 로망에 젖었죠. 지금은 좀 우리의 멋짐에 취해있어요.


이제 우리 최종 목표는 1층이다. 진짜 멋있죠.



그블루 갤러리에 첫 손님 비둘기와의 조우 ⓒ그블루



공간 유지를 몇 년 동안은 할 계획이 있으실까요? 얼마간 여기 있겠다. 혹은 이 공간이 아니어도 을지로에 있겠다. 그런 계획도 있으세요?


▶4년으로 얘기했어요. 올해 6월이 1년 딱 되는 날이에요. 솔직히 4년 이후에 대해서 여기를 그냥 두고 다른 데 하나를 더 하자고 얘길 했어요. 근데 그게 해외가 될지 강남이 될지 모르겠지만 을지로는 계속 유지를 하고 싶어요. 


3층 그블루 갤러리에 가보면 갤러리 포함해서 방이 3개거든요. 나중에 옆방도 우리가 다 쓰게 되면 블루방, 블랙방 그린방 하나씩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문이 파란색이잖아요. 각자의 색으로 전시를 꾸미고 공간을 꾸미고 하는 거 하고 싶어요. 저는 따로 또 같이 하는 층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층이 원래 한 공간인데 그게 가벽을 쳐놔서 방을 나눠 놓은 구조예요. 저희 들어오기 전에는 거기 벽에 문이 있어서 옆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있었어요. 저희가 전 층을 쓰게 된다면 그 문을 다시 살리고 싶어요. 


▶한 공간인 것처럼 하지만 전시 색깔은 다르게 느끼도록.


그런 게 있었는 그 층이 진짜 재밌겠어요. 저 그런 그블루의 층을 보고 싶어요.


말하면 또 이루어질 수도 있어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저희 공간을 4년 계약했는데, 저는 계약을 처음 해보니깐 2년 할까 했는데 검은이 무슨 2년이냐고, 4년 정도를 해야 이 자리를 잡는다 해서 과감하게 4년으로 했어요. 그래서 을지로는  4년 이상 운영 할 것 같아요.

 

해외 얘기 나왔는데 저의 워너비는 태국이에요. 가보니 살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이제 각자의 워너비를 얘기해 보면 강남이 저희 스타일 아닌 것 같고 저는 태국에 치앙마이라고 있는데 딱 한적하니 여행객들 많이 오고 거기도 이제 갤러리를 제가 이제 조그만 갤러리들을 많이 가봤었는데 이런 데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블루의 태국 공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국제교류 형식의 레지던시도 가능할 것 같아요. 


▶"방콕에서 치열하게 하기보다 느긋하게 그 문화를 즐기면서 작업을 하는 분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어떤 분의 지인으로 부터 이렇게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어요. 저희 갤러리도 거기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죠. 그곳 특유의 느린 느낌 때문에요. 을지로는 뭔가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간다면 치앙마이는 한적하게.


저는 미국. 현대 미술의 중심이잖아요. 전 세계에서 모이기도 하고요.


다 뜻이 달라. 그럼 각자 분점합시다.


▶전 세계로 흩어져도 1년에 한 번은 만나자.


다른 국가에서 또 같이 활동하는 글로벌 그블루를 기대합니다. 


그블루 옥상에서 바라본 야경 ⓒ그블루


세분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노마드의 ‘도시 낭만’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여기 오면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요. 낭만 있는 이런 작업실이 꿈이었는데. 회사 다니던 친구들도 이곳에 오면 낭만 있다. 청춘이다. 탐난다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꼭 저녁에 초대했거든요. 노을 질 무렵에요.


남자 손님들은 테라스에서 “세상 다 가졌다” 낭만 있다고 소리쳤어요. 서울 한복판 옥상에서 담배 피우면서. 도시의 노을은 낭만적이고 서로 가져온 술맛도 좋고, 모인 사람들 사람들도 재밌어하고.

주변이 아름답게 보이면 그 순간 낭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와 스쳐가는 분들과 함께 서로 인생 얘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놀고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같이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로맨틱한 그룹으로 기억에 남기겠습니다.


그블루 스튜디오 초입 목도 전경 ⓒ그블루





도시의 낭만을 나누는 노마드


세 분이 각기 다른 각도를 보면서 그것이 다시 합쳐지는 접점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능력에서도 서로가 가진 성향이나 기질도 보완이 되는 조합을 만든 게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예술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그블루의 5년 후가 무척 기대됩니다. 6월이 되면 그블루의 싹이 떡잎을 떨구고 정체성을 본연히 드러내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잘 자랄 수 있는 길을 열고, 서로를 응원해 나가는 그블루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블루 멤버


블루, 정다정 디렉터 : @dajeong__jeong

그린, 디자이너 : @gblue_design

블랙, 검은 작가 : @black_artist_i


 




그블루의 작업실 동료

 

김연홍 : @yeonkoi

김진선 : @jinsunkim__work

김지윤 : @kimmunity_y

이태경 : @lllllltkllllll





그블루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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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블루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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