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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r 08. 2023

요즘 브런치가 느무 재미나요

에디터 신작 브런치북에 선정되다

작년 9월 말쯤 브런치를 시작해서 이제 6개월 정도에 접어들었다. 기존에 하고 있던 블로그에는 내 속마음을 다 드러내기가 왠지 불편하고 찝찝했는데, 브런치에는 다 털어놔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를 딱히 좋아해 본 적도 없고, 특기도 취미도 아니었는데 틈 날 때마다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쓰곤 했다. 아이가 방학하기 전에는 평일에 거의 매일 한 시간 이상은 글을 썼다. 신기하게도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한 두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 글이 다음 메인 홈앤쿠킹 페이지에 여러 번 올라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조회수가 무서우리만치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매번 캡처를 해두었다.


연말에 있었던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도 했다. 꼴랑 브런치북 1개 발행한 주제에, 그것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음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결과는 당연히 낙방이었지만 첫 술에 어찌 배부르랴. 그리고 수상의 영광이 주는 것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토해낼 수 있어서 그것이 주는 의미가 나에게는 더 크다. 사실 나는 글을 쓴다기보다 내 경험과 느낌을 활자에 쏟아낸다는 기분으로 임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앞 뒤 문맥이 잘 맞지 않는 글도 많고,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도 불쑥 나올 때가 있다.


얼마 전에 브런치와 블로그를 비교해서 글을 쓴 적도 있지만, 블로그는 상업성이 굉장히 진하다. 듣도보도 못한 각종 업체와 사업 광고와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곳도 많고, 그저 이웃수를 늘리기 위해 영혼 없이 이웃신청을 하는 블로거들도 많다. 그리고 애드포스트를 달면 수익도 발생하기에, 더 많은 수익 달성을 위해 자극적이고 화려한 문구를 앞세워서 운영하는 블로그도 많다. 요즘은 특히 부동산, 주식과 같은 재테크 블로거들이 우후죽순 늘어나서 이웃 신청을 하기도 하는데 받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그 와중에 정말 오랜 기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우직하게 몇 가지 특정한 주제로 운영하는 분들도 있어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울 때도 있다. 그런 블로거들은 따로 기억해 두고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자극도 받고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한다.


블로그 이웃수가 900명가량 되긴 하지만 솔직히 그 이웃들이 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광고,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이웃들이 족히 절반은 넘을 것 같다. 그냥 눈팅만 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그보다 브런치 구독자수는 내 글을 읽고, 내가 쓴 글에 관심이 생겨서 계속 봐주겠다는 의향이 담긴 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서 그 숫자의 의미가 순수하게 느껴진다. 내 브런치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200명이 넘는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물론 일회성으로 해본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 내가 쓴 글을 유심히 봐주신 분들 아닌가.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일말의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


브런치 작가라고는 해도 출간을 해본 적도 없고, 글을 업으로 삼는 직업도 가져본 적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며칠 전에는 작년 말에 발간했던 첫 브런치북에 담긴 글들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쓴 지 몇 개월 지난 글이라서 조회수는 거의 0에 가까웠던 글들인데, 갑자기 수십 명이 그 글들을 본 것이다.


이상했다. 내 브런치북이 어디에 뜬 걸까. 브런치 첫 화면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브런치 첫 화면을 보면 "작가가 사랑한 문장"이라는 메뉴로 브런치북이 하나 소개되어 있고 그 아래에 "오늘의 작가"가 있다. 그 밑으로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메뉴에 소개되는 브런치북은 거의 몇 개월은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 밑으로는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 나오고 그 밑으로는 "역대 브런치북 수상 작가"가 소개되어 있다. 출간한 책들도 많아서 이 메뉴에 소개된 책들은 어디선가 본 것처럼 친숙하다. 그 아래로는 "오후 2시, 브런치 인기글"이 몇 가지 나오는데 여기에 추천된 글들 중에 끌리는 제목들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이다. 그 아래로는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이 소개된다. 그 아래로는 "구독자 급등 작가"가 소개되어서 요새 한창 뜨고 있는 브런치 작가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그 아래에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이 드디어 나온다. 그 아래에는 "브런치북 원작 베스트셀러"가 있고, 거의 맨 아래 마지막 단계에는 "에디터픽 최신 글"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우연찮게 흥미로운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한창을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쓴 브런치북인 "엄친아로 키우고 싶어요"가 옆으로 쓱 밀어보니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에 네 번째로 소개되어 있었다! 오잉? 이 브런치북은 만든 지 몇 개월 지난 건데 무려 신작 브런치북에 소개되어 있다니, 무슨 일이지 싶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이후 에는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브런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에 썼던 글들을 모아둔 건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문맥도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책 겉표지도 조금 더 신경 써서 할걸 후회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목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요즘 한물간 단어인 엄친아라니. 한창때 엄친아라는 말 많이 썼지, 요즘은 괜히 남의 자식들과 비교해서 아이에게 열등감만 심어주는 말이라는 이미지가 생겨서 추앙받고 있지도 않은데, 그런 엄친아로 키우고 싶다니. 나도 참 할 말이 없다. 지나간 첫사랑처럼 왠지 다시 보면 너무 서툴고 어색해서 부끄럽기만 한 나의 첫 브런치북을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에 소개해주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서 감사할 뿐이다. 글 하나가 다음 메인에 올라가서 경이로운 조회수를 경험하는 것도 신기하고 행복하지만, 브런치 메인에 내 브런치북이 소개된 건 또 다른 기쁨인 것 같다.


이와 동시에 내가 쓴 두 개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서 어제 하루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진지하게 마음먹고 각 잡고 쓴 것도 아니고, 감기 몸살에 안 좋은 컨디션으로 일상에서 겪은 일을 거의 그대로 짧게 묘사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봐줘서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브런치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쓴 글들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읽힌다는 사실이 돈으로는 환산되지 않는 모종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다. 아무래도 뭇 브런치작가들도 이런 기분에 중독되어 열심히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아무튼 요즘은 브런치가 참 재미있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내 삶에서 겪는 소소한 일상의 작은 일들도 브런치에 글로 쓰면 어떨지, 자세히 관찰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 경험과 소회가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위로와 공감의 수단이 된다면 그걸로 글을 쓸 가치는 충분한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 부지런히 글을 써나가야겠다.




https://brunch.co.kr/brunchbook/um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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