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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Apr 07. 2023

견뎌라, 초2가 똥을 못 닦더라도

견뎌내야 하느니라

견뎌라, 초2가 똥꼬를 제대로 닦지 않고 엉덩이 중앙이 아닌 그 주변부만 대충 쓱쓱 휴지로 문지르고 가감 없이 바지를 올려버리는 모습을 보더라도


견뎌라, 스스로 하는 양치가 개운하지 않고 어금니에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은 찝찝함이 너를 유혹하더라도


견뎌라, 키오스크에서 30초면 끝낼 주문을 자기가 스스로 아득바득해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답답함에 몸부림을 치게 되더라도


견뎌라, 매주 선생님께 제출해야 하는 일기 숙제가 "어디 가서 뭐 먹고 놀았다. 참 재미있었다."패턴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고 2년째 계속되더라도


견뎌라, 초딩이 문고책으로 넘어가기는커녕 그림만 가득하고 한글 문장은 몇 줄 되지도 않는 유아동용 책과 흔한 남매 만화책만 보고 있더라도


견뎌라, 밥 먹고 나서 소스 그릇을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다 깨부서 놓고 자기가 더 놀라서 울며 불며 소란 피우다가 달래주게 되더라도


견뎌라, 등교 시간이 임박해 오는데 오늘 날씨에 맞춰서 가장 적당한 걸로 세심하게 꺼내놓은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하더라도


견뎌라, 1분이면 다 입을 옷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속옷만 입고 온 집을 들 쑤시고, 바지만 입고 만화책을 보며 바쁜 아침 시간을 속절없이 낭비하더라도


견뎌라, 물 낭비하면 안 된다고 수백 번 말해도 혼자서 샤워하는 내내 물 뿌려대면서 장난질을 치더라도


견뎌라, 급하게 나가다가 애먼 현관문에 자기 머리가 부딪혔는데 엄마 탓이라며 왜 문이 거기에 있는걸 진작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남 탓으로 돌리며 엉엉 울더라도


견뎌라, 저 하나 키우기도 힘들고 벅차서 몇 날 며칠밤을 울고 밤을 지새우고 우울증 직전까지 간 어미에게  대관절 나는 왜 동생이 없는 거냐고 너무 외롭다며 얼른 동생 낳아달라고 울며불며 떼를 쓰더라도


견뎌라, 남들은 대형 어학원이다, 사고력 수학학원이다 다 보내는 마당에 예체능 학원 달랑 한 개에 방과 후, 학습지 밖에 안 하면서 학원 다니기 싫다고 매일 징징대더라도


견뎌라, 저 키우려고 일 그만두고 집에 있는 엄마에게 자기는 학교 가는데 엄마는 왜 아무 데도 안 가냐고 억울하다며 따지더라도


견뎌라, 밤중수유하며 못자고 못 먹던 때에 이 녀석은 대체 언제 사람구실 할 수 있는거냐고 울부짖으며, 초등학교 보내고 말이 좀 통하면 드디어 육아가 쉬워질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지 너의 철없는 착각이었음을 매 순간 온 몸으로 확인하고 깨닫게 되더라도



견뎌라, 너는 이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하느니라.


그래야 너보다 훨씬 공부 많이 하고 화려한 학력 이력을 자랑하며 잘난 분들이 쓴 수많은 육아서, 니가 밑줄 긋고 형광펜 그어가며 읽어댄 육아서에서 말하는,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그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느니라.


시어머니가 늘 너에게 말하지 않더냐. 자식 잘 키우는게 그리 쉬운 줄 알았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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