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첼쌤 Aug 02. 2023

선자는 좋겠다, 이민호 노상현 사랑받아서

뒤늦게 파친코에 빠졌어요

소설 파친코가 인기를 끈 건 한참 전의 일인데 나는 이제야 읽었다. 소설류는 워낙 관심도 없고 거의 읽지 않았기에 굳이 찾아볼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파친코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스토리의 대단한 흡입력에 푹 빠져들어버렸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책을 읽는 일은 내 평생 드문 일인데, 한 줄이라도 더 읽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갰다. 후반부는 조금 허무하기도 하고 긴장감도 떨어지긴 했지만 애플티브이에서 만든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더 설레었다.


원작을 각색한 부분도 많긴 했지만 드라마 역시 굉장히 재미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반 소시민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장면도 많았고, 상당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이었다.


한 가족의 세대를 걸친 수십 년간의 인생 이야기라 수많은 인물과 스토리들이 펼쳐지는데 그중에 단연코 나를 사로잡은 건 우리의 주인공 선자의 로맨스다.


선자는 고한수(이민호 역)와 백이삭(노상현 역)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평소에 이민호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너무 잘생기고 부리부리한 인상에 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캐릭터 연기를 주로 했기엔 좀 현실감이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 파친코를 보면서 느낀 건 이민호라는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하는 생각이다. 원작에서 고한수는 이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은 느낌인데 이민호가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준 것 같다. 게다가 원작에선 없는

고한수 과거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가 상승했다.


이민호도 이민호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백이삭 역의 노상현이다. 소설에선 처음 등장부터 결핵으로 아파서 쓰러지면서 등장하기에 그의 외모에 대해서 딱히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드라마에선 웬걸 병자라 부르기엔 너무나 건강하고 젊다. 게다가 딱 맞는 정장 슈트는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이민호와 단 둘이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을 보면 이민호보다 키는 작아 보이지만 절대 외모적인 면에서 밀리지 않고 놀라운 건 연기력도 탄탄해서 어설프지 않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완벽하게 백목사가 된듯했다. 처음엔 아픈 사람치고 너무 멀쩡하게 잘생겨서 좀 언밸런스한가 싶었는데 선자를 바라보는 눈길이며 몇 안 되는 대사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투 하며 너무 완벽했다.


남의 남자아이를 임신한 미혼모의 신분으로 총각인 백이삭과 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하에 하객도 꽃 한 송이도 없이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하나도 초라함이 느껴지지 않은 까닭은 두 배우의 눈부신 외모 탓일까 아니면 그 배경 속 이야기가 워낙 마음이 절절하게 만드는 탓일까.


요즘 같은 시대에도 혼전임신한 여자를 신부로 받아들이는 남자는 정신 나간 거 아니냐고 할 거 같은데 그 옛날에 그런 선택을 한 백이삭이라는 캐릭터가 좀 비현실적이긴 하다. 게다가 시종일관 선자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신기한 건 이들의 로맨스 장면에는

요즘 청춘 남녀들이 흔하게 하는 데이트 하나 없지만 그런데도 애절하고 예쁘게 보인다. 주로 이들의 배경이 되는 건 바닷가 어시장이나 허름한 집, 흰쌀밥도 구경하기 어려웠기에 몇 가진 반찬으로 한 조촐한 밥상 앞이다. 식민지 시절, 모두가 힘들고 살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청춘 남녀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애정도 키우고 결혼도 하며 사는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나 보다.


백이삭 역의 노상현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 배우에 대해 알아보려고 검색하고 다른 작품도 찾아봤다. 그런데 현대극에 나온 그의 모습은 파친코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감각적이긴 했는데 왠지 끌리지 않았다. 뭔가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사람처럼 어색하게만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푹 빠진 건 노상현이라는 배우라기보다 파친코 속 백이삭 목사라는 남자라는 사실을.


남의 자식을 임신했음에도 자신의 성을 물려주고자 선뜻 먼저 선자에게 청혼하고 결혼하는 모습, 자신보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별 볼 일 없는 시골 집안 출신의 여자지만 자신의 배우자를 한결같이 다정하게 대하며 존중하는 모습, 핏줄로 따지자면 친아들이 아닌데도 노아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키우는 모습. 이런 모습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버린 그 백이삭 역에 빠져버린 거다.


고한수에게는 현실감각 떨어지는 몽상가 취급을 받고, 그에 걸맞게 결국 공산주의자로 몰려 일본 경찰에 끌려가는 등 결국 비극을 맞게 되지만 어찌 보면 선자에겐 과분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다.


노아의 친아빠 고한수는 어찌나 선자의 주변에서 평생 맴돌면서 다방면으로 몰래 도움을 주려고 하는지 그것 또한 질투가 날 지경이긴 하다. 백이삭과는 전혀 다른 성격과 삶의 궤적을 지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라 비교 불가지만 이렇게 멋진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자라니. 선자 스스로의 삶은 희극과 비극을 오가지만 이 두 남자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


파친코 시즌2도 제작 중이라는데 어서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30만 경제 유투버 베스트셀러를 읽었는데, 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