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엄마들 단톡에서 제외된 사람의 심경
언제부터였을까. 단톡방 새알림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한 건.
여름방학 시작 시점만 해도 내가 속해있던 동네엄마들 단톡방은 수시로 대화가 오갔다. 잠잠한 시기도 있긴 했지만 길어야 3일 정도였다. 뭐 대단한 대화소재가 오간 건 아니었다. 아이들 아파서 병원 데리고 간 이야기, 아파트 단지 어디 놀이터에서 애들 놀고 있다는 이야기,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정보 이야기, 혹은 다른 동네엄마 근황 등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알아도 상관없고, 모른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는 그런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이 나눌법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었다. 또래 아이들 초등 입학할 시기에 우연히 친분이 생겨서 단톡방이 결성되었고 1년 반 정도는 아이들도, 엄마들도 자주 만났다.
물론 나는 모든 만남과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첫째 이유는 아이가 사회성 부족으로 정상 발달의 보통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꼭 휩쓸리지 않으면 좋을 갈등이 우려되어서였다. 그래도 세 번 만나면 한 번 정도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도 아이를 데리고 만나려고 했다. 그나마 가끔은 큰 문제없이 어울릴 때도 있었다.
그전에도 나를 빼고 나머지 엄마들끼리 동네 카페에서 만난다거나 아이들끼리 집을 오가며 교류한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딱히 서운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아이들끼리 워낙 친하고 잘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들도 더 자주 연락할 일이 생겼으리라. 굳이 나에게 따로 만나자고 연락하지 않는 이상 자기들끼리 만날 일이 많았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단톡방은 죽 이어졌고, 학교 행사 정보나 다른 반 과제 정보를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반 알림만 봐도 충분하지만 때로는 다른 반 이야기를 아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단톡방 새 메시지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 처음 며칠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며칠이 일주일이 됐고 이주일이 되었다.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 중 한 명이 이번에 물놀이 가기로 했다고 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미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숙소 예약까지 마쳤다고 했다. 이미 자기들끼리 계획한 여행에 나를 끼워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엄마는 나에게 그런 여행을 숨길 이유도 없고 같이 가면 더 좋으니 편하게 제안해 준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스케줄과 겹치기도 했고, 아이도 갑자기 아파서 가지 않아도 될 그럴싸한 핑계가 생기긴 했다.
같이 여행을 갔다면 사진도 찍었을 테고 그 사진도 공유했을 텐데, 내가 들어있는 단톡방에 공유하기 불편했을 거다. 그래서 새로운 단톡방을 개설했을 것이고 그 후로도 만남이 이어진 것 같다. 동네 키즈카페에도 여러 번 갔다고 했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왜 나는 이 엄마들에게 팽 당한 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동네가 좁다 보니 카페나 길 가다가 엄마들 중 한 명씩은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반갑게 근황을 묻고, 곧 보자고 하며 헤어진다. 왜 단톡방이 요새 조용해?라고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그런 내가 조금 구차하게 느껴졌다.
내가 제외된 이유는 나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아이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부담감을 주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이가 문제인지. 생일파티와 키즈카페를 수없이 함께 다녔지만 그 친구들은 내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엄마들이 친하니까, 엄마들 관계 때문에 내 아이도 그 모임에 받아준 것뿐. 2학년이 되고 친한 친구 개념이 더 강해지고, 또 몇몇은 핸드폰이 생겨서 아이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아이와는 더 멀어지게 되었다. 내 아이는 그 친구들에게 있어 그냥 엄마들 모임 때문에 함께 만나는 아이였을 뿐인 거다.
아이들끼리 자주 만나다 보니 그들끼리 해야 할 말이 생겼을 테고 그래서 따로 단톡방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나와 집에 있다 보니 따로 어떤 집단에 구성원의 역할이 사라졌다. 동네 엄마들 모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라는 다분히 이기적인 이유로 좀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여겼다. 처음엔 그랬지만 점점 나도 새로운 관계에 익숙해져 갔고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고자 노력도 했다. 결과는 이렇지만.
내가 이렇게 소심한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남편에게 하소연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 엄마들 다 네가 부러워서 그럴 거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
쿨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랜만의 안부인사하듯, 미친척하고 요새 왜들 이렇게 조용해요?라고 물어볼까 고민도 했는데 참았다. 참길 잘한 것 같다. 괜히 어색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게 더 불편할지도 모른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하니 내가 그에 맞춰 적응해야지.
정신승리를 한 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