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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Aug 24. 2023

나 빼고 새 단톡방이 만들어진 기분

동네엄마들 단톡에서 제외된 사람의 심경

언제부터였을까. 단톡방 새알림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한 건.

여름방학 시작 시점만 해도 내가 속해있던 동네엄마들 단톡방은 수시로 대화가 오갔다. 잠잠한 시기도 있긴 했지만 길어야 3일 정도였다. 뭐 대단한 대화소재가 오간 건 아니었다. 아이들 아파서 병원 데리고 간 이야기, 아파트 단지 어디 놀이터에서 애들 놀고 있다는 이야기,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정보 이야기, 혹은 다른 동네엄마 근황 등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알아도 상관없고, 모른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는 그런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이 나눌법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었다. 또래 아이들 초등 입학할 시기에 우연히 친분이 생겨서 단톡방이 결성되었고 1년 반 정도는 아이들도, 엄마들도 자주 만났다.


물론 나는 모든 만남과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첫째 이유는 아이가 사회성 부족으로 정상 발달의 보통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꼭 휩쓸리지 않으면 좋을 갈등이 우려되어서였다. 그래도 세 번 만나면 한 번 정도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도 아이를 데리고 만나려고 했다. 그나마 가끔은 큰 문제없이 어울릴 때도 있었다.


그전에도 나를 빼고 나머지 엄마들끼리 동네 카페에서 만난다거나 아이들끼리 집을 오가며 교류한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딱히 서운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아이들끼리 워낙 친하고 잘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들도 더 자주 연락할 일이 생겼으리라. 굳이 나에게 따로 만나자고 연락하지 않는 이상 자기들끼리 만날 일이 많았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단톡방은 죽 이어졌고, 학교 행사 정보나 다른 반 과제 정보를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반 알림만 봐도 충분하지만 때로는 다른 반 이야기를 아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단톡방 새 메시지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 처음 며칠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며칠이 일주일이 됐고 이주일이 되었다.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 중 한 명이 이번에 물놀이 가기로 했다고 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미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숙소 예약까지 마쳤다고 했다. 이미 자기들끼리 계획한 여행에 나를 끼워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엄마는 나에게 그런 여행을 숨길 이유도 없고 같이 가면 더 좋으니 편하게 제안해 준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스케줄과 겹치기도 했고, 아이도 갑자기 아파서 가지 않아도 될 그럴싸한 핑계가 생기긴 했다.


같이 여행을 갔다면 사진도 찍었을 테고 그 사진도 공유했을 텐데, 내가 들어있는 단톡방에 공유하기 불편했을 거다. 그래서 새로운 단톡방을 개설했을 것이고 그 후로도 만남이 이어진 것 같다. 동네 키즈카페에도 여러 번 갔다고 했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왜 나는 이 엄마들에게 팽 당한 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동네가 좁다 보니 카페나 길 가다가 엄마들 중 한 명씩은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반갑게 근황을 묻고, 곧 보자고 하며 헤어진다. 왜 단톡방이 요새 조용해?라고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그런 내가 조금 구차하게 느껴졌다.


내가 제외된 이유는 나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아이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부담감을 주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이가 문제인지. 생일파티와 키즈카페를 수없이 함께 다녔지만 그 친구들은 내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엄마들이 친하니까, 엄마들 관계 때문에 내 아이도 그 모임에 받아준 것뿐. 2학년이 되고 친한 친구 개념이 더 강해지고, 또 몇몇은 핸드폰이 생겨서 아이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아이와는 더 멀어지게 되었다. 내 아이는 그 친구들에게 있어 그냥 엄마들 모임 때문에 함께 만나는 아이였을 뿐인 거다.


아이들끼리 자주 만나다 보니 그들끼리 해야 할 말이 생겼을 테고 그래서 따로 단톡방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나와 집에 있다 보니 따로 어떤 집단에 구성원의 역할이 사라졌다. 동네 엄마들 모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라는 다분히 이기적인 이유로 좀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여겼다. 처음엔 그랬지만 점점 나도 새로운 관계에 익숙해져 갔고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고자 노력도 했다. 결과는 이렇지만.


내가 이렇게 소심한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남편에게 하소연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 엄마들 다 네가 부러워서 그럴 거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


쿨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랜만의 안부인사하듯, 미친척하고 요새 왜들 이렇게 조용해요?라고 물어볼까 고민도 했는데 참았다. 참길 잘한 것 같다. 괜히 어색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게 더 불편할지도 모른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하니 내가 그에 맞춰 적응해야지.

정신승리를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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