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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Dec 11. 2023

그래도 가끔 남편이 이뻐 보일 때

케익의 유혹에 약한 여자

10년 차 부부로 살다 보니 남편이 예뻐 보이는 순간이 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쉽사리 답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아주 가끔 남편에 대한 애정에 살짝 불꽃이 튀어 오를 때가 있는데, 바로 퇴근길에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 왔을 때이다. 


엊그제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 작은 종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스타벅스 상자다. 


"뭐야? 케익이야?"


"이번 시즌 신상이래."


"비쌀텐데 뭐하러 샀어...?!"


운동을 꾸준히 해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저녁 야식은 자제하는 중이다. 특히나 케익이나 과자 같은 고칼로리의 디저트류는 금기시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달콤한 케이크의 유혹에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편이다. 그래, 오늘 하루 먹는다고 바로 돼지가 되는 건 아니겠지. 


다음날 아침에 곧 후회할 걸 알지만, 당장의 달콤한 기쁨을 누리기로 한다. 의지가 이렇게 약해서야 건강 관리는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낮에 애써서 만들어먹은 샐러드가 다 소용없이 돼버린다는 걸 알면서도 당하고 만다. 


바빠서 집안 살림도 육아도 아예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이 남자가 마지막에 설거지를 해준게 몇 년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퇴근길에 나와 아이 생각하면서 케익을 사들고 오는 남편의 모습에 그런 원망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나란 여자, 이렇게나 단순하고 유지비가 별로 비싸지 않다. 


낮에 다투고 토라졌어도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 하나면 이렇게 쉽게 풀리니 남편은 종종 나의 이런 약점을 간파하고 이용해 먹는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다. 당장에 내 입이 이렇게 행복해하니, 오늘짜 집안일의 고단함과 육아의 피로도 케익의 달콤함과 함께 씻겨 내려간다. 하아. 정말로 케익은 사랑입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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