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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Jan 25. 2024

죄책감과 자기 연민

저질체력 때문에

부비동염 진단을 받았다. 흔히 축농증으로 알고 있는 병인데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붓고 누런 코가 고여있는 상태를 말한다.


언제부턴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몸이 안 좋아지면 꼭 이 병에 걸린다. 문제는 축농증이 흔한 병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 걸리면 정말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피곤하다. 계속 나오는 콧물은 둘째 치고, 근육통에 두통에 치통까지 오고 귀도 답답해져서 이명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는 있는데 항상 그랬듯 금방 낫지는 않는다. 이놈의 축농증 때문에 며칠째 운동을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한 시간씩 빅씨스 홈트 보면서 따라 하는 게 요즘 유일한 낙이자 내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이걸 못 하니까 죄책감이 어마무시하게 밀려든다.


왜 이 몸뚱이는 아무리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어도 저질 체력에 면역력도 약해서 철만 되면 축농증 따위에 무너져서 이렇게 아픈 건지. 나이 드니 운동이 가장 우선이고, 운동을 해야 최소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최우선으로 지키는 루틴인데.. 이틀째 거르고 있으니 너무 괴롭다.


한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홈트를 해서인지 하루가 상쾌하게 지나가는 것 같고 그전처럼 쉽게 피곤해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평소에는 해봐야 20분 정도 스트레칭이나 요가 영상 따라 하는 게 전부였는데 나랑은 영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빅씨스님 홈트영상에 꽂혀서 덤벨 운동도 하고 플랭크도 하고 스쾃도 하고 데드리프트도 했다.


물론 덤벨은 아주 가벼운 1킬로짜리로 하지만 그래도 근육 운동은 난생처음이라 그런지 따라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주제에 왠지 몸이 탄탄해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빅씨스님을 따라 하고 있자면 나도 어느새 그녀처럼 군살하나 없는 탄탄함 그 자체의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게 될 것 같아서 힘들지만 설렌다.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몇 달째 유지해오고 있는데.. 한낱 이 축농증 앞에 무너져서 운동을 거르고 있으니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저질 체력을 타고나서 자주 아프고, 면역력도 약한 건지. 아니면 타고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이 듦의 현상인가.. 그것도 아니면 아이 방학마다 아파서 병이 났는데 길어지는 겨울방학으로 인한 번아웃 증상인가..


그게 뭐든 간에 운동을 못해서 화가 나고 답답하고 언제 몸이 좋아질 수 있을지 몰라서 불안하다. 몇 달간 힘들게 유지해 온 루틴을 이번 기회에 다 깨뜨려버리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번에 아프고 나면 다시 그 루틴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두렵고 걱정된다. 


애 돌보는 것도 다 귀찮고 집안일은 올 스탑이라 엉망이고 비일상적인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다. 아파서 골골대니 하루이틀이지 남편도 이제 질려하는 눈치다.



자기 연민,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의 극적인 혜택을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자기 연민 테스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덜 느끼고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낙관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진정한 자기 연민이란 자신을 방치하고 망치는 것이 아니다. 가차 없는 자기비판 같은 뿌리치기 힘든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자기비판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지나치게 비관하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억제하는 비생산적 태도다.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 토드 로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운동을 못 한다는 죄책감이 아닌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안 좋아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지 못해서, 매일 아침 하자고 다짐했던 운동을 하지 못해서, 약 먹고 골골대느라 내 몸하나 처신하기 힘들어서 죄책감을 가지고 이대로 무너지기보다 나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져야겠다. 그렇다고 지나친 자기 합리화는 하면 안 되겠지만.. 이 고비가 지나면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일상으로, 그렇게 애쓰며 지키려 했던 루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겠다.  


얼른 낫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내 몸아 말 좀 들어라.. 내가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 약 열심히 털어 넣고 푹 쉴 테니까 내일 아침에는 나 운동 좀 할 수 있게 해 주라..



<사진출처 Bigsis Youtube>



https://brunch.co.kr/brunchbook/83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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