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 때문에
부비동염 진단을 받았다. 흔히 축농증으로 알고 있는 병인데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붓고 누런 코가 고여있는 상태를 말한다.
언제부턴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몸이 안 좋아지면 꼭 이 병에 걸린다. 문제는 축농증이 흔한 병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 걸리면 정말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피곤하다. 계속 나오는 콧물은 둘째 치고, 근육통에 두통에 치통까지 오고 귀도 답답해져서 이명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는 있는데 항상 그랬듯 금방 낫지는 않는다. 이놈의 축농증 때문에 며칠째 운동을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한 시간씩 빅씨스 홈트 보면서 따라 하는 게 요즘 유일한 낙이자 내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이걸 못 하니까 죄책감이 어마무시하게 밀려든다.
왜 이 몸뚱이는 아무리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어도 저질 체력에 면역력도 약해서 철만 되면 축농증 따위에 무너져서 이렇게 아픈 건지. 나이 드니 운동이 가장 우선이고, 운동을 해야 최소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최우선으로 지키는 루틴인데.. 이틀째 거르고 있으니 너무 괴롭다.
한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홈트를 해서인지 하루가 상쾌하게 지나가는 것 같고 그전처럼 쉽게 피곤해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평소에는 해봐야 20분 정도 스트레칭이나 요가 영상 따라 하는 게 전부였는데 나랑은 영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빅씨스님 홈트영상에 꽂혀서 덤벨 운동도 하고 플랭크도 하고 스쾃도 하고 데드리프트도 했다.
물론 덤벨은 아주 가벼운 1킬로짜리로 하지만 그래도 근육 운동은 난생처음이라 그런지 따라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주제에 왠지 몸이 탄탄해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빅씨스님을 따라 하고 있자면 나도 어느새 그녀처럼 군살하나 없는 탄탄함 그 자체의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게 될 것 같아서 힘들지만 설렌다.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몇 달째 유지해오고 있는데.. 한낱 이 축농증 앞에 무너져서 운동을 거르고 있으니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저질 체력을 타고나서 자주 아프고, 면역력도 약한 건지. 아니면 타고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이 듦의 현상인가.. 그것도 아니면 아이 방학마다 아파서 병이 났는데 길어지는 겨울방학으로 인한 번아웃 증상인가..
그게 뭐든 간에 운동을 못해서 화가 나고 답답하고 언제 몸이 좋아질 수 있을지 몰라서 불안하다. 몇 달간 힘들게 유지해 온 루틴을 이번 기회에 다 깨뜨려버리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번에 아프고 나면 다시 그 루틴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두렵고 걱정된다.
애 돌보는 것도 다 귀찮고 집안일은 올 스탑이라 엉망이고 비일상적인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다. 아파서 골골대니 하루이틀이지 남편도 이제 질려하는 눈치다.
자기 연민,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의 극적인 혜택을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자기 연민 테스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덜 느끼고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낙관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진정한 자기 연민이란 자신을 방치하고 망치는 것이 아니다. 가차 없는 자기비판 같은 뿌리치기 힘든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자기비판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지나치게 비관하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억제하는 비생산적 태도다.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 토드 로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운동을 못 한다는 죄책감이 아닌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안 좋아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지 못해서, 매일 아침 하자고 다짐했던 운동을 하지 못해서, 약 먹고 골골대느라 내 몸하나 처신하기 힘들어서 죄책감을 가지고 이대로 무너지기보다 나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져야겠다. 그렇다고 지나친 자기 합리화는 하면 안 되겠지만.. 이 고비가 지나면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일상으로, 그렇게 애쓰며 지키려 했던 루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겠다.
얼른 낫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내 몸아 말 좀 들어라.. 내가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 약 열심히 털어 넣고 푹 쉴 테니까 내일 아침에는 나 운동 좀 할 수 있게 해 주라..
<사진출처 Bigsi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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