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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Feb 16. 2024

유럽일주 신혼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수려한 외모 앞에서 나약한 인간이라

결혼하고 10년 세월이 흐르고 이제 만 나이로도 부정할 수 없는 40대가 되다 보니 신혼여행의 설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는 엄마들끼리 만나도 보통 자식 이야기가 전부인데, 어쩌다 보니 그날은 해외여행이 화두가 되었고 결국은 각자 신혼여행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는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갔는데 일주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앞뒤로 시차적응에 결혼식 직후의 피로에 지쳐 둘 다 틈만 나면 졸고 다닌 기억이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하와이의 건조하고 쾌적한 날씨 정도?


신혼여행이라는 합리적인 사유라고는 해도 둘 다 직장에서 일주일의 휴가를 빼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는 엄마 중 한 분은 신랑이랑 본인 둘 다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거의 3주일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우와~~"

모두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 개국을 돌았는지, 어디 어디 갔는지, 어느 나라가 좋았는지, 계절은 어땠는지 여러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인생에 한 번이고, 어차피 애 낳으면 유럽 같은 장거리 여행은 몇 년간 못 가는데 잘한 선택이라는 둥 다들 그분의 결단력 있는 선택을 찬양하는 분위기였다.


방문했던 유럽 국가 중 어디가 좋았는지 좀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서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대학 때 배낭여행으로 다녀왔지만 신혼여행으로 간 유럽은 훨씬 낭만적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기대에 찬 우리의 질문에 그 엄마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면서 대답을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대답하기 불편한가? 생각보다 별로였나..?"



살짝 불편해하면서 뜸을 들이는 그 엄마의 반응에 한순간 모두 조용해졌다. 평소에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 분이라서 계속 대답을 종용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나도 조용히 있었다.


"사실 그게...'






약간의 뜸을 들이더니 뒤이어 나온 답변은 대반전이었다.


비행기에서 만난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밖에 기억이 안 나요...




오잉? 이게 무슨 말이지?




"남자 승무원들이 어찌나 훤칠하고 잘생겼는지.. 눈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푸하하하..."



장기간의 유럽 신혼여행을 통틀어서 기억에 남는 게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이라니.

너무 웃겼다.

그런데 한편으로 굉장히 또 공감이 갔다.


나도 여행 갈 때마다 비행기에서 남자 승무원을 보면 홀딱 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모가 중시되는 직업이기에 키도 크고 잘생기고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서인지 또 엄청나게 친절하다.

그런 사람에게 안 반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다른 엄마는 대학에 근무하시는데, 항공운항과 남학생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했다. 얼굴도 잘생겼지만 서비스직 전공이라 화법도 배우는지 말도 어쩜 너무 상냥하게 해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라고.


여자인 우리들도 이러한데, 남자들은 어여쁜 여자 승무원들 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우리 모두 입을 모았다.

남자들도 눈 돌아가는 거 백번 만 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 외모가 이렇게나 중요한가 봅니다..

남자든 여자든 외모에 투자하고 더 잘나지고 싶은 원초적 욕구는 정말 무죄임을 다시금 확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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