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궁금합니다만
명절 연휴 마지막날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아프면서 근육통이 슬슬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기침도 간간이 나오고, 콧물도 나오긴 하는데 몸살기운이 가장 심한 것 같다. 급하게 타이레놀을 하나 물과 함께 욱여넣었다. 먹어도 큰 차도가 없는 듯하다.
친정엄마가 명절 마지막날부터 아파서 몸져누워있다고 했다. 엄마는 아프실만하다. 그건 정말 내가 인정한다. 항상 명절 전이면 으레 이번에는 음식 장만 안 하련다, 괜히 많이 준비해 봤자 남아서 냉동실에 들어가야 하는 음식도 생기고, 나물류는 가족들이 많이 먹지도 않고, 엄마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 등등 음식 장만을 줄여야 할 합당한 여러 가지 사유를 들면서 아주 조금만 간결하게 준비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나도 덩달아 이번에는 제발 조금만 하고 그냥 외식하거나 시켜 먹자고, 한 번쯤은 그래도 된다고, 차례상에 놓을 과일이랑 나물만 하라고 엄마를 다그친다.
엄마의 자기 선언적 다짐과는 전혀 다르게 늘 그렇듯 명절에 친정집엔 가보면 상다리가 부러지는 판국이다. 준비한 반찬을 상에 놓을 데가 없어서 부족할 정도로 푸짐하게 준비해 주신다. 아무리 준비 안 한다고 해도, 자식들과 손주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신지, 그 맛있게 먹는 모습 보려고 많은 준비를 혼자 다 하시는 것 같다. 며느리에게도 딸에게도 웬만하면 부엌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혼자서 음식 준비며 장만이며 뒷정리까지 다 하신다. 사정이 이러하니 명절끝무렵만 되면 몸살이 나는 것도 당연지사다.
몸살이 나서 약 먹고 누워있다는 엄마에게 따뜻한 위로는 못 건네주고 그러게 왜 그렇게 음식 장만을 많이 했냐고, 그러니까 안 아플 수가 없지 않겠냐고 추석에는 제발 좀 줄이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러마라고 대답은 하지만 엄마가 명절을 앞두고 정말 아무 준비도 안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정엄마야 진짜 명절다운 명절 준비하느라 몸살이 났다고는 하는데, 그럼 나는 대체 왜 몸살이 난 걸까.
이번 명절에는 애가 사촌들 집에 가서 며칠을 노느라 넋 놓고 쉬는 시간도 많았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행복한 고민을 했다.
남은 시간에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그야말로 혼자 즐길 수 있는 건 거의 다 즐긴 것이다. 시어머니께서도 몸이 안 좋으신 바람에 그나마 간소하게 차리시던 명절 음식도 파격적으로 생략하는 바람에 시댁 가서도 거의 탱자탱자 놀다가 왔다.
친정 와서는 더더욱 먹고, 자고, 누워서 티브이 보며 기꺼이 이 한 몸 사육 당했다. 명절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먹은 명절음식 지겨우니까 외식하자며 식구들 다 같이 맛집이라는 레스토랑에도 가고, 맛있는 버터크림라떼가 파는 카페에도 갔다. 그렇게 여유로운 연휴를 즐겨놓고 막판에 이렇게 아픈 건, 내 몸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보겠다고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식단 조절도 해보지만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나 보다.
아니면 너무나 오랜만에 맞는 황홀한 자유 시간을 내 몸이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조차도 이번 명절 후유증은 참 이해가 안 가지만, 일단 더 아프고 싶지 않아서 부지런히 진통제를 복용해본다. 나원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