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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Nov 30. 2022

미국은 ADHD도 대학교수가 되는 세상

adhd 아이 키우기

<ADHD 2.0>이라는 책을 읽었다. 

시중에 나온 ADHD 관련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런 보석 같은 책도 있었다는 걸 알고 기뻤다. 내용도 충실하고 유익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집필한 두 저자가 무려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고 둘 다 ADHD 증상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와 존 레이티 박사인데 찾아보니 두 분이 저술한 책이 국내에서 이미 여러 권 번역되어 출간된 바 있었다. 


어찌하여 ADHD가 있음에도 미국, 아니 전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내며 저술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성공적인 의학자가 되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이 질문이 떠나질 않는다. 어렸을 때 진단을 받은 건지, 아니면 자라고 나서 뒤늦게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된 건지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기에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ADHD를 지닌 하버드 교수님 두 분이 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에게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내 아이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ad증상으로 인해 힘든 점이 많지만 언젠가는 좋아져서 이 교수님들처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의 기준은 개인마다 지극히 다르고 주관적일 수 있지만, 하버드 대학 교수를 지낼 정도라고 하면 세상의 기준에서는 당연히 성공적인 삶이라고 여길수 있다. 



하버드대 존 레이티 교수  <출처: 네이버>



생각해보면 지난번에 읽은 <리틀몬스터>라는 책의 저자도 미국인인데 대학 교수다. 이 저자가 자라나던 시절의 미국에서도 ADHD라는 질환이 흔히 알려지지 않아서 자신이 ADHD가 있다는 것도 후에 성인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자기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온갖 충동성과 실수를 달고 살면서 암울하고 우울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성인이 되고 자기 자신의 약점을 자각하고 스스로 노력한 끝에 특수교육 분야의 교수까지 되고 논문도 많이 썼다. 


저번에 내가 썼던 글에서 세계적인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미국인이고 어렸을 때 ADHD를 앓았다. 


ADHD가 있음에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업적을 쌓고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미국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사람들이 없을까?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의 지나영 교수님이 떠올랐다. 그분의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에서 자신도 ADHD 증상이 있음을 밝혔다. 그렇지만 약물을 복용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닌 것 같고 일상생활에서 챙겨야 할 물건이나 일정을 자주 잊어버려서 불편한 상황을 자주 맞닿뜨리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받고 걱정하기보다 뭐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는 초긍정 마인드로 이겨내며, 되려 ADHD 증상이 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사는 것 같았다.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지나영 교수도 결국 미국에서 직업을 갖고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나고 자라서 터를 잡고 살면서 ADHD를 가지고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가 왜 이다지도 없을까? 

미국에서처럼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다양성이 기반이 된 사회에서 선진화된 교육을 받아야만 adhd라는 발달장애도 그 사람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편견 없는 분위기에서 살 수 있는 걸까?


찾아보면 외국에는 이렇게 알려진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유독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내가 정보가 부족해서 잘 모르는 걸 지도 모르겠다. 찾아보면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ADHD인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런 증상이 있다는 걸 괜히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 증상을 숨기고 아닌 척하고 사는 기술을 터득해서 세상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되는 ADHD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다들 쉬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ADHD 아이를 양육하는 나와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가장 보고 싶은 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증상을 잘 다스리고 이들의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을 눈부신 장점으로 잘 승화시켜서 훌륭하게 성인으로 자라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ADHD 관련 책들을 검색하고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자기 자신이 ad가 있었지만 가정과 사회의 도움으로 잘 자라게 되었다는 내용의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면 부모님이 ADHD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면서 처음에는 온갖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적합한 양육방식의 적용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스토리의 책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딘가에 산적해있는데 내가 아직 접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도 ADHD 질환에 관해 너무 부정적이고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ADHD를 가진 어린이들, 주얼리 출신 이지현 씨 아들과 같은 문제 행동으로 인해 부모를 너무나 힘들게 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례만 미디어에 자주 비치니,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ADHD란 정말 부모 골치 아프게 하는 몹쓸 병이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심한 장난꾸러기에 말도 통하지 않고 통제 안 되는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들은 "그 애 ad인 거 같아."라고 말한다. 동네에서도 자꾸 아이들을 괴롭히고 심하게 장난치는 초1 또래 아이에게 "걔 ad인 거 같은데, 엄마는 아나 몰라. 치료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말하는 경우를 본다. 

물론 당사자 앞에서 그러는 경우는 없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찔려서 제대로 맞장구를 치지도 못하고 대충 말을 돌린다. 내 아이가 당장 adhd인데 다른 아이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함부로 내뱉겠는가. 공공연하게 ad로 의심받는 아이들과 차이점이라면, 주의력 결핍형의 충동성이 약한 ad에 가까워서 대놓고 티가 덜 난다는 사실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스포츠 선수나 유명인이 방송에 자주 나와서 "저도 어릴 때 심한 ADHD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이렇게 잘 되었답니다."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책이라도 출간해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나를 포함해서 지금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에게 위로가 되고 엄청나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어찌 됐건 사람은 자기 자식이 잘 되고, 긍정적인 미래에서 살기를 바라기에. 그런 기대감이라도 없으면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겨내기가 한층 더 힘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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