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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y 10. 2024

존재감 없는 아이

내 아이가 그래요

존재감이 없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친구들도 내 아이를 슬쩍 보고 다시 옆친구들과 이야기할 뿐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단순히 같은 반이라거나 어설프게 아는 친구도 아니고, 유치원 시절부터 놀이터에서 몇 년을 매일같이 놀고 같이 놀러도 참 많이 다녔던 아이들인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 인연 덕분에 그 아이들 엄마들과도 친해져서 언니, 동생 하면서 여태껏 잘 지내고 있지만 이제 아이들끼리의 만남에 초대받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마음이야 나와 내 아이도 부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자주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아이가 겉도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서로 힘드니까 이제는 아예 안 보는 게 편하다.


그 아이들에게 이제는 인사조차 건넬 의지가 생기지 않는 그런 친구로 자리매김했나 보다. 내 아이는.


그 앞에서 당당하게 이름 부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편하게 안녕하고 한 마디 하면 될 텐데 아이는 그게 참 힘든가 보다. 안되나 보다.


또래를 두려워하는 증상.

이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던 7살 적부터 이런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면서 아이를 위해 치료를 전전하고 좋다는데 다 데리고 다니고 여행을 다니고 아빠와의 시간이 사회성에 좋다길래 남편에게 온갖 눈치와 잔소리를 가하면서 아이와의 질 높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어도.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애씀이 참 부질없게도 고작 이렇게 돌아온단 말인가.


특히 주변에 또래 아이들이 있을 때 아이는 주눅 들어 있고, 자꾸 주변 눈치를 본다. 키는 제 학년에 비해 큰 편이지만 큰 키가 무색할 만큼 존재감이 없다. 가끔은 투명인간 취급받기도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ADHD자체가 주는 주의력결핍과 의사소통능력 미비로 인해 많이 괴로웠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 부작용으로 오는 불안장애와 심리정서적인 문제가 더 커졌다. 아니, 주가 돼버린 것 같다.


아이는 항상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초조해 보이고, 긴장되어 있고, 불안해 보인다.

아무도 뭐라고 한 적 없는데도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다.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땅만 보고 걸으면 등교하는 아이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돌아선 나는 어디 터놓을 곳이 없어 또 느린 맘 커뮤니티에 들어가 이 글 저글 찾아본다.


아이가 은따를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해서 등교시켜 놓고 카페에서 울고 있다는 엄마의 글을 본다. 나도 모르게 위로받는다.


세상에는 자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모가 참 많구나.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마음속에 돌덩이의 무게가 0.1그람은 줄어드는 기분이다.


아이는 언제쯤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 앞에 마음 편히 드러낼 수 있을까.

온갖 치료로도 제대로 극복이 안 되는 걸 보면, 장기간의 싸움이 될 것 같고, 어쩌면 성인이 되서까지도 극복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점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드는 것 같은데

대신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더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하교하는 아이 앞에서는 티내지 말아야지.

내 아들 고생했다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함박 웃음 지으며 안아줘야지.

집에서만큼은 온전히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주어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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