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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Jun 19. 2024

올 여름은 그릭요거트다

열심히 만들어 먹어요

요즘 나의 주식은 그릭요거트라고 해도 될 만큼 삼시세끼 열심히 먹고 있다. 본래 아주 꾸덕한 느낌의 치즈를 좋아하기도 해서 장 볼 때 치즈만큼은 나를 위한 사치라고 여기고 꼭 비축해두곤 했다. 주로 크림치즈와 리코타치즈, 코티지치즈 따위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치즈 가격들이 별로 친절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양이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손바닥만 한 크기 한 통에 만원은 족히 넘기도 하고 무슨 일인지 리코타치즈 가격은 전에 비해 엄청 올라서 작은 거 하나가 만오천 원도 훌쩍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샐러드도 리코타치즈가 없으면 안 먹는 나에게는 참 애통할만한 가격이었다. 장바구니에 담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산 적도 많다. 그나마 가격이 덜 비싼 크림치즈를 사서 참크래커에 발라먹으며 치즈에 대한 욕구를 달랬다. 


한창 살이 쪄서 다이어트에 관심이 갈 무렵, 알고리즘은 자꾸 다이어트 식단 영상과 쇼츠로 나를 이끌었다.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음식은 바로 그릭 요구르트였다. 샐러드에든 통밀빵이든 그릭요거트를 부지런히 곁들여 먹는 걸 보았다. 알아보니 그 꾸덕한 질감의 지중해식 그릭요거트가 생각보다 단백질과 유산균 함량이 높아서 칼로리가 낮지는 않지만 다이어트 효과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당장 쿠팡에서 그릭요거트를 주문했다. 과연, 내 입맛에 딱이었다. 리코타치즈처럼 샐러드에 곁들여도 좋고 그냥 빵에 잼이랑 같이 발라먹어도 좋고, 심지어 토마토나 오이 잘라 넣고 버무려서 먹어도 맛이 좋았다. 신기한 건 상당히 배불리 먹었는데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포만감은 오래가는데 비해 많이 먹어도 살은 안 찌는 기분이 들었다. 


될 수 있으면 항상 냉장고에 구비해두고 싶은 식제품이 되었는데 문제는 역시 가격이었다. 만원이 넘는 그릭요거트 한 통 사봤자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에 다 먹어치우게 되니 늘 양이 부족했다. 유튜브를 보니 집에서 직접 그릭요거트를 만드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러자면 전용 메이커가 필요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이소에서 딱 맞는 채반이나 그릇을 사서 만드는 것 같았다. 이도저도 다 귀찮았다. 


저번에 투썸 스타일 아이스박스를 집에서 만든다고 다이소 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용품 다 사고 오레오 대량으로 사놓고 철저히 망해서 버릴 수밖에 없었던 쓰디쓴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는 그런 고급 요리는 도전하지 말아야지 다짐까지 했다. 


집에 있는 커다란 냄비와 채반을 이용해서 면포를 깔아놓고 거기에 대용량 플레인 요거트를 꿀럭꿀럭 부어주었다. 실온에서 30분 정도 유청을 걸러내고 버린 뒤 냉장고에 그대로 넣는다. 세시간 정도 지난 후에 면보를 걷어보면 그럴싸한 그릭요거트 반죽 모양이 생산된다. 


이게 진짜 정통 그리스식 요거트인지도 모르겠고, 판매되는 제품만큼 영양성분을 갖췄는지도 알 수 없다. 

일단 사서 먹는것보다 양이 많이 나오니까 3-4일은 두고 마음껏 퍼먹어도 될만큼 넉넉해서 좋다. 큰 반찬통에 넣어두고 치즈가 땡길때마다 꺼내 먹는다. 


비싼 크림치즈니 리코타치즈니 따로 안 사도 되니까 세상 편하고 이만한 가성비가 또 있나 싶다. 게다가 남편은 치즈라면 몸서리치며 느끼하다고 거부하고 싫어하며 찌개와 국밥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 줄 필요도 없다. 만들어놓은 그릭요거트는 다 내 차지다. 


참크래커에 딸기잼이랑 그릭요거트를 같이 발라먹으면 환상의 궁합이다. 애도 이 조합으로 해줬더니 맛있는지 계속 달라며 입을 내민다. 


여름이라서 따로 밥 챙겨먹는다고 부엌에서 뭐 하는것도 덥고 진 빠지고 더욱이 나 혼자 먹는 점심에 뭘 해먹는게 너무 귀찮은데 이 그릭요거트만 있으면 얼렁뚱땅 떼울 수 있다. 포만감은 덤으로 따라오니 따로 밥을 안 챙겨먹어도 되서 세상 편하다. 대용량플레인 요거트만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해주면 준비는 일단 끝.


나처럼 평소에 꾸덕한 치즈 좋아하고 끼니마다 밥 먹는거 귀찮아하고 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집에서 꼭 만들어서 한번 드셔보시길. 토마토, 오이, 블루베리랑 곁들여도 좋고 이도 저도 다 귀찮으면 통밀빵 바삭하게 구워서 그릭요거트만 얹어먹어도 꽤 맛있다. 


더워서 입맛 없다는 생각이 언제 들었나 싶을 정도로 계속 퍼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조금만 신경쓰면 꽤 그럴듯한 브런치 요리도 완성할 수 있으니 의욕만 있으면 예쁘게 꾸며 먹을수도 있다. 올 여름은 그릭요거트와 함께 보낼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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