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빌라 리조트 여행 중 본 것
오랜만에 풀빌라 리조트에 1박 여행을 가게 되었다. 요즘 풀빌라 펜션은 숙박비가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이번 달에 숙박 할인 이벤트가 있다기에 평소보다 30퍼센트 정도 저렴한 가격에 숙박할 수 있다기에 큰 마음먹고 예약했다. 우리 가족만 가는 게 아니라 항상 조카네 가족과 함께하기에 인원수가 최소 7명 이상이 되는 신축 풀빌라 리조트를 잡으려면 주말 기준 돈 백 드는 게 사실이다. 순수 숙박비는 6,70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온수 풀비용, 바비큐 신청, 조식 추가까지 하면 백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좋아하고 실내 풀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신나게 놀기에 몇 달에 한 번은 가곤 한다.
이번에 가게 된 풀빌라도 비교적 신축이었고 도착해서 보니 사진에서 본 것보다 부지도 굉장히 크고 객실 종류 별로 여러 건물이 있었다. 국내 지역이지만 야자수도 곳곳에 심어놓고 인스타용 포토 스폿도 꾸며두어서 사진 찍고 놀기에도 좋고 언뜻 해외 느낌이 나는 리조트였다. 기분 좋게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어서 내가 예약한 객실로 향했다.
큰 리조트다 보니 관리하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하는 직원들이 곳곳에 많았는데 거의 다 외국인 노동자인 듯했다. 남녀 여러 명이 함께 청소나 쓰레기 처리, 인피니티 풀 관리 같은 궂은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리조트의 총감독관리직원쯤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인 직원이 그 노동자들에게 악을 쓰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큰 잘못은 아닌 것 같고 일에 관해서 지시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큰 고함 소리에도 외국인 직원들은 평소에도 워낙 많이 들어서 이골이 났는지 딱히 놀라거나 상처받는 표정도 아니었던 것 같다.
화를 냈던 총 관리직원은 체크인하는 숙박 손님인 우리에게는 굉장히 친절하게 안내하고 주차도 옆에서 도와주었던 사람이다.
나야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다른 직원을 부려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외국인 노동자 신분의 직원을 마주할 일도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저렇게까지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리직원 입장에서는 뭔가 소통이 제대로 안되니 답답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좀 안타까웠다.
다정한 말투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화를 내고 고함을 칠 필요가 있었을까. 모국을 떠나서 남의 나라에 와서 일하는 것도 서러울 텐데 작업장에서 이런 대우까지 받으면 얼마나 서글플까.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나도 만약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 되어 일하게 된다면 저런 대우를 받게 될까. 나는 아니더라도 내 아이도 혹시나 다른 나라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리조트 산책을 하는데 저녁 시간쯤 되니 외국인 직원 여러 명이 로비 쪽에 모여 있었다. 리조트 이름이 붙여진 차에 모두 빡빡하게 앉아 몸을 싣고 퇴근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가족들과 오랜만의 힐링이고 사치인 이 공간이 저 사람들에게는 먹고살아야 하는 생계의 공간이구나.
언제나 짧게 느껴지는 1박 일정이 아쉽게 끝나고 다음 날 짐 정리를 하고 체크아웃하러 리셉션으로 향했다. 리셉션에 체크인할 때는 여직원들만 있는 것 같았는데, 다음 날에는 리조트 사장님 포스를 풍기는 남자분도 함께 일하고 있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내 느낌에는 사장이거나 리조트 소유주 중 지분율이 높은 사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체크아웃 때는 룸 카드키만 돌려주면 되었다. 그 사장님 같은 분도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카드키를 돌려받는 그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로렉스 시계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남의 손목에 달린 그리 집중해서 보는 사람은 아닌데, 웬일인지 그 시계는 로렉스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는지 유난히 더 빛이 나서 눈길을 끌었다. 당연히 이 정도 리조트를 소유한 사람이면 어마어마한 부자인 건 틀림없겠지.
체크아웃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어제 혼나고 있던 이 리조트의 외국인 직원들이 떠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내 소박한 일상 곳곳에서도 느껴지는 순간이 많긴 하다. 그러나 주로 SNS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지 내 피부에 와닿은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를 이 리조트에서 왠지 더 선명하게 느꼈다.
나와 인종과 국적이 다르더라도, 나보다 조금 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친절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