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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Aug 02. 2024

치욕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기아타이거즈

올림픽 말고 프로야구에 꽂힌 사람

파리 올림픽이 한창인 와중에도 나의 야구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올림픽 경기보다 프로야구 일정과 기사를 열렬히 챙겨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이제 나도 엄연한 야구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현재 KIA 타이거즈는 프로 야구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두산베어스와의 3연전에서 깔끔하게 3연패를 당했다. 3연패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중에 한 경기의 내용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한 경기에서 무려 30점을 내주고 30대 6의 결과로 그야말로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팬이지만 경기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15점 이상 점수를 내주던 때부터는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었다. 역전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마당에 더 봐봤자 처참한 기분만 느낄 것 같아서 올림픽 중계로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나도 모르게 실시간 중계 기사를 쫓아가고 있었다. 20점 이상 내줬을 때부터는 아예 꼴 보기도 싫어졌다.


결과는 30:6이었다. 기아팬들은 얼마나 참담할까. 특히 직관을 보러 간 팬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참으로 민망하고 처참한 경기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가장 민망하고 치욕스러운 장면은 타자이자 외야수인 박정우 선수가 투수로 올라와 9회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였다. 뭔가 특이하기도 하면서 어색한 장면이었다. 올스타전도 아닌데, 아무리 2군에서 투수 연습도 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많이 어색했다.


출처: KIA Tigers




기아로서는 경기를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았다. 더 민망한 건 9회에 나온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봐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헛스윙을 휘둘러서 삼진을 당해주는 신사도(?)를 발휘한 것이다. 더 이상 점수를 내지 않고 마무리해 주겠다는 뜻이다. 모든 게 엉망이다.


차라리 백점을 내주지 그러냐, 감독 사퇴해라 등 보기에도 민망한 조롱성 댓글이 이어졌다.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일부 댓글은 좀 과하다 싶기도 하고 속상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했다.


똑같은 패배라도 3대 0으로 졌다든가, 30대 25 정도로 졌다면 이 정도로 화가 나진 않았겠지? 너무 충격적이고 민망한 패배였기에 팬들로서는 더욱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음 경기에서 전날의 굴욕을 되갚아주었다면 그나마 상처받은 영혼에 위로가 되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30대 6으로 진 날은 이상하게도 기아 투수도 타자도 모두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실책도 엄청나게 나왔다. 1위 팀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야구의 야자도 잘 모르는 나는 사뭇 궁금해졌다. 그 처참한 패배의 원인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걸까?

흥분한 팬들은 경기장 근처에서 트럭 시위를 했다고 한다. 대놓고 감독에게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내용이 반말로 쓰여있었다. 그렇다면 패배의 원인은 온전히 감독에게 있는 걸까?


야구팬이 된 지 불과 이삼 년 정도밖에 안된, 규칙도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초짜팬이라서 정말 궁금하다.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됐기에 그런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패배의 원인이 온전히 감독에게 있는 건지, 이 상황에서 감독이 바뀌면 팀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는 건지, 그래서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건지 알고 싶다.


패배의 원인은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에게 있을 것이다. 물론 감독의 영향력이 가장 크긴 하겠지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경기를 펼치는 건 아니고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이다. 그동안의 피로도가 쌓인 것도 있겠고, 원체 투수진이 약했던 탓도 있겠고, 그날따라 타자들의 방망이도 다들 잠잠했고 하나같이 컨디션이 별로였던 것도 있겠다. 거기다가 한 두 개의 실책이 쌓여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고, 점수를 계속 내주다 보니 어느덧 역전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마운드를 지배해 버리고 결국 졸전이 된 게 아닐까.


사람들은 1위 팀이 어떻게 30점이나 내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울 수가 있냐고 어이없어했는데, 그럼 꼴찌팀이었다면 30점을 내줘도 괜찮다는 말일까? 꼴찌나 하위팀이라면 그런 졸전을 펼쳐도 되는데 1위 팀이라면 그런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이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속상한 사람은 바로 선수들이고 코치진이고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감독임이 분명하다. 물론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도 크겠지만, 정말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사람들은 프로선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일 것이다. 선수들은 얼마나 잘하고 싶을 것인가. 그런데 야구를 좀 보면서 느낀 것은, 잘하고 싶다고, 이기고 싶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기는 날이 있으면 분명 지는 날도 있다.


감사하게도 기아 타이거즈는 올 시즌에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랬기에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말은 여태까지 팬들에게 승리의 도파민을 다른 어느 팀보다 더 많이 선사해 주었다는 뜻이다.


경기 중계 때마다 보면서 느낀 거지만 각자의 야구팀 팬들은 정말 간절히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를 바란다. 아무도 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스포츠의 특성상 이기는 자가 있으면 지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크게 이기는 팀이 있으면 크게 당하는 팀도 있다. 그게 1위 팀이라도 해서 예외는 아니다.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정하다. 일단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 실력으로 보여주기를 모두가 원하고 바란다. 한 선수의 외모, 인성, 호감도는 실력에 비하면 모두 부차적일 뿐이다. 잘생기고, 성격이 좋은 매력들은 다 실력이 뛰어났을 때 그 선수를 더 빛나게 해 줄 뿐이지 그게 우선이 되지는 못한다.


나 같은 쫄보는 프로 세계에 입단했다가는 하루도 못 견뎠을 것 같다. 일단 프로에 입성하면 잘했을 때 받는 응원과 찬사만큼이나 못했을 때 엄청나게 욕을 먹어야 한다. 직관하러 경기장에 가보면 주변 사람들이 거침없이 욕과 비난의 말을 내뱉는 걸 보게 된다. 삼진 당하는 선수, 수비 실책을 하는 선수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하다가 결국에는 감독의 경기 운용 탓을 하는 팬들이 참 많다. 그러다가도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얼싸덜싸 안고 방방 뛴다.


출처: Naver blog KAISERKNIGHT 야구라구


어떤 연예인들은 본인 기사에 달리는 악성 댓글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굳이 클릭하고 들어가서 봐야 하는 댓글창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감독에게 대놓고 보라고 트럭에 반말로 그만두고 때려치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 조금 과한 처사인 것으로 보인다.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사람은 감독 본인일 텐데. 감독도 사람인데, 그런 메시지를 보면 더 힘 빠지고 자책의 시간만 길어지지 않을까. 나 같으면 '그렇게 잘났으면 당신들이 해보던가.'라는 말이 입에 맴돌 것 같다.


팀을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상식을 갖춘, 예의를 잃지 않는 팬심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생사의 갈림길 같은 문제도 아닌데, 내 돈 떼어간 것도 아닌데 한 경기를 좀 망쳤다고 해서 너무 과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침착한 자세로 선수와 감독을 믿고 기다려주는 건 어떨까. 글로는 이렇게 쓰고 있지만 막상 경기볼 때는 나도 그게 참 조절이 힘들다. 노력이 좀 필요한 영역이다.


기아가 아무리 못해도 설령 꼴찌로 내려간다고해도 나는 변심하지는 않을 거다. 한 번씩 잘생긴 구자욱 선수를 볼 때마다, 로키 닮은 하트 선수를 볼 때마다 흔들리기도 하지만 한 번 기아팬은 영원한 기아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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