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사면 되지 프리퀀시는 왜 해

스타벅스 커피 이야기

by 레이첼쌤

돌고 돌아 결국 스타벅스다.


나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스타벅스에 간다. 주중에는 따로 약속 없으면 한 번 정도 가고, 주말에는 토, 일 연이틀 가게 될 때가 많다. 토요일에는 아이 학원 보내 놓고 주어지는 50분 정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학원 바로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주로 간다. 일요일에는 온 가족이 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까운 집 앞 스타벅스 매장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아침 일찍 빈 속에 모닝커피와 브런치 메뉴를 즐기기 위해 갈 때도 있다.


그렇다고 매일 가는 건 아니다. 매일 꾸준히 아메리카노 한 잔에 4,500원을 쓴다고 생각하면 왠지 아깝다. 집에서 마실 때도 많고, 좀 더 저렴한 메가 커피 매장을 이용할 때도 있다.


그래도 주 3회 이상 꾸준히 다닌다는 것이 적지 않은 횟수일 수는 있다.


한 때는 굳이 스타벅스에 충실할 이유가 뭐 있냐는 생각도 있었고, 근교 지역이나 핫플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멋진 인테리어와 특별한 디저트 메뉴를 내세운 새롭고 힙한 카페를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를 먹어보기도 하고, 그런 카페에서 내세우는 스벅에서 볼 수 없는 아인슈페너라던지, 콘파나, 플랫 화이트 같은 특이한 커피 메뉴들도 맛보는 게 좋았다. 아메리카노도 즐겨 마시지만 달달한 커피도 못지않게 사랑하는 나는 새로운 카페 탐험이 좋았다.


그러나 요새는 남편과 주말에 커피 마시러 갈 일이 있어도 굳이 새로 생긴 힙한 카페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그 인스타 감성의 새로운 카페들은 아이가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따로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을 켜고 굳이 찾아가야만 하는 곳에 위치해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 카페들을 일일이 찾아서 주차공간은 확보되어 있는지 따로 확인해가며 가야 한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매우 귀찮아졌다. 집 가까운 곳에 스벅을 놔두고 이렇게 해서까지 찾아갈 일인가 싶었다.


내가 사는 곳이 만약 시내 쪽이거나 핫하고 힙한 동네라 카페 종류 자체가 굉장히 다양해서 언제든 가까이 두고 갈 거리라면 상관없겠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커피 매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은 단 하나도 없고, 스벅을 포함해 이디야, 메가, 컴포즈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뿐이다. 인테리어를 멋지게 한 아주 작은 카페 한 두 개가 생긴 적은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집 앞 가까운 곳에 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춘 데다가 아이가 좋아하고 즐겨 먹는 메뉴도 구비되어 있고,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의 맛도 보장되어 있는 스벅 매장을 두고 굳이 아인슈페너 맛보겠다고 신상 카페를 찾아갈 이유가 없었고, 그럴 에너지도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신상 카페들 커피 가격이 아주 깡패라는 것이다. 시그니처 커피 메뉴 하나에 6,500원 정도 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거기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로플이나, 대표 디저트 메뉴를 안 시킬 수도 없으니 한 가족이 가도 3만 원 이상 나오는 건 우습다. 커피 맛도 괜찮고, 아니면 디저트라도 맛있으면 다행인데 커피도 생각보다 맛없고 양마저 적으면 좀 화가 난다. 물론 대기업이 아닌 이상 새로운 자리를 개척해서 매장을 내고 카페를 차리려면 자본이 많이 들어가니 그만큼 커피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끔은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저렴이 프랜차이즈 매장 중에 빽다방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저번에 한 번 주문하는 과정에서 "개인 옵션 변경"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실망했다. 시럽 절반만 넣어달라고 했는데, 자기네는 그런 조절은 절대 할 수 없고 정해진 대로 나간다는 것이다. 스벅에서 쉽게 요청하던 개인 옵션 변경이 백 다방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돌고 돌아 스타벅스에 고정적으로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사실이다. 매장에 들어가면 언제나 비슷한 음성의 여러 명의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주고, 매장에서 나올 때도 내 뒷모습을 향해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해주는 곳이다. 내가 지금껏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내가 경험해본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다 친절했고 얼굴 찡그린 적 없고 밝은 표정이었다.


한 번은 매장에서 자리를 차지 앉고 몇 시간 앉아있다가 나가려는데, 마시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3분의 1 정도 남았기에 왠지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나가는 길에 혹시 일회용 컵에 옮겨 담아 줄 수 있냐고 요청하니 친절한 음성으로 기꺼이 해주겠다고 하며, 얼음까지 한 사발 듬뿍 담아주었다.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그 풍성한 얼음 서비스에 얼마나 감동했던지.



스타벅스 직원들의 친절함을 새삼 깨닫게 된 데에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미술학원 같이 보내는 엄마와 함께 근처에 위치한 비교적 최근에 생긴 대형 카페에 간 적이 있다. 사실 커피 맛도 별로고, 아메리카노도 무려 5,500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이지만 위치가 학원과 매우 가까워서 아쉬운 대로 몇 번 가곤 했다. 커피는 비싸고 맛없지만 베이커리류는 좀 신경을 쓰는지 비싼 만큼 맛도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카페에서 기분이 단단히 상한 적이 있는데, 주문을 받는 직원이 매우 불친절해서이다. 주문하면서 커피에 대해서 물어보면 귀찮은 듯한 말투로 성의 없이 대답하고, 빨리 끝내고 다음 손님을 받겠다는 의지가 투철해 보였다. 내가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카페는 근처에 웨딩홀과 대형 학원이 위치해 있어서 주말이면 줄을 서서 주문해야 할 정도로 웨이팅이 있고 거의 만석이었다.


얼마 후에 한 번 더 갔을 때는 같이 간 엄마가 주문하고 왔는데, 씩씩대면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커피 주문받는 직원 태도가 왜 저래? 너무 불친절하잖아."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나도 똑같은 취급을 당했노라고, 정말 어이가 없었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음에 나는 환호하며 한껏 그 직원을 비난했다. 처음에는 그 불친절함에 대해 논하다가 결국에 우리는 외모 비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남을 뒤에서 욕하는 것도 별로인 행동인데, 외모까지 운운하는 내가 좀 부끄러웠지만 속은 시원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대형 카페에서 불친절함을 겪은 이후로 더더욱 인스타 감성의 신상 카페가 생겼다고 해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토피넛 라테의 시즌이 왔음을 기뻐하는 충실한 스타벅스의 일개 고객이 되어가고 있었다.







11월이 되자, 프리퀀시를 언제 시작하는지 궁금해졌다. 올해도 다이어리를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작년에도 열심히 모아서 두 개 다 받았는데, 올해도 프리퀀시를 당연히 모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얼마 가지 않아 앱에서 프리퀀시 행사 알림이 떴고, 나는 반갑게 맞이했다.





남편에게 드디어 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고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알렸다. 남편은 굉장히 시큰둥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왜 꼭 스타벅스 다이어리여야만 해? 다른 예쁜 다이어리 직접 골라서 사면 되잖아. 굳이 그 프리퀀시를 모으는 이유를 모르겠네."


나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딱히 반박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실이 그렇다. 다른 문구류 브랜드나 인터넷만 조금 검색해봐도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내 입맛에 맞는 다이어리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매년 대기업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정형화된 다이어리를 시즌 음료 세 잔을 포함한 17잔의 커피를 마셔가면서 받는 것일까. 언제부터, 어쩌다가 이런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일까.


"그래도 꼭 모을 거야. 다이어리는 큰 거, 작은 거 두 개 다 받아야 하니까."


구차한 이유 설명은 생략하고 나는 무조건 프리퀀시는 하겠다고 단언했다.


가끔 스타벅스를 이용하긴 하지만 남편은 스타벅스 앱까지는 깔지 않았다. 내가 여러 번 앱을 깔고 이용하라고, 10잔 마시면 무료 서비스도 있고, 이벤트 참여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쉽게 설득당하지 않았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인데 귀찮다는 것이다. 앱을 깔아서 그 앱에 따로 충전을 해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귀찮은 모양이었다. 고집 한 번 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내 모닝커피를 사온다기에 이번에도 그냥 앱 없이 결제할 거냐고, 프리퀀시 모을 기회를 날려버릴 거냐고 타박을 주고는 기대감 없이 내 할 일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남편은 드디어 스타벅스 앱을 깔고 있었다!

정말 몇 년을 설득해도 안 하더니, 결국 내 프리퀀시를 채워주기 위해 앱을 설치한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의 고집을 알기에 살짝 감동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우리 둘 다 모으면 좀 더 빨리 모을 수 있겠다 싶어서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왜 나는 스벅 다이어리 말고 다른 다이어리는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대기업의 지속적이고 매력적인 홍보와 마케팅에 놀아나는 건지, 아니면 언제나 나에게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이유를 제쳐두고서라도 적절한 가격에 평균 이상의 커피맛과 친절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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