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짓거리를 4년 동안 했다는 다나카

일상 이야기

by 레이첼쌤


일주일 전쯤 SNS에서 우연히 다나카상을 접하게 되었다.

보아하니 일본인 콘셉트로 한국 공항과 지하철, 홍대 등을 누비며 일본인인척 하고 다니는 한국 사람 같았다. 10년도 아니고 적어도 20년 전쯤에나 유행했을 법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지만 일본어 특유의 말투가 섞여서 웃음을 자아내는 말투를 구사하는 게 그의 콘셉트이다.


일단 외모와 패션이 정말 90년대에 핫했던 일본 젊은 세대들을 대표하는 것 같아서 모습 자체가 웃겼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에서 보면 어설픈 한국말로 우리나라 공항 안내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정말 일본인이라 생각하고 일본어로 능숙하게 대답해주는 게 그게 또 다른 웃음 포인트다.


나는 짧은 쇼츠 영상으로 엑기스장면만 봤기에, 그냥 몇 번 콘셉트 잡아서 중요한 장면만 몇 십분 찍는 개그 유튜버인가 보다 했다. 요새는 이런 식으로 콘셉트 잡고 유튜브에 영상 올리고 반응이 좋아 대박 영상이 되면 성공해서 돈도 버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잠깐만 보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에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걸 보고는 사뭇 놀랬다. 유튜브에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바로 공중파 방송에 바로 출연하다니. 유튜브 영향력이 정말 크다고 생각했고, 평소에 티브이도 즐겨보지 않는 터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가 라디오스타에 사 한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는 이 다나카상을 잠깐 동안 콘셉트 잡아서 촬영한 게 아니고 무려 4년간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유명해진 건 최근이고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반응도 없고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았던 그 4년간을 꾸준히 이 콘셉트로 밀고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이 짓거리를 4년이나 해쏘..”라고 다소 직설적으로 표현했지만 내 귀에는 “이 짓거리”라는 말이 저급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무도 재미있어하지 않고, 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불러주는 데도 없고 그러자면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도 따랐을 텐데 그 모든 상황적 역경을 이겨내고 본인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자기만의 강한 믿음과 확신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 믿음과 노력이 이제와 서야 세간의 주목을 받고 단시간에 인기를 얻어 공중파 방송에 소환되기까지 하고 라이징 스타가 되었다.


4년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시간이었을까. 나의 끈기와 인내심으로는 견뎌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5분, 10분도 아니고 시종일관 자기 자신의 말투가 아닌 특정 캐릭터의 콘셉트로 말하고 행동하며 웃음 포인트를 잡아내는 일은,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이다. 그가 희망의 아이콘이라고 불려도 될 이유는 재미있고 웃긴 것도 맞지만,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눈에 여실히 보여서이다. 이게 보는 사람은 즐겁지만 하는 사람은 참 지칠 텐데도 성실히 해내는 것 같았다.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라는 책에서도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을 제시했다. 책에서는 3년간 꾸준히 죽어라 노력하면 인생을 다른 모습으로 뒤집어 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년이다. 3년은 꿈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 그러나 인생을 뒤집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새로운 직업에 몸담거나 악착같이 종잣돈을 모으거나, 삶의 터전을 옮겨 낯선 땅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거나 하다못해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죽어라 파헤쳐 결론을 내리기에도 넉넉한 시간이다.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김애리 저>


나는 여태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변화를 이루고 위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바쳤던 적이 있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대학교 4학년 때 1년 시험공부를 하던 시절 말고는 정말 밀도 있게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집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제는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다 보니 챙겨야 할 가족이 있어서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핑계일 수 있겠지만.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도와 연습을 통해서 나도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인생의 혁신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희망과 동기를 요즘 뜨는 다나카상에게서 발견하게 되다니, 재미있다. 그도 그동안 고생한 만큼 앞으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개그맨으로 더 승승장구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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