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언제나 핫하다.
이혼만큼 이목을 끄는 이야기 소재거리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당장 브런치에서만 봐도 앱에서 켜면 메인에 <이혼>을 주제로 한 브런치북을 몇 달째 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남의 집 이혼 사정이 궁금해져서 클릭하고 마는 나를 발견한다.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부부들에게 이혼이란 언제나 핫한 키워드이기에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결혼 생활은 하고 있지만 남편과 다퉈서 사이가 막장으로 치닿는 분위기일 때는 자연스레 이혼에 대해서 고려해보게 된다. 나란 인간은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굴곡을 감당하고 살 수 있을까. 당장 이혼하게 된다면 친권, 양육권, 재산분할 등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아이를 포함한 모두에게 가장 덜 상처받고 깔끔할지 상상해보곤 한다. 법적인 절차를 제외하고도 이혼 자체가 주는 감정적 에너지의 소모를 다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이혼 이후의 삶은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 주변에 친하다고 부를만한 지인 중에는 아직 이혼이라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없어서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들의 이혼 소식을 기사로 접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 유명한 송송 커플, 송혜교와 송중기가 이혼했을 때 달린 기사 댓글 중에 "부럽다, 이혼할 수 있어서.."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경제력과 재력을 겸비한 유명인들은 이혼이라는 인생의 커다란 선택을 하고서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더 잘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도 하는 것 같다.
저번주에는 연이은 폭설로 오전 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서 동네 엄마들이랑 오전에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사실 나는 오전에 아이 등교시키고 나서도 나만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굳이 엄마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휴직해서 집에 있으면서 같이 만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얼마나 있냐는 생각도 들고, 같이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전환도 될 것 같았다.
엄마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다 보면 주된 이야깃거리는 남편, 아이, 교육 등에 관한 것들인데 이번에는 다른 지인들의 이혼 이야기가 유독 화제에 올랐다. 사람들의 이혼 사유도, 원인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집은 남편이 너무 독단적으로 아내와 상의 한 마디 없이 사업자금을 대출받아서 쓰면서 사고를 쳤고, 매일 일한다는 핑계로 너무 바빠서 어린 연년생 자녀들 육아는 엄마 몫이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참고 인내하면서 아이들 키우긴 했지만 계속 남편과 이런저런 갈등으로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다른 남자와 바람을 핀 정황을 들켰다고 한다. 합의이혼도 어려워져서 지금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남편은 따로 집을 나와 원룸을 구해서 지내고 있고,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데 평소에 아내에게 아이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연락하면 잘 안 바꿔줘서 불만이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 다른 집은 남편이 꽤 늦은 나이까지 총각으로 지내다가 뒤늦게 10살 이상 차이나는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돌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사이가 틀어졌다고 했다. 아내는 명품매장에 근무 중인데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과 회식 자리도 잦고, 밤마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아서 그동안 아이 육아는 남편이 맡아야 할 때가 많았다. 밤에 사람들 만나서 술자리 가지고 노는 건 아내가 워낙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명품가방이나 외제차도 좋아해서 남편의 경제적 여력이 되는 한은 웬만큼은 다 사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건 다 이해하고 산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엄마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는 게 느껴져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항상 아이 육아보다는 자기가 나가서 사람들과 노는 게 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고, 직장동료와의 관계도 심상찮은 것 같아서 결국 남자는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합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데 아내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자녀의 양육권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자기를 자유롭게 놔달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이 집 이야기는 남편 입장에서 들은 거라 다분히 편중된 입장일 수 있고 아내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지인은 남편이 사업상 비즈니스 핑계도 있지만 사람과 술자리를 너무 좋아해서 이틀에 한 번씩은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오는 게 흔한 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단 기저귀를 갈아준다든가 하는 일도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육아 참여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도 주말에 아이 데리고 어디 놀러를 간다든가, 체험을 데리고 간다든가 하는 일이 전무했다. 평일은 당연하고 주말에조차도 육아는 항시 엄마의 몫이었는데, 이 남편의 유일한 장점은 생활비는 넉넉한 편이었고 아이에 관해 쓰는 돈이라면 꼬박꼬박 주었다고 한다. 주말에도 항상 골프연습장을 간다든가 사람들 만나서 시간을 보내다가 본인이 스케줄이 비게 되면 그제야 아내에게 연락해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일하지 않고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아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결국 참다못한 아내가 당장 이혼은 아니어도 별거를 하자고 선언했다고 들었다.
이 모든 건 지인의 지인 이야기라 정확한 팩트는 절대로 알 길이 없고 대충 건네 들은 두리뭉실한 다른 가정의 이혼 사례다.
엄마들과 이혼 이야기를 하다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재산분할할 만큼 대단한 재산이 있는 형편도 아니기에 큰돈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양육비도 생각보다 턱없이 작다고 하면서 웬만하면 이혼까지는 가지 않고 참고 살아야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이혼 후 전체 양육비 지급률도 3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를 가해서 받을만한 방법도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여자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 없이도 충분히 누리고 살만한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이혼이라는 삶의 큰 변화가 조금은 더 쉬워질까 궁금해졌다. 나만해도 당장 이혼을 하게 된다면 남편의 경제적 지원이 없다는 상황이라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것보다는 덜 누리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 같은 일반 사람은 결혼 생활에서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배우자로부터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되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건가.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녀를 생각하면 더 이혼만큼은 평생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이혼을 겪은 가정의 아이들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상처받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혼하지 않고 계속 참고 살았을 때 받을 상처의 크기가 크다면 덜 상처받는 쪽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엄마들과 수다 속에서 오가는 남의 집 속사정과 이혼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도 나는 내 남편은 그 정도는 아니라서 이혼할 정도의 사유는 나에게 제공하지 않아서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운을 읽는 변호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 변호사의 이야기라 지극히 보수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이 변호사라 웬만하면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승소하도록 도와주는 게 경제적 이득이 될 텐데 이혼을 하고 싶다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우선 말려본다고 한다.
이혼은 불행의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도 일종의 다툼이라서 역시 운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혼하고 싶다는 의뢰인이 찾아오면, 우선 마음을 돌리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다툼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 저는 만족합니다.
<니시나까 쓰토무, 운을 읽는 변호사>
소송을 거치지 않은 합의이혼이라고 해도 일단 이혼이라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경험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에 더 가깝고,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감정적 소모가 크고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도 같이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 동시에 큰 상처를 받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남의 집 이혼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나만은 내 인생에서 이혼이라는 풍파를 겪게 되지 않기를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