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첼쌤 Jan 10. 2023

마흔 되고 보니 연예인도 별거 없다

너무나 예뻐서 부러웠던 그녀들

중학생 사춘기 시절부터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나는, 나 스스로가 어디 가서 눈에 띌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정체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미인 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진지하게 TV에 나오는 탤런트가 꿈이었다는 친정엄마를 별로 닮지 않은 나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에 더 가깝다.


20대가 되고 몸매 관리에도 신경 쓰고, 화장과 패션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외적인 면에서 내 장점을 부각하는 법을 알아갔다.


그래서인지 늘 티비에 나오는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참 부러웠다. 저들은 대체 어떻게 태어났길래 손 하나 대지 않고도 자연산 예쁜 미모를 타고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궁금해하기도 했다. 어찌하여 나는 조막만한 얼굴과 땡그랗게 크고 맑은 눈동자를 소유하지 못한 채 태어난 건지, 좀 더 예쁘게 태어났다면 인생이 훨씬 더 수월했을 텐 데라는 생각도 자주 했다.


연예인들의 삶이야 워낙 비현실적이니 그렇다 쳐도, 내 주변에서도 눈에 띄게 예쁜 외모를 가진 친구들은 뭔가 손쉽게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고, 비슷한 수준의 준수한 외모의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아니면 별 능력 없이도 재력가 남자를 만나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지인들 중에 단순히 빼어난 외모 하나만으로 연예인이나 미스코리아가 될 정도로 그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은 없지만, 삶의 여러 면에서 조금은 더 많은 기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갖는 빈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 태어난 여자는 고시패스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생의 자격증을 가진 거라는 말이 살수록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엔 성형이 워낙 흔해져서 마음만 좀 독하게 먹으면 현재보다는 좀 더 예쁘고 화려한 외모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까지 해서 예뻐져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직업도 아니었고 과거 만났던 사람들이나 현재 남편도 본인 눈에는 괜찮으니 그냥 생긴 대로 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늘 티비에 나오는 예쁜 여자연예인들은 참 부러웠고 그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가 왜 나에게는 그런 것들을 애당초 꿈꿔볼 수조차 없는 건지 원초적인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때 정말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내가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던 시기에 잘 나갔던 여자 배우들, 가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사는 모습을 보니 일반인인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인터넷에서 얼짱 문화가 유행하던 시절 유명해져서 배우가 된 여자 연예인은 성공한 사업가와 결혼했다. 결국 부자와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대한민국 희대의 사건인 나이트클럽 폭행, 강간, 마약류 사건에 휘말려서 아이까지 낳은 마당에 이 여자연예인도 같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여자연예인은 딱히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어찌 됐건 남편이 이런 게이트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실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는 마당에 그런 남편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다. 어릴 때는 얼짱에다가 잘 나가는 것 같아서 정말 많이 부러웠는데, 그런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또 다른 여자 가수는 한 때 가수로도 굉장히 성공했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당연하지 게임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눈이 정말 커서 더 화려한 느낌이 드는 외모였는데, 손에 물 한 번 대보지 않았을 것 같은 도도하고 공주 같은 이미지였다. 결혼 이후로 티비에서 거의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 보게 된 이 전직여자가수의 삶은 그야말로 녹록지 않았다.


두 번의 결혼 실패와 싱글맘으로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상황인 데다가 그의 아들도 내 아이처럼 ADHD를 앓고 있었다. 그 아이는 충동성이 더 강한 편이라서 그런지 엄마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고 힘든 행동들이 방송에 많이 나와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물론 잘 나가는 연예인이었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많이 있을 테니 알아서 잘 키우겠지만, 육아에서 오는 극한의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겪었다고 말한 걸 보면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보여주는 부정적인 행동들이 모든 ADHD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서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까 봐 나는 더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


한 때는 정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전혀 부럽지가 않고 되려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굳이 인간적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겠지만 말이다.


타고난 예쁜 미모에다 학벌까지 좋아서 데뷔할 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어쩐지 20대 초반에 빨리 결혼을 해버린 여배우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올리비아 핫세를 똑 닮았지만 자연산 미녀인 그녀는 다른 남자가 채갈까 봐 두려웠는지 그녀만큼 멋진 남자가 금방 낚아채가버렸다. 길었던 결혼 생활에 비해 아이가 늦게 생겨서 뒤늦게 두 아이를 낳게 되었다고 들었다. 아이가 영재 기질이 보이고 정말 똑똑하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고 오은영박사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보았다.


아이가 영재성이 있긴 하지만 눈치가 굉장히 없고, 사회성이 떨어지고, 운동 신경도 또래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라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면 된다고, 원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이는 없다고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조언해 주었다.


나는 이 여배우가 아이의 세세한 면이라던지 진단명까지는 밝히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심각할 수도 있는데 방송에 나갈 수 있을 수위 정도로만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아이의 특징은 소아정신과적 질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증상들이라서 단순히 영재라고 해서 생기는 모습들은 아닐 수도 있다. 이건 내 오해일 수도 있고 그저 너무 똑똑한 아이라서 겪는 어려움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이 여배우도 자식 걱정으로 속앓이를 많이 하긴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나에게 일말의 위로가 되었다.


너무 예쁘고 화려해서 완벽한 인생을 살 것만 같은 연예인들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면 나처럼 인생의 쓴 맛을 보기도 하고 고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낼 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렇게까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외모가 보장해줄 것만 같은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미래도 사실은 쉽게, 거저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다. 젊은 시절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게 빛날 수 있지만 30, 40살이 넘어가면 단지 외모가 보장해줄 수 있는 것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도 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일단 예쁜 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마흔이 되고 보니 유명인들 부러워말고 나에게 주어진인생이나 열심히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다 보면 타고난 외모와 거저 주어진 금수저 재산보다 더 가치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어렴풋이 품어보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