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지 않는다. 배우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빛날 수 있고, 영화가 받쳐주지 않으면 배우의 연기도, 음악도, 촬영도, 영상도 아무것도 빛날 수 없다. 이성민 배우의 수많은 필모가 그걸 증명하고, 심지어 송강호 배우의 명연기도 마약왕은 구할 수 없었다. 썩은 식재료로는 일류 셰프도 좋은 요리를 만들 순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스타일리시하고 깔끔한 영화다. 영화 자체는 무난하게 볼만한 오락영화였다. 초중반까지는. 그런데 초반에서 중반이 넘어갈 때쯤 전도연이 등장한다. 전도연의 연기가 영화를 무난하지 않게 만들었다. 본인의 캐릭터를 드러내면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잔인무도하고/무섭고/예쁘고/치명적인 모습을 한 캐릭터에 잘 녹였다. 저 모습들이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형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전도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마치 짜장면을 먹으러 갔는데 채끝살이 들어간 느낌의 영화